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추락사’ 항소심도 집행유예...유족 “솜방망이 처벌”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6-24 10: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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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건설 신축현장 추락사 한 고 정순규 씨 산재 사건 항소심, 원심 유지
-검찰 피고인 판결 너무 가볍다 양형부당 주장했으나 재판부 ‘적정했다’기각
-항소 기각 직후 “이게 정의냐”분통 터뜨려…1인 시위 및 대법원 상고 방침
▲지난 23일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추락사 유가족과 중대재해없는부산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 등은 항소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를 규탄했다. <사진=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제공>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경동건설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한 고(故) 정순규 씨 사건과 관련해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안전관리 책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엄중 처벌을 촉구해온 정 씨 유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지법 제2-1형사부(재판장 김윤영)는 지난 23일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권아무개 하청업체(JM건설) 이사에 대한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앞서 원심은 지난해 6월 경동건설 신축현장 안전 미비로 고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경동건설 현장소장과 JM건설 이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경동건설 안전관리자 1명에겐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동건설과 JM건설 법인에 대해 1심에서 선고한 각 벌금 1,000만 원도 그대로 유지했다. 

 

고인은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옹벽 면을 고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비계 바깥 쪽으로 이동하던 중 바닥으로 추락했고, 병원 치료 중 사망했다. 현장에는 안전 난간과 추락 방지용 덮개가 미설치 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해 항소심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경동건설의 업무상 주위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경동건설 안전관리자는 전체 공사의 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으면서도 관리 및 감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수직사다리를 비계 바깥 쪽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관리해 추락사고를 방지해야 하는데도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은 보이지 않고 검사가 주장하는 사유들은 이미 원심 판결에 반영됐다”라고 밝혔다. 

 

검찰 항소가 기각되자 방청석에서는 “이것이 법이냐, 정의냐”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3년 간 회사의 책임과 엄중처벌을 촉구해온 정 씨 유족들은 붉어진 눈시울로 주변의 부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실형을 피한 경동건설과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빠르게 법정을 빠져나갔다. 

 

▲지난 2021년 11월 부산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봉헌된 고 정순규 씨 2주기 추모미사 모습. 이번 항소심을 앞두고 경동건설 엄벌 촉구 탄원에 천주교계 40여 곳이 연대했다. <사진=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제공>

 

선고 직후, 유가족과 중대재해없는부산운동본부,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은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고인의 아내 김모 씨는 “3년 전 남편의 사고는 경동건설의 조작되고 은폐된 기업 살인이 분명한데 재판부는 노동부 산업재해 조사 내용으로만 기업에 유리한 추측성 판단으로 솜방망이 처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 안전 관리 소홀로 허술한 작업 환경을 방치해 사람이 죽어도 기업은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하청은 주는 탓에 책임에서 벗어난다. 이 결과로 남편은 처참하게 희생됐다”라고 분노했다

 

정씨 아들 정석채 씨 역시 “기자회견 때마다 경동건설의 이름을 언급하며 죽을 때까지 눈엣가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경동건설 본사 또는 신축 건설현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유족은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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