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잘라서야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0-01-28 18:3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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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장자(莊子) 변무편(騈拇篇)에는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것은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하더라도 늘여주면 우환’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고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라고 했다. 본래 긴 것은 잘라서는 안 되며 짧은 것은 늘여서도 안 된다. 각각 사물에는 자기만의 적절한 면이 있으므로 함부로 손익(損益)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세상사 이치나 도리에 어긋난 일을 억지로 행함을 책망하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1월 8일, 1차 검찰 간부급 인사에 이어 2차로 정권 수사 지휘한 윤석열 사단 모두 물갈이했다. 우리들병원 특혜 대출 의혹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조국 일가 비리 사건, 청와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 지휘부를 대거 교체한 것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검찰 총장의 긴 다리를 잘랐고, 서울 중앙 지검장의 짧은 다리를 늘려준 셈이다.

이번 인사를 두고 2차 대학살이란 비판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역대 대한변협 회장들과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 130명은 "권력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현 정권이 수사 방해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진실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더 큰 역사적 단죄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시각에 비춰진 검찰인사를 보면, 옳고 그름의 기준보다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기에 정권이 말하는 ‘검찰 개혁’이 내 편 보호를 위한 것으로 기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대적 요구라는 용어를 구실로 인사를 할 경우, 그 잣대는 옳고 그름이지 좋고 나쁨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좋고 나쁨은 내 편 우선이라는 편 가름의 정치로는 이 정권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정의와 검찰 개혁은 내 편 보호를 위한 '검찰 장악'이라 해야 맞는 단어다.

검찰은 헌법이 유일하게 보장해준 준사법기관이다. 아무리 법무부가 상위기관 일지라도 그 조직의 총장을 인사에서 패싱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을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요직에 앉히면 과연 수사가 올바르게 진행되겠는가. 이것은 권력의 검찰 사유화가 아닌가. 검찰이 권력을 위해 존재하는지 장관 허락 없이 특별수사팀을 만들지 못하게 한 조처를 보면 헌법 위에 장관이 군림한 듯하다.

도랑을 치기로 마음을 먹은 자가 가재 잡기에 한눈을 팔아서는 곤란하다. 낙엽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모였는데 돈 줍기에 혈안이 되어서야 쓸 일인가.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 장악을 해야 하겠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검찰 개혁의 출발선은 검찰의 중립성"이라고 썼다. "이 목표는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활용하려는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는 이에 반하는 정치권력의 이빨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인사 태풍이 지나간 곳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파열음으로 검찰이 시끌벅적하다. 권력이 검찰의 힘을 제도적으로 뺏고, 정권을 향한 수사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특급작전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요직을 맡은 검사가 권력의 충견으로, 그 반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치받아 대가를 치르는 코미디 드라마 속에 내뱉는 "대학살, 토사구팽, 상갓집 항변, 장삼이사, 항명, 패싱, 날치기 기소, 검찰권 남용 쿠데타" 등 저잣거리 언어와 뜻 모를 고사성어까지 뒤엉켜 눈과 귀가 어지럽다.

검찰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검사동일체(儉事同一體)다. 검찰권 행사에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하복종 관계에 있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절대복종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당초 우려처럼 조직의 전통이나 원칙보다 청와대만 바라보며 총장의 지시는 무시하고 법무부 장관을 우선하여 사무 관련 직보를 했다. 평소 대통령이 말한 한 번도 가보지 않는 길로 엇박자 걸음을 걷고 있다.

정말 이게 정의로운 정부, 상식이 통하는 정부의 본 모습이던가? 도대체 왜 과거 자신들이 욕했던 그 짓을 스스로 되풀이하는가? 아! 그래 뭔가 다르긴 하다. 더 대담하고 더 조악하다. 전 정권은 못된 짓을 숨기며 했는데 지금은 백주에 대놓고 한다. 전 정권은 치사하게 혼외자 문제를 들춰내 채동욱 총장을 압박했지만, 이번 정권은 윤석열 총장에게 항명이라며 공개적으로 겁박한다.

대한민국 최대의 고질은 자신이 법 위에 있는 줄 아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의 불법을 수사할 때 충돌은 피할 수 없는 게 검찰의 숙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검찰의 정치 도구화'라는 혹독한 역사를 경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독립기구인 사법평화협의체를 신설했다.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 개혁은 허구이다. 국회는 검사 인사권 독립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마라.’를 쓴 윤재근 교수는 "우리가 지금 고달픈 것은 못난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잘난 사람들 때문임은 분명하다. 나는 사공이 될 터이니 너는 묵묵히 노 젓기나 하라고 얼러대는 재주꾼들이 많아서 탈이다."라고 서문을 썼다. 그 서문은 지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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