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주간=박지영 기자]유기농 슬로우푸드(Slow food)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거친음식’의 가치를 설파해온, 국내 식품영양학의 대가 이원종 교수의 신작, “막걸리 기행”. 각별한 전통과 개성을 간직한 막걸리 명소를 엄선한 답사로 각 지역의 음식문화 정취와 식품영양 정보를 풍부하게 담았다.
2010년 상반기에 반영된 KBS 인기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막걸리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달라졌다. 술이 발효되는 과정을 등장인물의 성장통과 맞물려 보여준 이 드라마는, 막걸 리가 살아 있는 생명체인 효모로 만들어지고 막걸리를 빚는 과정이 발효 과학의 결정체임을 넌지시 일러준다.
이 책은 막걸리 빚는 사람들의 진솔함, 각 지역 문화의 아름다움, 신토불이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막 거른 술 “막걸리”
‘막 거른 술’이라는 투박하고 억센 뜻을 가졌다고 막걸리의 가치를 얕보면 큰일이다. 삶에 지친 서민들이 시원하게 한 사발 들이켜고서 고단함을 싹 씻어버리는 술. 막걸리는 안주도 필요 없다. 굳이 격식을 갖추자면 빈대떡이나 손 두부에 김치가 제격이지만 그것마저 없을 때에는 된장에 풋고추만 찍어 먹어도 그만이다. 쌀뜨물 같이 흰빛을 띠는 막걸리를 사발에 철철 넘치게 부어 단숨에 마시면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순도 100%의 국내산 쌀은 물론, 깊은 땅속에서 길어낸 청정수와 저 높은 산 위에서 내려온 천연수를 사용하는 양조장이 수두룩하다. 거기에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정성으로 빚는 곳도 부지기수다. 전국 32개의 크고 작은 양조장을 찾아 그 지역만의 이색 막걸리를 소개하고, 진정한 풍류의 완성을 위해 지역별 유명 먹거리와 볼거리까지 구수한 입담과 생동감 넘치는 사진으로 소개 하고 있다.
막걸리 제조법 공개
이 책의 또 다른 백미는 집에서 빚을 수 있는 막걸리 레시피를 소개한 점이다. 막걸리의 주재료인 천연누룩 만들기부터 일반 쌀말걸리, 천연 식재료를 활용한 기능성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채롭다.
블루베리, 복분자, 사과, 배 등을 이용한 과일막걸리. 옥수수, 흑미, 밤, 호박 등을 활용한 곡물 막걸리. 연잎, 솔잎, 뽕잎, 국화 등을 사용한 잎막걸리와 같은 의외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능성 막걸리 제조법을 친절한 과정사진을 곁들여 설명한다.
저자는 술 빚는 사람의 남다른 사연 또한 놓치지 않는다. 3대째 막걸리를 빚는 가문, 움직여야 사람이라며 바지런히 술을 빚는 백수 앞둔 어르신의 노익장, 반세기 넘도록 한결같이 막걸리를 빚어온 우직한 부부, 막걸리의 8할은 물맛이라며 한사코 우물물을 고집하는 장인의 이야기 등 담백하면서도 웅숭깊은 여운을 준다.
그 여운은 끝내 사람을 조명하는 저자의 자상한 시선 덕분에 따듯하다. 느리고 고되지만 바르게 술 빚는 장인들의 이야기는 빠르고 손쉽고 편하게 사는 것만이 삶의 미덕이 되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은근한 지침을 준다.
막걸리는 전통문화
지역의 전통 막걸리를 지켜내고 보전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식 대형 막걸리 양조장보다는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막걸리를 빚어 독특한 향과 맛을 내고 있는 양조장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막걸리는 투박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빚어지는 과정은 전혀 딴판이다. 술을 빚는 과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그리고 땀과 눈물이 스며 있는 까닭이다, 양조장에서 정성을 다해 누룩을 만들고 묵묵히 술을 빚는 사람들에게는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정겨움이 있다. 힘겹게 살아온 그들의 인생 경험이 저자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으며 삶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었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막걸리 기행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우리 것의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정겨움, 따뜻함을 직접 체험하도록 매개하는 소박한 동인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고 전했다.
‘따루주막’의 대표 따루 살미넨은 “ 막걸리는 사람의 체온을 닮은 술이다, 정겹고, 따듯하고, 살갑다. 그래서일까, 막걸리는 사람 사이의 닫힌 마을을 터놓게 만드는 신묘함을 가졌다”고 했다.[랜덤하우스/이원종 저/1만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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