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치의 장(場)이 된 광화문 광장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10-14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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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광장(廣場)의 역사가 짧고 문화가 정립되어 있지 않지만, 서양에서의 광장은 역사가 길다. 광장의 기원이 된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로부터 로마의 포룸, 프랑스 대혁명을 목격한 파리 콩코르드, 시민의 휴식처 바르셀로나광장 등 중세의 시민 광장과 근대의 도시 광장에 이르기까지 광장은 서양 르네상스 문명의 특징적인 제도로 기능했다. 특히 정치사에서 광장은 서구 민주주의 발전의 요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광장의 특성으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집단성이다. 광장은 다수의 군중을 필요로 하고, 거기서의 사고와 행동 양식은 집단적일 수밖에 없다. 다수한 타자(他者)를 배려해야 하는데서 나오는 고귀한 민주주의 원칙들은 모두 이 집단성에서 갈리고 닦였다.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계급의 우열, 위계가 없다. 광장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은 그곳에 나온 군중들은 모두 평등하다는 전제를 부여했고, 광장 중심의 정치 활동은 다소의 역기능보다 많은 장점이 있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저항적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어 왔다.

지난 해 조국 법무장관의 퇴출을 외치며 보수 세력이 광화문 광장에 200만 시민이 모았고, 이에 맞선 진보 세력의 서초동 집회도 많은 군중을 동원, 검찰개혁을 외쳤다. 보수, 진보가 서로 세를 과시하며 이른바 광장 정치에 불을 댕겼지만, 일상화된 집회로 몸살을 앓아온 광장이 언제부턴가 갈등으로 얼룩진 공간이 되었다.

2016년 12월, 세종대왕이 굽어보는 광화문 광장에 집결한 국민들의 표정은 추운 날씨에도 자못 비감했다. 그들 손과 손에는 촛불이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이른바 촛불집회, 대통령 주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규탄으로 시작 된 촛불시위는 박근혜대통령 퇴진이라는 시위로 이어져 사상 초유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 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장시간에 걸쳐 공간을 점유, 주변 시민들에게 불편을 줬고, 지난 8월1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독교세력의 광복절 집회는 코로나19 재 확산의 기폭제가 돼 많은 국민의 원성을 샀다. 이처럼 똑같은 공간이지만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광장은 '화합과 활력의 용광로'가 되기도 하고 '폭력과 대결'의 장이 되기도 한다.

광장 집회에서 가장 큰 정치적 이익을 챙긴 여당은 보수 기독교 세력의 광장 각 종 집회를 불순한 군중동원이며 내란 선동이라 몰아부쳤다. 정부도 10월3일 집회를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허하였다. 전경버스와 철제 펜스로 2중 철벽을 쌓아 집회 세력의 출입을 봉쇄 하였으며 10월9일 집회도 같은 이유와 같은 방법으로 봉쇄, 주변 일반인 통행까지 불편을 주었다.

촛불시위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과거 이명박정권 때 광우병 시위를 봉쇄 하고자 전경버스와 컨테이너로 광화문 광장 출입을 막은 것을 '명박 산성'을 쌓았다며, 세계 유래에 없는 짓이라며 비난을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조금도 모자람이 없는 '재인 산성'을 쌓았다. 그것도 모자라 광장으로 통하는 청계천 물길 산책로도 폐쇄했다. 이러고도 자신들은 괜찮고 떳떳하다 말 할 수 있는가.

여당은 광장 정치의 무서움을 잘알기에 재인 산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며 광장에 철벽의 성을 쌓고 시민의 통행권을 가로 막았다. 그들이 광장을 봉쇄한 이유는 코로나19 방역 때문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마저 침해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하다고 강변했다. 코로나를 빌미삼아 보수 세력의 행동을 꽁꽁 묶어 두겠다는 심산이다. 방법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수단이 방법을 앞질러서야 되겠는가. 이러서 불화는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주변 정치인은 얼마나,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무엇이 두려워 민심 표출을 원천 봉쇄할까. 국정감사를 앞두고 묻혀 있었던 울산시장선거 불법개입 의혹, 윤미향 의혹, 부동산 파동, 현 정권 고위층의 관련 의혹이 짙은 라임 자산운용과 옵티머스펀드 금융사기 사건 등, 각 종 부조리와 비리가 밝혀져 광장에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정권에 치명적 타격과 다가오는 보궐 선거에 미치는 영향 때문으로 원천 봉쇄를 하였다 보여진다.


제발 이러지는 말자. 국민이 '속이 뻔히 보는 짓거리는 좀 하지말라' 하면, 따지기를 좋아 하는 당신들은 또 그렇지 않다고 목청을 높여댈 테지만 말이다.

오늘도 세종대왕은 차벽에 갇힌 채 텅 빈 광장을 굽어보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 그래서 내가 한 마디 말 올린다. 대왕마마 '산성'이 초라해 부끄럽고 미안하옵니다. 부디 통촉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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