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애국을 편 가름 정치와 권력투쟁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라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31 14: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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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며칠째 비가 내려, 질척한 습기가 가득한 대한민국의 여름은 '애국'으로 무장한 언어들이 백병전을 치르는 염천지옥이다. 그 지옥 속에 사는 국민은 언어의 뜨거움으로 화상을 입을 지경이다. 편 가름에 떠밀린 보편적 언어의 인식기능과 소통기능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 이 지옥이 흔히 쓰는 '정의'나 '자유' 같은 보편적 민주적 가치와는 사소한 관련도 없다고 믿는다. 이 지옥의 본질은 적나라하고도 파렴치한 권력투쟁일 뿐이다.

이 나라의 모든 사태는 권력투쟁이 아닌 것이 없다. 여·야간의 대립도, 지역 간의 갈등과 대립도, 민노총의 파업도 모두가 권력투쟁이다. 심지어 빨갱이라는 색깔론도 색깔을 입힌 권력투쟁이다.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이치가 권력투쟁의 제물이 되어간다. 모든 것이 오직 권력쟁취로 수렴되는 과잉 권력투쟁에 국민은 넌더리가 난다. 따지고 보면 오직 권력만이 이 지옥의 헌법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기가 막히고 두렵다. 언론,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의 밥그릇 싸움으로 서로 간의 비난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아수라 싸움판이 모두 다 말짱 권력투쟁인 것이다. 권력에 미쳐 눈이 뒤집힌 자들이 권력을 향한 기갈을 깊이 감추고 위장된 정의와 자유의 깃발을 흔들며 온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완장병에 취한 권력이 정치권력이 되었건, 관료집단이 되었건, 힘센 것들이 많은 힘없는 사람들을 능멸하고 조롱하는 세상. 정녕 당신들은 국민을 어느 세상으로 데려가려 하는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앞당겨진 권력투쟁으로 정치가 실종되고 있다. 정치를 단순한 권력투쟁이나 복지행정으로 이해한다면, 사람들은 더는 정치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권력욕에 눈이 먼 정치꾼들은 흘러넘치는데 진정한 정치인은 없는 것처럼, 정치인들은 과열돼 팽창하는 정치적 담론에서 정작 중요한 '서민을 위한 민생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기득권 지키기와 권력쟁취로 국민은 뒷전이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 새삼 왜 우리는 정치가 필요로 하는가. 정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중의 경제 분쟁, 핵 무장한 북한, 한·미 동맹의 이완 우려 속에 어수선한 한반도는, 힘의 공백 상태인 틈을 노린 일본이 절묘한 타이밍으로 수출규제라는 무기를 가지고 우리의 급소를 찔렀다. 비겁하고 옹졸한 섬나라 근성의 일본과 대한민국은 지금 총성 없는 전쟁 상태다. 이 판국에 고위관리가 제 맘에 안 드는 정치인과 언론을 향해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그럴 수 있느냐. 도대체 당신들은 어느 나라 국민인지를 밝히라." 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많은 국민은 경악했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를 밝히라니! 어느 편에 속해야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가. 그렇게 묻는 당신네는 진정한 애국자인가. 자기희생 없는 입으로 애국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가수 김장훈은 자비(自費)를 들여 청소년을 데리고 독도를 방문해 애국 퍼포먼스를 벌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수입 전부를 사회봉사와 애국심이라 것에 사용했다. 지금 입으로만 애국을 외치는 정치인들, 그 누구도 자기 몸을 희생했다거나 재산을 불우한 이웃이나 애국을 위해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애국은 필수적인 자기희생을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가장 보편성이 요구되는 애국심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그 언어들은 더 이상 아무런 의미도 담겨 있지 않은 공허한 음향처럼 들린다. 나라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 구한말 죽창가로 내부를 향해 애국 마케팅으로 선동 정치를 하는 정치권. 지옥의 모습은 본래 이러하다.

유체이탈 화법의 언어유희가 가득한 혼란스러운 세상. 이 염천지옥 속에서도 확실히 보이는 것들이 있다. 현 정권의 권력 지키기 전략이 애국이라는 논리로 무장해 갈등조장을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불쏘시개가 위기의식을 만들고 지지세력 결집으로 이어져 내년 총선승리를 위한 고단수 정치술수라는 것을 알만한 국민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권력투쟁의 아수라판 위로 정치꾼들의 적대하는 위장된 자유와 정의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야당, 보수언론을 토착 왜구, 이적이라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써가며 상대 정치인을 능멸하는 정치, 염불보다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이 추악한 싸움이 끝난 뒤에 정권은 권력투쟁의 쓰레기로 나뒹굴고 민심은 역사의 고아로 떠돌게 되는 모습이 이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이 시점에 '愛國'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다 최고의 가치로 가슴에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제발 부탁한다. 애국을 불쏘시개로 이용하는 저급의 편 가름 정치는 당장 집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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