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두 죽음에 곡(哭)한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7-22 15: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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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대한민국 근대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시민운동의 상징이며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혔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북한의 남침으로 풍전등화의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이 100세를 일기로 숨졌다.

추모객들은 하나 같이 "이제 다 내려놓고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은 자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연일 여론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남아있는 자들이 친일 매국노라 외치며 국립묘지 안장 절대 반대로 아우성치는데, 영혼인들 하늘나라에 가 평안히 쉴 수 있겠는가? 죽음으로 모든 것이 종결돼야 함에도 더 확대 재생산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두 죽음에 곡(哭)한다.

TV 화면에 비췬 서울시장 분향소에는 많은 추모객의 조문 행렬이 줄을 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장, 정부 장·차관, 여당 대표, 시민단체장 등 관계자들이 분향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그의 삶은 독재시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를 이끌며 시민운동의 선구자적 행동으로 평생을 바쳤다. 대다수의 언론은 약자 편에서 삶을 기리며 감동적인 내용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시민분향소에도 많은 조문객이 빗속에서 추모하고 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등 일부 단체가 백선엽 장군을 기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차린 곳이다. 6·25전쟁 당시 30세로 나이로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 앞에서 낙동강에 최후 방어선을 친 그는 공포에 질려 후퇴하려는 한국군 병사를 가로막고 "나라가 망하기 직전이다. 미군들은 타국 전쟁에 싸우는데 우리가 이럴 순 없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8천 명으로 2만여 명의 북한군 총공세를 한 달 이상 막아내며 전세를 뒤엎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던 6·25전쟁 영웅이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거행된 박원순 시장의 장례는 빗속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대통령비서실장을 비롯한 여당의 대표, 청와대 고위관리, 국회의원과 장·차관 재계 대표와 각종 사회단체 수장들이 길게 늘어서서 분향하며 애도했다. 그의 오랜 정치적 동지들, 유족 대표가 비감한 목소리로 그의 공적을 추도했다. 영정 앞에는 하얀 국화꽃이 쌓였고 식장 전면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걸려있다.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비가(悲歌)가 가슴을 저몄다. 고인의 업적이 조문객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지만, 여당 정치 지도자들의 정치적 감수성이 이 장례식을 국장급 품격을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대 가장 뜨거운 인권 시민운동가였지만 미투 바람에 휩쓸려 서둘러 생을 마감해야 했던 그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영정 속 사진의 웃는 모습은 금방이라도 무슨 말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이 침묵했다. 그 침묵이 살아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생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우지만, 침묵은 분석되는 것이 아니다. 산 자들이 해석할 수 없는 번뇌와 고통 속에서 자살은 수행되는 모양이다. 망자의 죽음에 관한 많은 의혹이 기사들을 읽으면서 내가 확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은 그분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추모 메시지가 없이 진행된 대전현충원 안장식은 정부 여당 관계자들 불참한 가운데 실시되었다. 보수단체와 헤리스 주미대사, 에이브람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등 미 정부, 군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운구행렬을 대전현충원 앞에서 광복회회장이 "일제 매국노 국립묘지 안장 결사반대'를 외치며 막아섰다. 그는 미군의 추도사(전쟁 영웅)를 '내정간섭'이라고도 했다. 이 현실을 바라보며 구국 영웅을 보내는 국민 한 사람으로 마음이 무겁고 이 현실의 이해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분명하지도 않은 백선엽 장군의 친일 행각을 문제 삼아 서울현충원에 모시자는 각계의 의견을 외면했고, 대통령의 조문도 없었다. 친일 관계 해석이 추상적인 이유로 국가 영웅의 죽음에 대통령의 조문을 받지 못한다면 국가는 어디에 있고 헌법은 왜 필요한가. 국가는 추상적 질서이고 헌법은 장식적 규범인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호국영웅의 마지막 길이 논쟁으로 얼룩지고 있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고인(故人)들의 행동이 여러 갈래의 정치적 스펙트럼으로 해석되면서, 무장된 정치 언어들은 다시 격렬한 적대행위에 돌입했다. 사자에 대한 미를 통해 권력 집단의 적법성, 엄숙한 고결함의 연대를 다지는 장에는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에 과(過)는 과, 공(功)은 공이라며 미화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구한 백 장군의 공(功)에는 눈감고 과(過)만 억지로 만들어 왜곡하고 있다.

두 사람의 일생이 바다에서 쟁기질했을 뿐인가? 지난 일주일 동안 SNS에 쏟아진 소음과 적개심을 보면 구체성을 상실한, 인생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과 글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입 가진 자 다들 한마디씩 뱉는 형국인데, 대부분은 허공에 내던지는, 불필요한 단어들이다. 위대한 삶의 마지막이 몰락으로 내치는 세태를 보며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사실은 누가 뭐래도 두 사람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들이라는 것이다.

대권의 금의환향으로 부모님 묘소에 고(告)해야 함에도 참담한 귀향으로 부모님 곁에 누운 그를 보며 곡 한다.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에 안장돼 자자손손 존경을 받아야 함에도 대전현충원에 누워 언제 파묘 당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굴절된 현실에 곡한다. 빗줄기도 슬픈 듯 소리 없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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