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광장] 과유불급(過猶不及)도 무색한 오만(傲慢)의 극치

남해진 논설주간 / 기사승인 : 2019-04-08 16: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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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진 논설주간
[일요주간 = 남해진 논설주간] 4·3 보궐 선거가 지난주에 끝났다. 전패(全敗)의 민심을 감지했다면,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주말 강원도 양-간에 번진 대형 산불이 민관군의 협력으로 힘겹게 진화되었다. 이재민은 물론 국민의 가슴에도 잔재를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중폭 개각에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임명을 기어코 강행했다. 애당초 여기에 ‘설마’라는 가정은 필요치 않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격언도 이쯤에서는 사치에 불과하다.
두 후보를 흠결투성이 부적격자로 판단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청문 보고서 채택 불가,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외쳐왔다. 빗발치는 여론의 화살에도 문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리의 46인 젊음이 희생된 천안함 폭파사건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우발적 사건’이라고 나불대다가 국회 청문회에서는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 번복하며 에둘러댄 사람. 강한 친북 성향의 인사로 무책임하고 저급한 막말을 일삼아 왔던 그는 국방부 장관으로서는 분명 부적격의 인물이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 장관의 경우는 어떠한가. 장남의 이중 국적 보유 및 병역 검사 연기, 남편과 연관된 대기업의 수백억 수임료 문제와 거액의 집 리모델링 비용 업체 대납 의혹, 그 외에도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청문 자료 제출 거부 등으로 연일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아 오지 않았던가.

앞서 문 대통령이 지명한 7명의 후보자 모두를 자격 미달과 중대한 흠결을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가를 선언했다. 몸통으로 언급되던 김연철·박영선 후보를 보호하기 위한 ‘사석 작전’으로 조동호 후보를 지명 철회했고 최정호 후보가 자진해서 사퇴했다. ‘꼬리 자르기’에 다름 아닌 처사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야 공수(攻守) 위치만 다를 뿐, 개각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구태의연한 행태의 국회 청문회.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는가.’ 하는 무용론(無用論)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제왕적 대통령제’라 일컬어지는 우리 정치 구조와 환경에서 인사청문회는 정권의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인사권에 대한 제한으로 도덕적 검증, 정책적 역량과 업무추진 능력 검증을 통해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인사를 하게 하려는 목적의 법률적 장치이다.

「인사청문회법」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6월 16대 국회 출범 직후에 제정되었다. 지금껏 청문 과정에서 낙마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2명,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3명, 박근혜 정부 7명이며,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이 된 지금까지 9명이다. 후보 검증의 구조적 문제와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중차대한 문제가 있음이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대법관 등의 임명에는 헌법상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반해 모든 국무위원,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률의 미비로 야당이 결사반대하면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은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입법 취지와 상충하는 불합리한 권한이다.

인사청문회법에 의하면, 국회 청문위원들이 청문 대상 후보자와 관련된 직접적 자료를 기관에 요청할 경우 기관은 5일 이내에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후보자는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외에는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빌미가 되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2016년 20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40여 건 발의되었으나 해당 소위에 계류되어 있을 뿐 운영위를 통과한 경우는 아직 없다. 이 법의 미비점(未備點) 보완에 대해서 여당은 과도한 신상털기 보다는 특위에 도덕성 검증 소위(小委)를 두며, 정책과 능력 검증에 비중을 두는 ‘청문회 제도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 직속 인사검증 전담 조직을 신설해서 국회 인사 청문 요청 시 의무적으로 사전 검증 자료를 제출케 하는 ‘사전검증 강화’에 비중을 두고 있다. 책임 소재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를 뿐, 대동소이 같은 내용이다. 협치의 자세로 상호 통 큰 합의를 하면 될 일이고, 청문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할 수 없게 법제화하면 해결될 일이다.

미국은 다양한 기관과 채널을 통해 후보자와 가족에 대해 항목별로 치밀하게 ‘사전 검증’을 한 후 이를 통과한 후보자만 상원 청문회를 통해 인준을 받게 한다.
우리의 경우, 인사 추천은 인사수석이, 검증은 민정수석이 한다. 청와대 인사 라인이 1~3명 후보자를 정해 비서실장·민정수석·인사수석·정무수석 등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에 올려서 논의하면, 그 결과를 두고 대통령이 지명하는 시스템이다.

청문회 보고서 채택 불가는 국민의 눈높이와 맞닿아 있다. 문 정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직권으로 임명한 장관급 인사가 벌써 10명이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으나 이는 국민도 안중에 없다는 막무가내 통치행위의 표현이며 불통과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강풍 화마에 쓸려가는 초토화 화재 현장이 아직껏 뇌리에 생생할 것이다. 민심도 결코 이와 다르지 않다. 순리를 거역하고 역린(逆鱗) 하면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격랑이 또한 민심이다. 그 징조가 감지되는 지금,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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