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애꾸눈 세상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10-13 17:59:56
  • -
  • +
  • 인쇄
국민 노릇 하기가 힘든 세상
▲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염병할, 즈그는 즈그편만 국민으로 보이고 우리는 핫바지로 보이는감." 오랜 시간을 함께한 동료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집회와 관련해, 여당 관계자들이 말하는 ‘국민(國民)’이란 단어 사용 불만에 침을 튀기어가며 이렇게 말했다. 국민은 위정자들의 봉인가, 국민 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정권의 편 가르기 통치술이 온 국민을 두 쪽으로 쪼겠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 국민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정치 때문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정치권의 상호 부정이 국민에게까지 이어져 국민을 진보·보수로 양분되는 한심한 국가가 되었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전쟁에서 입은 상처로 애꾸눈이다. 이 때문에 카르타고의 화가들은 국민들의 영웅인 명장 한니발의 초상화를 그릴 적에 언제나 옆모습으로만 그렸다. 눈이 성한 쪽으로만 그려 애꾸를 감추기 위함이다. 그러나 만약 화가가 그 반대쪽에 서게 되면 한니발의 그림은 장님으로 그려지게 될 것이다. 지금 국무총리와 정부·여권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는 '국민'이라는 것도 마치 한니발의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런 약속도 했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사람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당이 정치적 언급을 할 때 수식어처럼 빼놓지 않고 내세우는 단어가 '국민'이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조국 장관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해 "상당수 국민이 검찰 수사를 과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동 촛불 집회도 "검찰 개혁이 절박하다는 국민의 뜨거운 의견 표출"이라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국민의 목소리가 검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말했다. ‘지지층과 소통’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국민의 목소리로 둔갑시키는 유체이탈 언술에 혀가 내둘린다.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어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가. 내 편만이 국민인가.

조국 장관 임명 이후 오마이뉴스가 조사한 여론은 '과도하다'(49%) '적절하다'로 방송기관의 여론 조사와는 반대로 나타났다. 이 총리가 콕 집어 인용한 '상당수 국민'이란 것은 오마이뉴스가 최근 조사한 민심을 근거로 삼아 말한 것이다. 여권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와 동원된 홍위병인 지지층의 목소리를 국민의 뜻으로 받들어 오직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듣고 싶은 것만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득표율은 41%였다. 지금 여론조사도 40% 안팎이다. 나머지 60%는 반대하거나 지지하지 않았다. 그럴지언정 이처럼 40%대의 국민 지지만으로 집권한 여당은, 그들이 말하는 국민이란 도대체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가.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을 위한 총리가 되어야지 지지층만 위한 국무총리가 돼서야 나라가 바로 되겠는가. 링컨 대통령이 말한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를, 바꾸어 말해 본다면, 지지층을 위한 지지층에 의한 지지층의 정치로 하고 있다는 기막힌 현실에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3년 [2019년 끝이 시작이다.]라는 저서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수시로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하면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민과의 소통에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아직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말하기는 이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 통합에 외면한다면 이명박 정부 같은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썼다. 2016년 진박 프레임으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한 채 불통의 정치를 일삼은 정권에 교수들은 당시 시국을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사자성어로 비유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독선 정치 탓이 가장 컸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 한다는 말처럼 야당 시절엔 국정 모든 것에 몽니를 부리며 그토록 엄격하더니 지금 자기편은 온갖 비리와 불법, 특혜의혹도 모른 체 묵인하고 있다. 정말 국민을 생각한다면 내 편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국민 절반의 반대편의 싫은 소리에도 귀를 열고 설득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집권 여당이 지금 해야 할 책무이다.

1446년 발표된 훈민정음 첫 대목에 쓰인 '나랏님 말쌈이.... '세종대왕의 첫 번째 덕목은 애민정신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지 도자들은 애민 정신(愛民精神)이 과연 있는가를 반성해 봐야 한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