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 앞두고 현대차·현대글로비스, 하청노동자-운송기사 잇단 사망

조무정 기자 / 기사승인 : 2021-01-08 15: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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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프레스1부 피트에서 혼자 작업 중 하청노동자 A씨 설비에 상반신 협착 사망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글로비스, 카캐리어 위탁 운송 화물기사 폭설 예고된 날 운송 나섰다가 사망 사고
▲금속노조가 지난 5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앞에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원인 규명과 요구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노조 노동안전보건실 제공)

 

[일요주간 = 조무정 기자] 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놓고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잇달았다.


지난 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프레스1부 지하 피트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A씨가 설비에 상반신이 협착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금속노동조합에 따르면 A씨는 철판 프레스 작업 후 떨어져 나온 철판 찌꺼기인 스크랩을 압착시키는 설비인 베일러머신이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 스크랩 청소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사망했다.

금속노조 측은 “설비 점검, 정비, 청소 등의 작업을 할 경우 전원을 차단해 설비가 절대 작동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작업 절차다”며 “하지만 사망한 A씨가 스크랩 청소 작업을 하던 당시 설비는 가동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업자 협착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방호울과 울타리 등을 설치하고 작업자 신체가 접촉했을 때 설비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는 안전센서 등 이중, 삼중의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 위험설비임에도 잘려나온 스크랩과 압착된 스크랩을 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와 베일러머신에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취해져 있지 않아 A씨가 결국 참변을 당했다”고 사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제공.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위험천만한 작업으로 노동자를 내몬 현대차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 현대차는 ‘작업자가 지침을 어기고 작업범위를 벗어난 작업을 임의로 하다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A씨가 소속된 마스타씨스템은 현대차 울산공장 1~3공장의 설비 보전 업무를 담당하는 외주하청업체다. 설비를 점검하고 정비하는 업무를 하는 업체였지만 설비에 스크랩이 끼거나 바닥에 떨어진 스크랩을 청소하는 일도 일상적으로 해야 했다”며 “매일 한 차례 이상 피트에 내려가 스크랩을 치우고 점검할 때 노동자들은 설비를 세우고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설비를 정지시킬 권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한다.

이어 “이들이 하던 업무를 1차 하청업체가 담당하던 당시에는 정비 작업 시 설비를 정지시킨 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17년 현재의 2차 외주하청업체로 전환된 뒤 하청업체 사업주는 외주화와 도급비 등을 핑계로 ‘너희는 작업중지 할 권리 없다, 안전감시자도 없다’며 위험한 작업을 강요해왔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작업중지 명령서.(금속노조 제공)

 

그러면서 “심지어 당일 사고가 발생한 작업은 사전에 계획돼 있지 않은 비일상적인 작업이었다는 것이 당시 작업을 했던 노동자들의 증언이다”며 “노동자들은 1월 3일 피트에서 하는 작업 자체가 계획돼 있지 않았으나 원청과 중역이 방문하기 때문에 청소를 하라는 작업지시를 받았고 예정에 없던 작업을 해야 했다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한 필수조치 중 하나인 2인1조 작업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금속노조는 “당일 재해자를 포함해 3명의 노동자가 작업에 투입됐고 각각 호이스트로 바닥 스크랩 정리 작업, 베일러머신 1~2호기 스크랩 청소 작업, 베일러머신 3호기 스크랩 청소 작업을 진행했다”며 “혼자서 작업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설비에 설치돼 있는 비상정지스위치를 누를 수 조차 없었고 각자 설비를 맡아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2인1조 작업은 고사하고 안전하게 작업이 진행되는지 확인할 안전감시자도 배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월 2일과 3일 작업에 대해 발행된 ‘안전작업허가서’와 ‘공사전 위험성평가표’에도 작업인원을 6명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그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작업인원일 뿐이었다는 게 금속노조의 설명이다.

프레스1부를 담당하는 마스터씨스템 노동자는 4명 뿐이다. 절대 6명이 작업을 할 수 없는 조건임에도 ‘6명이 하는 작업’이라고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놓고 실제로 노동자들은 위험한 작업을 혼자서 해야 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제공.

금속노조는 “이번 사고에서 현대차의 안전보건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너져있는지 드러나고 있다”며 “총체적인 현대차의 안전조치 부실과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직후 사고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도 형식적이고 협소한 행정조치만 진행했다.

울산지청은 ‘1공장 베일러머신(압착기) 2호기 작업’과 ‘마스타씨스템의 프레스공장(1~4공장) 피트 내부 작업 일체’에 대해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현대글로비스로 부터 물류운송을 위탁 받아 기아자동차를 운송하던 운송기사가 하역 중에 추락해 사망한 현장 사진.<민주노총 광주 카캐리어지회 제공>

 

폭설 속 운송 화물차 기사의 죽음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캐리어(차량을 배송하는 화물차) 기사 B씨가 이날 밤 9시 10분께 목포항에서 하역작업 중 화물칸 2층(3.5m) 높이에서 지상으로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8일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 카 캐리어지회에 따르면 B씨는 사고 당일 광주시 서구 기아차 2공장에서 목포항으로 운송한 차량을 내리기 위해 적재함에 올라가 차량을 하역하던 중 추락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물연대 측은 당시 폭설로 인한 안전 사고 우려가 높아 배송을 늦춰달라고 2차례에 걸쳐 위탁업체인 현대글로비스 측에 요청했지만 거부하면서 물류운송에 나섰던 화물차 기사가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12월 30일은 오전 6시 10분부터 광주·목포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소속으로 물류 수송 전담 회사다.

글로비스 광주사무소의 경우 기아차로부터 운송요청을 받아 하청업체인 4개의 운송사들을 통해 108명의 카 캐리어 기사들에게 운송을 맡기고 있다.

<광주일보>에 따르면 글로비스 측은 B씨가 출발한 시간은 30일 오후 7시 20분께로 오후 6시 20분께 운송사측에 배송보류를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 측은 B씨가 이날 오후 5시 30분에 배차 운송 요청을 받아 상차 작업을 마친 뒤여서 글로비스측 배송 보류 문자는 B씨에게 해당되지 않는데다 운송보류 내용도 단체 메세지방에 올리는 게 전부라 제대로 전달이 안될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적극적인 제지가 있어야 한다고 향변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하역업무는 운전기사들의 업무가 아닌데도 글로비스 등이 운영비를 절감을 위해 기사들에게 상·하역을 강요하고 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8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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