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今臣戰船 尙有十二 금신전선 상유십이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7-16 17: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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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1597년, 정유재란 당시 조선의 임금은 무능하고 비겁했으며 조정은 혼탁했다. 오랜 전쟁으로 민심은 흉흉하였고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조정은 칠전량 전투에서 조선 수군이 왜군에게 참패하자 수군을 없애고 육군에 편입하라는 교서를 내린다. 이에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今臣戰船 尙有十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오히려 지켜낼 수 있습니다."라며 조정에 '장계'를 올렸다. 끝까지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전투에 집중했던 이 글은 정치인들이 결기를 다질 때마다 쓰인다.

이순신 장군의 결기가 더욱더 뜻깊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열린 블루 이코노미 경제 비전 선포식에서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라고 했다. 원고에는 없던 부분을 작심 발언한 것은 한·일 갈등 사태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극일의 결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징용 판결에 따른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우리 사회는 반일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일본 국민도 절반 이상 대한 수출 규제에 찬성한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 판결에 따른 책임을 1965년 한·일 기본 조약 협정으로 종결되었다 주장하며, 이에 따른 보복 조치로 반도체 핵심 소재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였다.

속 좁고 옹졸한 처사를 한 아베 정부에 우리가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 일본은 관·민·재계가 일치하여 사전에 치밀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전술로 수출 규제와 이에 따른 한국 내 반일 감정과 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자국의 반한 감정을 이용하여 국내 선거판의 쟁점을 잠재우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선거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아베 정권의 수출 규제는 선거 전략이자 경쟁국 한국 경제 중추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꺾는 전술이다.

승리하는 자와 패배하는 자는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있다. 그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느냐, 보고 싶은 것만 보느냐의 차이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풍전등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선조와 조정 신하들은 늘 진실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당쟁으로 일관하여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 현 정권도 스스로 바르고 정의롭다는 생각에 한국 내에서 쓰는 법 논리를 일본기업에 적용 배상을 요구했다. 이것은 국가 간의 조약을 무시한 채,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3권분립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징용 문제를 방치해 사태를 키웠다. 그 결과로 우리 수출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마지막 어전회의에서 척화파의 누군가가 항복문서를 찢자 이를 주워 모으자 이가 있었다. 그는 '사직에는 이를 찢어 버리는 이도 있어야지만 이를 주워 모으는 이도 있어야 한다.'는 명언을 남긴 분이 있다. 바로 이조판서 최명길이다. 조국 민정수석은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올려 선동정치를 하며 국민들에게 민족주의 애국심을 자극하여 대일 전선에 내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선 확대보다 일본의 의도를 바로 알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일본은 배상을 빌미로 이참에 아예 한국 경제의 허리를 꺾으려 하고 있다. 우리는 잘못 포장된 현실과 실제 간 갭을 메울 전략을 세우지 않고 잘못된 오판으로 무조건 돌격 앞으로 식의 맞대응은 조직이 대참사로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 아직도 전선이 열두 척 남아 있습니다. 또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비장한 대사를 남겠다. 이런 각오를 가슴에 안은 채 배가 열두 척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133척의 왜군 적선과 싸워 대승을 거두는 모습은 생각만으로 통쾌하다. 이는 왜군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지형을 이용한 전략과 전술, 이순신 장군 뛰어난 리더쉽이 때문이다. 만약 냉철한 현실 인식과 지피지기의 전략 없이 무조건 하면 된다는식의 임전 불퇴 정신만으로 앞으로 전진만 했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승리는 고사하고 우선 병사들이 믿고 따르려고 했을까? 아마 명량 대첩의 대참사는 불 보듯 뻔했을 것이다. 흔히 아무런 대책 없이 앞으로 진격하는 것을 '무대포'란 말을 쓴다. 상대는 대포를 가지고 싸우는데 그에 대적할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싸우러 나가면서도 승리를 자신할 때 쓰는 말이다. 왜군이 이순신 장군에게 진 이유는 수의 우세만 믿고 무대포 정신으로 조선 수군을 무시하고 싸웠기 때문이다.

한·일간 현재 처한 상황은 420년전 조정이나 지금의 정부나 다를게 없다.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일본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산된 행동으로 보복을 가하는데 어떻게 대적해야 저들의 야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건가를. 우리 기업의 목을 옥죄는 수출 규제의 파고를 헤쳐나갈 최명길 같은 사람은 주변에 있는가를. 결기만 앞세운 우리에게도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는 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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