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설날 새 아침에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2-07 15: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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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장구(長久)히 흐르는 세월은 내일이라고 어제와 크게 다를 리 없건만은, 세시의 매듭이 분명한 해 바뀜의 오랜 습속을 새삼 고맙게 여기는 오늘이다.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오랫만에 모인 가족들과 세배를 받으며 오래전 아버님께서 주신 말씀 한마디 "부끄럽지 않게, 잘 살자" 라는 덕담을 상기했다. 새 아침 소박한 덕담에 새 소망을 걸어 보는 것은, 지나 온 묵은 해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새 날 아침에 지난 해의 봐왔던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일면을 되돌아보는 것은 기해년에는 우리 모두가 부끄럼 없이 잘 살도록 바라는 맘에 되짚어 본다.
한국미래기술회장 엽기행각 및 갑질폭행. 빙상계 성추행 사건. 예천군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낮뜨거운 행각. 열흘 내내 부동산 투기문제로 신문 일 면을 장식한 국회의원 한 사람의 원맨쑈. 인사청문회를 생략한 강행인사. 그것을 대응하는 여ㆍ야 정치권의 소모 정치. 여당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 예비타당조사 면제에 도깨비 방망이를 뚝딱 친 정부. 명성 높은 언론인의 폭행, 뺑소니, 배임 논란 등. 크고 작은 많은 사건들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한 사람들의 낮뜨겁고 사건들이 있었다.

정권의 예비타당성면제 등 기타 정책에 이렇다 저렇다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회의원직을 가진 공인의 부동산 취득을 '투기다, 아니다'로 시비를 가려 판단하려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이나 그 주장 내용 여하간에, 우리는 그 사람들이 내세우는 기준이 내로남불 이기에, 그들의 태도와 눈빛과 언사에서 '천상 천하 유아 독존식'의 권위와 그 분위기가 개탄스러웠다. 특히 공인은 자신의 문제를 국민들이 보는 잣대로 들이댔을 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다 옳다고 행하는 것이 다 옳은 것만 아니다. 정권이 법으로 행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더불어 다함께 잘사는 세상은 강자나 약자나, 부자나 빈자나, 힘과 돈의 있고 없음에 구애받지 않고 교만하지 않아야 하고 비굴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분명히 지켜져야 할 삶의 기본이며 살아가는 지혜이다. 어느 때고 자기 목소리는 바른 말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분명한 것은 다시 없을 것이다.
할 말은 하고 들을 말은 들어야 한다. 비판은 그 사회와 역사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우리는 한 때의 삶에 가치를 두지 않고 영속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가자.

지금 정치권엔 서민들을 위한다며 온갖 그럴 듯한 말들이 난무한다. 서민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는 게 우려스럽다. 진정 서민을 위한다면 이젠 그런 말들이 구두선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다짐하며 실천적 방안을 강구도록 노력해야 한다. 훌륭한 도덕률이며, 규범은 항용 잊어버리기 십상인, 가장 인간의 약점임을 우리 모두는 자인하면 말이다.

어느 때 어느 세상에서도 정칙(正則)과 정도가 옳고 바른 것임은 변함 없었다. 가진자들이 반측(反側)과 사도를 통해서 입신하고 양명하며 부귀하고 영화를 누리는 것을 바라볼 때, 그렇치 않고 성실하게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고통을 느끼고 분노하며 마침내는 사회 불안의 요소로 싹튼다. 게으른 자가 부지런한 자보다 잘살게 되거나 악인이 착한 사람을 내어쫓아도 벌을 받지 않는 사회는 병들고 나쁜사회다. 순리보다 무리로써 일을 처리하려는 자들이 출세 다툼을 하는 사회에, 정의가 살아 남을 수 없다.

어느 해도 그리했듯이 올해도 어느 때보다 어렵다는 예측지표가 언론 매체마다 톱 뉴스다. 사회면은 낮뜨거운 새로운 기사가 연일 보도된다. 이럴때 일수록 우리 모두는 염치와 부끄러움을 아는 생활로 혼자가 아니고 여럿일수록 다 함께 잘 사는 길을 찾는 지혜를 짜내자. 주변환경과 사회적 여건이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찬 내일을 위해 이 아침에 올 한 해도 당당하게 잘 살수있도록 기원하며 윤동주의 '서시' 한 구절을 떠올린다. "죽는 날까지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리고 나한태 주어진 길을 가야 겠다." 를 되뇌이며 여명이 온 누리를 밝히는 설날 새 아침에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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