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법 잣대보다 도덕적 잣대가 중요한 이유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9-21 15: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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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ㆍ보수 두 진영 싸움으로 정신적 내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세력은 동일한 사실을 상반된 견해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세기말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사건을 두고 진보 언론은 산으로 가자하는데 보수 언론은 바다로 가야 된다고 한다.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즉 진영논리가 국민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있다.

조국 사태는 1년이 지나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새로운 양상으로 자가 번식하고 있다. 최근 조국 전 장관을 지지하는 인사들 이 발간한 '검찰 개혁과 촛불시민' 책이 조국 백서로, 반대로 조국 전 장관과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출간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책자는 조국 흑서로 불린다. 엄밀히 보면 백서ㆍ흑서는 특정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영 간, 진영내 갈등이 불러온 코미디 현상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두 책은 철학도 지향점도 정반대지만 상대방 의견은 전혀 수용 않는다는 점에서는 똑같아 역설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다.

백서의 주 내용은 조국 전 장관을 향한 검찰의 무차별적인 수사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를 비판하는 것으로 조국 전 장관을 추종하는 세력이 피해 망상적 사고(思考)에 내 편 보호를 위해 쓰여진 내용이다. 이에 맞선 진보측에서 갈라져 나온 지식인 5명'(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진중권 교수, 서민 교수, 강양구 기자)이 조국 사태에 대담 내용을 엮어 책으로 출간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주 내용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는 부제에 그 뜻이 오롯이 함축돼 있다.

민주화운동 시절 같은 배를 탄 동지에서 갈라 선 두 세력 사이에 이젠 건널 수 없는 거대한 강이 생겼다. 장강(長江)의 물결 속에 조국 전 장관은 사람을 가르는 선(線)이다. 유시민도 사람을 가르는 선이다. 특정 사람을 두고 대한민국에는 네 부류의 사람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그리고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과 유별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 나라에서 특정 사람은 사람을 가르는 기준 선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 교수도 세상 사람을 가르는 선이 되었다.

서점가에는 백서ㆍ흑서 돌풍이 일며 베스트셀러 경쟁을 치열히 벌리고 있다. 두 책이 화재에 오르며 때 아닌 활자 전쟁도 시작됐다. 책 속엔 무림의 고수들이 칼보다 더 날카로운 펜으로 긁어 검은 선혈이 낭자하다. 문장에는 괴변과 비웃음이 불화하고 불화의 양상이 감정의 앙금을 쌓아가고 있다. 매스컴마다 경쟁적으로 판매 부수를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경쟁 그 밑바닥을 보면 책이 많이 팔리는 숫자의 개연성이 내 편 우위와 연관이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백서 추진위 사람들은 조국 전 장관을 정의와 양심적인 사람으로 추켜세우며 검찰에서, 언론에서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백서에 담긴 주장처럼 이 나라 검찰은 죄 없는 사람을 잡아 죄를 조작해 씌우는 곳이라면 지금 대한민국은 공안 정국의 전제주의 국가인가. 그가 비록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반드시 국민 정서와는 무관치 않다. 법은 용(用)이고 정서는 체(體)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리되지 않는다. 정확과 공정성을 보도 하는 언론이 사명을 망각한 체 특정인의 행적을 악의적으로 음해 보도했다면 언론은 이 사회의 암적 존재인가. 몽매한 질문에 국민들은 헛갈린다.

흑서에는 그 주장이 올바르지 않기에 사기극이라며 제대로 사과는 커녕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 할 검찰이 고분하지 않아 검찰 길들이기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반박했다. 조국 전 장관의 행동을 보면 법 전문가답게 법을 잘 이용해 어불성설의 억지 주장을 한다고 되물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진실이 아니라 내 편을 위한 '정치쇼'라며 백서를 평가 절하했다. 두 세력은 호소와 반박으로 부딪쳐 국민을 갈라치며 내 편 논쟁에 불을 댕겼다.

모든 중요 쟁점에 등장하는 단어가 국민이고 국민이 볼모로 잡혀 있다. 지난 조국 대란 내용은 결국 국민을 위한다는 것인데 그들이 주장하는 국민이 누군지를 국민은 헛갈린다. 제발 이젠 국민팔이를 그만 좀하자. 당신들의 정서가, 경제 능력이 국민과는 하늘과 땅 차이 아니냐. 곤죽이 되도록 일해도 먹고 살기 바쁜 국민을 아수라판에 몰아넣지 말아 달라. 이런 일 아니어도 코로라 쓰나미로 국민은 고달프다. 지금 벌이고 있는 놀음은 국민과 아무 상관이 없는 가진 자들의 소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법 위반이 없다며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사람 중에는 판, 검, 변호사 출신 법률 전문가 다수가 있어 조국 사태를 법 논리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본질을 잘 들어다 보라. 국민 정서는 고개를 가우뚱하는데 위법이 아니니 '정치적 순교자'라 주장하는 게 과연 올바른가를. 어떻게 지도자가 일반 국민과 똑같은 잣대로 세상과 맞서는가. 지도자는 법률적 잣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도덕적 잣데'로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 나라는 욕먹을 용기가 있는 지도자는 보이지 않고 대중의 분노와 증오를 숙주삼아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선동가는 차고 넘친다. 왜, '당신들'만이 옳고 정의롭다고 주장하는가. 시대의 거울인 역사 소설에는 자리를 잃은 자들은 세 가지 반응으로 자신을 다듬는다고 기술했다. 이(齒)를 가는 사람, 칼(刀)을 가는 사람, 먹(墨)을 가는 사람이다. 이를 갈면 자신의 건강에 해롭고, 칼을 갈면 누군가를 헤쳐야 하고 피를 부른다는 말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먹을 갈아 수양을 하면 인품이 더 커질 것이다. 연일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당신들은 무엇을 갈아 국민 앞에 섯는가. 다시 제 잘났다고 정치적 패거리를 모아 편당 정치를 하며 국민을 허수아비로 몬다면 그 정치는 끝끝내 국민에게 민패만 끼치는 세력이 될 뿐이다.

지금 매스컴의 연일 톱을 장식하는 김홍걸의원, 박덕흠의원, 추미애 법무부장관도 불공정에 따른 국민 정서 잣대로 혹독한 여론에 지탄을 받고 있다. 지도자는 법 잣대보다 국민 정서라는 잣대가 더 무섭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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