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동건설 유족, 부산시장 여야 후보에 지역 산재 재발 방지 질의...“답변 회피”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23 16:29:58
  • -
  • +
  • 인쇄
산재사망 고인 유족 “부산 지역민의 권리 증진 외치면서도 정작 부산에서 발생한 산재사고와 관해서는 무관심”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좌)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우).[사진=newsis]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지역발전의 비전을 제시하며 부산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여야 후보들이 지역에서 발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주간> 취재 결과, 변성완 더불어민주당,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재발 방지 관련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후보가 부산 지역민의 권리 증진을 외치면서도 정작 부산에서 발생한 산재사고와 관해서는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재 피해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 구성원이자 산재 피해자 고(故) 정순규님의 자녀 정석채(37) 씨는 지난 17일 변성완 민주당 후보에 질의서를 보냈다. 석채 씨는 지난 2019년 10월,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리인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추락해 숨진 하도급업체 JM건설 소속 노동자 고(故) 정순규 님의 자녀다. 당시 고인은 4m 이상 높이에서 떨어져 ‘척수손상에 따른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사망했다. 현장 조사 결과, 안전대 역할인 비계가 여러 규정을 어기고 허술하게 설치됐었다. 명백한 ‘산업재해’였다.


석채 씨는 이와 관련해 변성완 후보 측에 아래와 같은 질의서를 보냈다.

▲부산시 행정부시장 재직 시절, 해당 사건(경동건설 노동자 추락사) 인지 여부 ▲당선 시 사건 공론화 및 과거 무대응 행태 공식 사과 의향 여부 ▲김영춘 전 부산시장 후보의 ‘(사법부 최종 판결 이후)고인·유가족에 대한 명예 회복 및 재발 방지 노력’ 약속 재이행 여부 ▲오는 26일 최종 재판 참석 가능 여부 등이다.

이 외에도 석채 씨는 “중대 재해 처벌법 시행 후에도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재 사망을 줄이려는 적극적인 계획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지자체장 후보로서 산재사고와 관련한 청사진을 제시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나, 변 후보는 제시한 기한(20)이 넘도록 답변을 회신하지 않았다. 다음날(21일) 석채 씨가 재차 문의한 결과, 변 후보 측은 “‘답변 없음’으로 (답변을) 받으셔도 되겠다”라고 답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역시 ‘경동건설 산재사고’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보궐선거 후보 시절에도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석채 씨에게 ‘부산’은 나고 자란 고향인 만큼, 이번 여야 부산시장 후보들의 건조한 태도에 더 허망하고 어이없다는 심경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동건설이 얼마나 대단한 기업이기에 후보들이 하나같이 대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부산에서 일어나고, 부산 시민이 무참히 기업의 안전관리 소홀로 사망한 사건인데도 부산 국회의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울 국회의원들은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심지어 나서서 탄원서 등을 써주시기도 했다”라면서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괴로운데 경동건설 때문에 제 고향인 부산 전체와 싸워야 하는 현실에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애석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버지의 죽음은 수많은 부실과 과실들이 쌓이고 또 쌓이고 은폐 행위들이 쌓이고 쌓여서 희생된 사건”이라면서 “이 죽음이 부디 헛되지 않게, 사법부의 엄중 처벌과 진상규명을 해서 악인들의 세상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잘못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안전조치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6월 부산지방법원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하도급업체 JM 건설 이사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석채 씨와 유족은 재판부의 ‘경징계’에 반발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현재 석채 씨는 부산고법 앞에서 가해자들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오는 26일 항소심에서도 판결 수위가 낮을 경우,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갈 것이라는 석채 씨는 일요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부산의 향토기업 경동건설의 실체는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없던 것으로 해줄 테니 목숨 값을 받고 끝내라고 하는 곳이다. 우리 가족은 경동건설의 더러운 돈 필요 없다. 단지, 그들이 죄를 지은 만큼 실형 선고가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경동건설, 산재 은폐하려 문서 위조…안전관리 책임 '회피'2020.11.12
[단독] 서울 잠실 교통회관 내 서울개인택시조합에서 한 밤중 투신 소송...무슨 일이?2021.07.14
포스코 간부, 지주사 관련 댓글 공작? 사측 "확인 불가"...포항시 "대응 검토 중"2022.02.16
신세계건설 시공 '오포 물류센터' 현장, 재재하도급·공사비 '잡음'[단독]2022.02.18
SK에코플랜트, 부산 동래 SK뷰 '녹슬고 찢기고' 부실시공 논란2022.02.28
KT 단말기 무단 개통? 고객 "명의 도용해 당근마켓 재판매"...KT "보상 차원"2022.03.15
SK에코플랜트 시공 SK뷰 하자 보도 그후...입주 예정자 '전액 환급' 요구, 왜?2022.03.16
신세계건설 시공 오포물류센터서 노동자 다리 절단 참변..."안전장치 전무"[단독]2022.04.12
[단독] 신한카드 어플(FAN) 고객 정보유출 해킹 사고..."위메프 결제 피해"2022.04.13
[단독] 신한카드 앱 고객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피해자들 카페 개설 대응 나서2022.04.14
[단독] 네이처리퍼블릭 민낯② 서울교통공사 '반값 임대료' 혜택, 점주 몰래 편취 의혹2022.04.20
[단독] 네이처리퍼블릭, 점주도 모르는 서울시 공금 1억 850만여원 지원 받았다2022.04.25
핏빛으로 얼룩진 건설현장...경동건설 유족 "사람 목숨보다 싼 벌금"[리얼줌]2022.04.27
[人터뷰] 경동건설 산재 유가족 “父 잃은 지 912일 째…노동자 죽음 숫자로 치부”2022.04.29
[경동건설 정순규 사망 1심 후폭풍] "목격자 없어 '집유'?...2심, 책임자 엄벌해야"2022.05.10
[단독] 경동건설 유족, 부산시장 여야 후보에 지역 산재 재발 방지 질의...“답변 회피”2022.05.23
[단독] SC제일은행 모 지점 직원, 20대 알바생 성추행...‘강제추행 혐의’ 경찰 조사 중2022.05.24
경동건설 故정순규 산재사망사고 항소심 돌연 연기...솜방망이 처벌 재현되나2022.05.27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추락사’ 항소심도 집행유예...유족 “솜방망이 처벌”2022.06.24

오늘의 이슈

댓글 5

Jss님 2022-05-23 19:33:28
참 어이가없습니다 경동건설 부산 문현동 아파트신축공사장에는 고정순규씨 한 사람만 근무한곳이 아닙니다. 아파는 공사장에 몇 십명의 노동자가 함께 일 을 합니다.그런데 그 수많은 노동자중에 증인하나 없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경동건설 원.하청은 숨기는것이 얼마나 많으면 문현동 공사장 에 증인도없다하며 공사현장 훼손 사문서위조까지 하면서 법 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사법부는 경동건설 원.하청책임자를 엄중한처벌촉구하는바입니다.
Kjh님 2022-05-23 20:57:42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 기업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생명을 이리도 가볍게 여기는 걸까요?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부끄럽지 않은 걸까요? 얼마나 숨기고 싶은 것이 있길래 사문서 위조까지 하는지..유가족분들 힘내세요.
김정환님 2022-05-23 20:58:34
보이지않는 권력과 돈으로 노동부 사법부랑
시나리오 다 짰을텐데 참걱정된디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악질 경동건설보다 노동부 사법부가 더 악질이다
atomom님 2022-05-24 14:20:16
세상에는 억울한 죽음이 너무 많네요..
제발 제대로 된 처벌과 보상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너무 화가납니다.
Yun님 2022-05-24 18:42:35
참... 앞으로 이끌어갈 부산의 예비후보자들이 근로자의 환경을 개선할 생각이 없는데, 어떻게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가 나올수 있을까요? 참으로 안타깝고 암울한 부산의 현실입니다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