[ZOOM IN] 자살 사태(沙汰)에 관심을 가져야...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04 14: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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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G20 선진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한국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증표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인 자살이란 기사가 일주일이 멀다 하고 신문에 실린다. 지난 21일 4명의 남녀가 강남 원룸에서 동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29일 창원 원룸에서도 20~30대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으며, 또 유명 여배우의 자살 소식으로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하루가 멀다고 연이어 가파르게 늘어가는 자살만큼이나 뚜렷하게 사회 현주소를 시사해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지금 시대는 대통령, 국회의원, 유명 연예인, 기업인, 시장, 도지사, 변호사, 검사. 군장성, 일반 남녀, 노인 등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자살하는 사람들이 전반에 걸쳐 있다. 스스로 생을 접은 사람들의 자살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꽉 막힌 듯 먹먹해진다.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치 ‘내 이웃 가족들’이 자살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작금 사회는 자살하는 사회며 그것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질병이 되었다.

프로이드는 자살은 삶의 욕망보다 죽음의 욕망이 커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했다는데, 그의 말이 나타낸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죽음의 욕망을 키우는 데에서 일등 사회가 되었다. 사회학자 이재열 서울대 교수의 저서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에서 우리 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3不 사회로 진단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르는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자살률은 세계 최고, 행복도는 최저수준이다.

사람은 희망을 잃을 때 자살한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큰 죄악은 희망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살은 죄악이다. 자살이라는 죄는 神도 용서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타인을 죽여만 살인이 아니라 자신을 죽여도 살인이다. 자살은 살인에 속하며 자신에 대한 가장 가혹한 범죄행위이다. 그것은 그들의 자살을 통해 내 생명의 무게나 가치조차 가볍고 무가치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상담사협회의 '자살에 관한 사회적 문제점' 조사에 따르면 사회 적응력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우울증, 자살 충동, 알코올 중독, 자학증세 등의 고통으로 상담센터를 찾은 사람의 수가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제나 정서불안 치료제 등 신경안정제 복용과 관련된 상담을 요청한 사람들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이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 적응 부족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와 그로 인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적응 능력 부족은 심리적 강한 압박감으로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이 비관과 자살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현대 사회의 중대한 결함은 서로 남에 대해서 무관심한 이웃과 단절된 시대이다. 미국 자살예방센터에서 낸 책의 표지에는 ‘자살하려는 자는 운다.’는 뜻의 글이 씌어 있다. 그는 누구에게 구원을 얻으려고 호소한다는 것이다.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그의 마음을 꽉 잡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죽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상실하는 경향이 강하며, 그것이 자살 행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복잡하고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 방치되고,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는 군중 속에서 소외된 존재로 방황하지 않을 수 없다.

살면서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부닥쳐지면 우리들도 그들처럼 자살해야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신 삶의 고통을 언론에 이야기할 땐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때 극단적 선택을 하려 생각했다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목을 맬까, 약을 먹을까"라며 말할 때는 그 말을 듣는 대중을 생각해야 한다, 그 말은 자신의 삶이 그만큼 고통스러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겠지만 은연중 우리 사회 사람들을 향해 저런 사람도 자살하려 했는데.... 라며 힘들 때 자살을 부추기며, 또 자살의 당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살하는 사람의 생명 경시 태도를 꾸짖는 공개적인 탄식이 있는가 하면, 우울증 등 개인의 심리적 취약성을 들어 수군거리는 뒷말도 들린다. 이렇게 우리는 자살을 개인의 태도나 정신질환 등 타고난 기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론)에서 세상의 이런 통념이 가진 허점을 드러내고 자살의 원인을 사회적 관계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통합의 길로 나아가는 젊은 사회에서는 자살이 드물었고 사회가 해체 위기를 겪는 곳에서 자살이 늘어났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 이기심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회,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은 더 좋은 사회를 위하여, 그들을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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