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언론사 검찰 출입금지" 언론 감시기능 무력화 우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11-08 17: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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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터치]
▲ 최충웅 박사.
[일요주간=최충웅 언론학 박사] 범무부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誤報)'를 낸 언론사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금지시키는 계획을 내놓아 논란이 뜨겁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30일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안’을 제정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규정안에는 언론이 검찰 수사상황과 관련해 오보를 낸 경우 정정·반론보도 청구와 함께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다. 사건 관계인의 공개소환은 금지하고 출석과 조사, 압수수색, 체포 및 구속 등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검사나 수사관은 맡고 있는 형사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국민 알권리를 위해 공개가 허용되는 경우에도 전문공보관의 공보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기소된 이후에도 죄명과 공소사실 요지, 공소 제기 방식인 구속기소, 불구속기소 등 수사 경위만 제한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오보로 인해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과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사생활 등 인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이러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훈령이어서 별도 입법 절차도 필요 없다.

그러나 오보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와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절차방법도 따로 없어, 언론의 감시 역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과 논란이 뜨겁다. 오보여부를 법무·검찰 당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독소 조항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보 여부를 수사 담당자가 결정하게 되면 다분히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특정 언론을 찍어 적용할 경우 ‘권력 감시’라는 언론의 역할을 무력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명예를 훼손하거나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의 기준과 오보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으로 검찰이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가 나오면 오보로 낙인찍어 출입을 제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무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언론사와 대한변호사협회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이 과정이 제대로 거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훈령 제정 전에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했지만, 기자협회는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당장 기자들 반응은 매우 격앙된 분위기다. 한국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언론의 감시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31일 성명을 내어 “언론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출입제한 가능성도 열려 있어 ‘언론 통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성명을 통해 “언론 감시 기능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고, 검찰이 제공하는 보도 자료만 진실인 것처럼 써야 한다면, 언론 길들이기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 미국에서는 연일 트럼프 탄핵과 관련된 범죄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다. 나라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습과 법제가 다르지만, 미국 경찰은 피의자를 체포하면 얼굴 사진 찍어 혐의 사실과 함께 언론에 공개부터 한다. 범죄를 저질렀으면 사회 공적 영역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다.

피의자 인권도 보호돼야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국민은 알 권리 또한 중요하다. 누가 무슨 혐의로 체포됐고 수사권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언론은 감시할 의무도 있다.

피의자 인권이 있다면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의 가치가 상존한다. 상호간 의 가치가 충돌이 안 되게 비례 원칙으로 조화롭게 적용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 법무부 훈령은 ‘피의사실 공표죄’라는 한쪽 가치만 대변하고 있기에 실효성이 없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 법조계의 해석이다.

언론도 국민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의 균형에 대해 지속적인 고려와 접근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기자의 출입금지나 브리핑 제한 등은 기자단 내부 규약이나 가이드라인으로도 얼마든지 제도적 장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이 기존 국회법 및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 자료제출 관련 법률에 따라 법무부에 특정인에 대한 공소장을 요구할 경우 법무부가 법률이 아닌 훈령으론 이를 거절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수사와 관련한 피고인의 공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소속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을 언론과 국민에 공개하며 보도되고 있다. 이번 조국사태 관련 공소장도 이런 방식으로 언론에 공개됐다고 한다.

부패범죄나 권력형 범죄 같은 사안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충분한 공보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 누가 무슨 혐의로 체포됐고 수사권은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언론은 감시할 의무가 있다. 특히 공적 인물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과 국민의 알권리를 법률이 아닌 훈령으로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진정한 검찰 개혁에 역행한다는 것이 사회 각계와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재판 공개는 헌법 원칙인데 '밀실 수사'로 정권 비리를 그대로 덮어버리는 사태를 전혀 배제할 수 있겠는가. 부정부패 비리의 의혹 제기는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요 순기능이다. 수사기관이 장벽을 치고 입 닫으면 오히려 부정확한 추측·왜곡 보도로 인권침해가 늘어날 역기능 소지를 안고 있다. 진정 피의자의 인권을 위한다면 수사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것이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언론의 많은 의혹 제기에 대해 정부 여권에서는 ‘오보’가 많다고 했고, 조국 씨와 가족들은 이를 ‘기짜뉴스’라고 일관했다.

이번 훈령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 법무부 차관을 불러 "아주 시급한 과제"라고 지시한 것으로 10월 중으로 제정하겠다고 했던 검찰 개혁안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를 '가짜 뉴스'로 방어 하겠다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국 사태에 올라타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기습작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는 오비이락(烏飛梨落) 적용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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