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뻔한 뉴스' 너무 식상하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8-24 18: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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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입으로 사랑을 하면 자손이 귀하고, 입으로 떡을 하면 조선사람이 다 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이 뜻은 말로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일본과 무역 분쟁에 따른 언론사 논객들의 진단과 논설 기사가 신문마다 넘쳐나고, 방송 채널들은 연일 일본 내 반 아베 정서를 생중계하듯 방송한다. 껍데기만 무수히 쌓으며 정작 알맹이는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제 나올 만큼 다 나왔고 누구나 다 알만큼 알려졌다. 그런데도 리바이벌하는 것을 매일 듣고 봐야 하는 것이 너무 식상하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1기 국정 전반에 힘을 지난 정권에 잘못을 바로잡는다며 검찰을 동원해 적폐 청산이라는 이슈로 국민의 눈을 가렸다. 3년 차 집권 2기는 정권의 힘을 일본과의 경제 전쟁으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고 있다. "다시는 지지 않겠다." "반드시 일본을 뛰어넘겠다." 등 전쟁을 앞둔 장수의 결기 어린 말이 무성하다. 우리끼리 듣기는 시원하고 통쾌하겠지만 이것이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는가. 분명 말싸움에서는 우리가 이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전리품은 하나도 못 챙기는 말로만 일본과 싸우고 있다.

경제 전쟁의 본질은 일본은 한국의 내일 때문에 싸우는데 우리는 일본의 어제 일 때문에 싸우고 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무역보복을 한 명분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불만뿐 아니라 어느새 커져 버린 한국 경제를 견제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의 역사 청산 문제에 매달려 미래의 담론이 실종되고 80여 년 전 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극일(克日)을할 생각보다, 오히려 일본의 무역보복을 애국 논리로 덧씌운 지지세력 결집으로 총선 승리를 위한 전략으로 이용하고 있다.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나, 정권 유지가 더 중요하나, 선거에서 이기는 게 더 중요하나, 이런 것들을 계산해보며 주판알을 튕기는 정치권의 기막힌 현실을 보며 좌절감이 느껴진다.

한국은 좌·우 가릴 것 없이 정적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가에 따라 입장을 정한다. 정권 잡은 여당이 일본과 마찰을 빚으면 정권 못 잡은 야당은 국익을 팔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여당에서는 그런 소리 하는 사람은 친일파라는 이분법으로 상대 입을 틀어막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독도를 찾았다. 야당이 반발했다. 이해찬 대표는 '깜짝쇼이자 정말 나쁜 통치 행위'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이게 무슨 외교냐. 똥볼 차기지'라고 비아냥했다. 그때 야당이 지금 여당이 돼 입장이 바뀌니 '신친일'이라는 단어로 '비판 없이 따라오라' '토 달지 말라'는 메세지와 함께 지금 우리 국민이 극복할 대상은 일본의 극우 세력, 아베 정권과 우리 안의 '신친일' 세력이라고 했다. 또 과거 야당시절 청문회 때와 지금 여당 입장의 청문회도 너무 판이하다. 입장 따라 강경론자가 됐다. 현실론자가 됐다 하는 정치권의 행동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이슈가 생기면 기다렸다는 듯이 무차별적으로 집중포화를 쏟아붓는 언론의 보도 형태는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가 섞은 고깃덩어리를 물고 뜯는 것처럼 비친다. 연일 들끓는 법무부 장관 내정자 보도는 끝에는 사돈 팔촌의 문제까지 갈 것 같다. 그 사람의 세상을 살아온 방법이나, 같은 사항에 반복적인 언론의 보도 내용이나 이제는 식상을 넘어 분노스럽다. 작금의 문제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여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대부분이 정치, 경제, 사회구조에 관한 비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정작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은 사람이 문제라는 본질 말이다. 타인의 잘못에는 분개하면서 바로 그 잘못을 자신이 똑같이 저지르며 아무 죄의식 없이 온갖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적개심, 분노, 공격성을 말하는 이중성의 본질은 결국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는 새로운 기득권층의 또 다른 위선의 목소리다.

이응준 작가의 에세이 '해피붓다'에서 "나는 인간의 위선이 가장 무섭다. 위선의 가면은 별것 아닌지 모르지만, 위선의 가면을 쓰고 있는 그 몸은 악마가 하는 짓을 천사의 말을 하며 저지르기 때문이다. 혁명과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역시 상하기 쉬운 생선이로되 이 생선은 구더기만 들끓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흉기가 되어 가슴이 답답하고 무지한 인간의 손아귀에 꼭 쥐이기도 한다." 세상에 모든 파시스트와 포퓰리스트는 자신이 선의와 정의를 겸비한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한다. 지금 온 나라를 빨아들이는 한˙일 관계 블랙홀에서도 정치인들은 위기의식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위선의 정치를 하고 있다.

국민을 식상케 하는 이중성 위선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갖춘다 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말로만의 정치보다, 민심을 정확하게 현실 정치에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국회에 보내야 한다. 내년 5월 총선까지 9개월여가 남았다. 밑바닥부터 솟아나는 우리 사회의 정치혁명을 준비하는데 길지 않은, 그렇다고 짧지만은 않은 시간이다. 늦었다고 생각 말고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려 이 난국을 헤쳐나갈 해답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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