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정치가 뭐길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5-28 17: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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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삶 최고의 가치다. 그것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문화적 업적과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엄하다. 또 한 명의 정치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했다. 이 정권 들어서 5번째 비극이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정치 보복"이라며 "그간 정치 보복 수사로 자살한 사람이 과연 몇인가. 참으로 못되고 몹쓸 정권이라 했다." 도대체 '정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했길래' 삶의 중요한 존엄성인 생명을 버리는 게 하는가. 정치를 어떻게 하기에 '정치'라는 두 글자가 온 사회를 짓누르는 화두가 되었는가?

조선의 역사를 비하한 대표적인 일본인 식민지학자 '다카하시 도루'는 "붕당 정치가 만연한 조선 사회는 정치력 일색으로 이루어져 정치 하나로 지탱되고 있다. 매우 단순하고 원시적이다."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의 여러 주장 가운데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많지만, 이점은 씁쓸하게도 인정치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하고, 각 사회 부분에서 성공한 사람은 모두 정치가로 가고, 온 국민이 정치 이야기를 술자리 안줏거리로 삼아 씹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 이것이 조선 시대와 그 이후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진보 성향의 현 정권이 들어설 때 대다수 국민 기대는 과거 보수 정권처럼 요직에 내 사람 심기로의 편파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조금도 덜한 게 없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 일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잘못한 것이 있다면 바로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할 조직들까지 온통 ‘적과 나’로 정치화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정치단체가 아닌 대법원, 헌법재판소, 고위공직자, 교육, 언론, 모든 영역에서 보수 퇴·적출의 기치 아래 적폐 청산이라는 정치 논리로 철저히 '적과 나' 정치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일단 모든 조직의 수장을 자기 사람을 앉힌 다음에는 그를 통하여 '우리 편'이 아니면 내치겠다는 논리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관료 조직은 물론이고 기업, 미디어, 교육, 심지어는 종교단체까지도 모두 권력의 눈치를 보게 했고 국민들도 국회, 법원, 검찰, 언론, 방송, 관료조직이 하는 일련의 모든 일을 정치 행위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선거법 위반 사건도 여당은 무죄 야당은 유죄라는 얘기가 있다. 법원 주요직 수장 판사가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소속이기에 나오는 말이다. 실제, 현 정부에서 여당 의원 1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반면 한국당은 이군현, 최명길, 박준영, 송기석, 권석창, 윤종오, 배덕광 의원 등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정권의 충견(忠犬)이라는 검찰 수사도 '적이니까 탈탈 털어서라도 무조건 처벌하고 우리 편이니까 어물쩍 넘어가 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후진적인 정치 논리가 부활함으로써, 피해를 받거나 내몰리는 사람은 모두 실력과 관계없이 정치적으로 줄을 잘못 섰기에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반드시 정권 교체를 통해 보복을 해주어야 한다는 적개심을 불태운다. 그래서 야권은 정권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할 것이고 현 집권 세력은 재집권하여 이런 적개심 세력들이 아예 재기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독일의 민주주의 수호자 한스 켈젠은 "민주주의는 가장 악의적인 적조차 자신의 가슴에 키워야만 하는 비극적 숙명을 가지고 있다. 말했다." 그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반민주주의 파괴하는 것도 반민주주의다. 더 이대로는 갈 수 없는 독단의 정치에 맞서 적개심과 복수심으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맹목적 투쟁보다 공존을 위한 공적 정치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뜻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한 까닭이다.

하위직 공무원의 승진이나 연구재단의 프로젝트 선정까지도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게 되고 방송사의 일개 프로 제작도 정권의 영향을 받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사상과 창의적인 정책대안이 꽃필 수 없다. 정치적 환경이 이를진데 소신 있는 전문가, 올바른 기업인, 진실한 언론인, 정직한 종교인이 길러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카하시 도루가 말한 것처럼 권력을 둘러싼 적대적 대립은 온 조선 사회를 병들게 하였고 동학운동의 민란과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시킨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정치권에 묻는다. 왜 우리 사회가 다시 100년 전 조선 시대로 가야 하는가?

국회의원선거가 있는 내년 오월까지와 총선은 우리 사회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정치권에 당면한 지역이기주의의 패권 정치, 진보ㆍ보수의 대립 정치, 끝이 안 보이는 청산 정치, 서민 경제와 민생문제, 북한 핵문제, 미ㆍ중 무역 전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여·야당의 공고한 이념 카르텔을 깨어야 한다. 약자의 위악은 잘 보이지만 강자의 위선은 잘 보이지 않는 정치 구조로 국민들을 끊임없이 소외시키는 정치 형태를 끝내어야 한다. 싸움과 갈등 파당적 이해관계와 전략적 고려가 불가피하다 해서, 그 때문에 정치가 늘 파당적 싸움에만 골몰하고 싸우기만 하는 정치가 실종된 통치를 해서야 되겠나. 다가오는 총선에서 국민들은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정치가 뭐길래 목숨을 버리는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끝없이 떠나지 않고 있다. 정치가 바꿔야 비로소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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