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5.18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5-27 16: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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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폭염 주의예보를 불러온 오월 햇볕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여름 날씨처럼 불볕이다. 해마다 이맘때는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움으로 몸살을 앓고 지나는 게 있다. 정치권에서 5.18을 땔감으로 용광로를 뜨겁게 달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어두운 역사의 상처인 광주민주화운동은 39년이 지난 지금도 성역이고 꺼내지도 마 시대다. 상처가 깊으면 상처 난 부분은 살짝만 건들어도 덧난다. 그걸 모르는지 일부 정치인은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를 하며 정국에 불을 댕긴다. 또 다른 정치권에서는 상처를 이용 지지세력 결집과 상대방을 궁지에 모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5.18 근간에는 정치권 당사자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시각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놓여있기 때문에 언제든 성냥만 그으면 폭발하는 화약고이다.

5.18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망월동 국립묘지 기념행사장에서 야당 대표에게 물세례와 의자를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단순 이유야 5.18을 폄훼한 일부 국회의원 징계라는 명목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광주사태를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지정하고 특별법 제정으로 피해자를 보상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세 대통령을 거치면서 15년 동안 법률적 사회적 명예회복, 진실규명, 보상이 이루어졌다 보았는데, 지금 또다시 헬기 사격, 암매장, 성폭력 등 추가 의혹을 여권이 제기했다. 이에 한국당은 북한군 개입설과 유공자 명단공개라는 맞불을 지피며 39년 전 사건을 다시 불러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여ㆍ야당 내년도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 시간이 많이 지난 사건이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서 각자 유불리에 따라 이용되고 있다. 당시 일어났던 계기를 한 번 되짚어 본다. 1980년 5.18 오늘, 한국 민주주의의 현대사는 새로 쓰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사건이 광주에서 발생했다. 도청에는 계엄군의 총에 산화한 시민군의 붉은 핏자국으로 얼룩졌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적 방식으로 사태가 끝났을 때, 우리는 비로소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를 고뇌하기 시작했다. 그 시대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들은 광주에 대해 큰 채무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를 향한 지난(至難)한 걸음이 시작되었다. 그 광주항쟁은 군사독재 부활 시도에 대한 저항인 민주화 운동의 연장이자, 훗날 제2의 광주 유혈을 저지하여 6월 시민 항쟁의 평화적 성공으로의 ‘자양분’이었다. 87년 6월 넥타이 부대라고 불리던 시민들이 주체가 된 민주항쟁이 한참일 때 전두환 정부는 이를 무력으로 진압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지만, 광주의 악몽 때문에 실현할 수 없었다. 이처럼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주의를 새로이 쓴 기념비적 사건이다.

왜 많은 희생과 값비싼 대가를 치른 5.18민주화운동이 특정세력의 전유물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돼야 하나.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론적 사고에 언제까지 메여야 하나. 여·야는 국민들이 나란히 설 수 있도록 서로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 이 문제로 인해 처해 있는 나라 상황을 똑바로 인식하자. 모든 사회는 그 사회의 제도, 조직, 일상에서 작동하는 나름의 중심 원리를 갖고 있다. 어떤 사회는 공존과 연대의 가치 위에 세워져 있고, 어떤 사회는 공평한 경쟁과 기회를 중시하며, 어떤 사회는 힘 있는 자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중심의 원리는 과연 무엇이기에 광주항쟁 가치를 정치적 이용의 산물로 전락시키는가.

정치권은 광주항쟁 문제는 더 이상 정치 쟁점화하지 않아야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정치인들을 통해 드러난 현실의 특징이나 시대정신은 상당수 사람들이 광주의 문제를 보수와 진보의 싸움으로 가정하고 진보. 즉 자신들을 선으로 보수를 악으로 돌리는 경향에 젖어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피해 의식과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너무 쉽게 단정되고 정당화된다. 세월호를 촛불로 엮어 정권을 잡는 데 성공한 민주당은 경제정책 실패 궁지에서 야당이 제기한 5.18 공청회 악재를 호재 삼아 다음 총선까지 두고두고 마른행주 짜듯 우려먹을 공산이 크다. 이처럼 작금의 5.18은 본질에서 비껴간 정치권의 고단수 일거양득 선거 전략과 맞물려 있기에 여·야 모두 과거사를 이용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하는 것이다. 이것은 위대한 광주 정신을 모독하는 행위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얕은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해서야 되겠나.

지식인에게도 책임이 있다. 각계 많은 식자들이 사석에서는 이제는 5.18이 정치에 그만 이용되어야 한다. 사십 년이 지난 사건을 지속적으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하는 건 돌아가신 영령들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이야기하면서도, 다만 사견을 공론화하면 몰매 맞을 분위기여서 아무도 나서서 현실을 이의제기치 않는다. 뜨거운 감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몸을 사린다. 고위 공무원들도 아닌 게 아니라 광주항쟁에 관한 직언만큼은 마다하여 선무공신(宣武功臣) 지원자 하나가 없다는 참으로 안타깝다. 세상을 다스리는 데 있어서 제일 소중한 것이 믿음이다. 믿음은 정직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만이 거짓은 아니다. 알면서 말 안 하는 것도 부정직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밀도가 높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밖으로는 미·중 무역 전쟁의 파도가 빠르게 한반도로 밀려오고 있다. 북핵에 관한 북미회담이 단 일보도 나가지 못한 상황이다. 북한은 보란 듯 미사일을 쏘며 남북 실무자 회담 요원도 철수했다. 나라 안에서는 완장 찬 민노총이 철 만난 듯 법질서를 희롱하며 경찰에게도 폭행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안·밖으로 이처럼 위기의식의 어두운 그림자 드리워지고 있다. 나라가 이럴진대 정치권은 5.18 문제를 주판알을 놓고 있다.

이제는 그만, 광주 영령들의 잠을 깨우지 말자. 그분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숭고한 뜻이 특정인들의 전유물로 이용되는 것은 '불편한 진실'로 분열된 사회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여·야는 국가를 위한다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경쟁을 하면서 실은 당리당략을 탐닉하는 속물 정치가 되어 버린 현실 정치에서, 우리는 과연 39년 전 온 몸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또 다시 독재 논쟁으로 수령에 빠져야 하는가. 광주문제로 인한 여·야 갈등을 단순 봉합시키는 것보다 한 차원 높게 승화 시키자. 우리 시대가 겪은 광주민주화운동이 후세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위대한 역사로 기록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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