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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2국 |
박정환 14연승과 함께 제18기 천원에 등극
[일요주간=백대현 프로 8단]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4강에 랭킹 1위 박정환, 2위 김지석, 4위 최철한, 5위 박영훈 등 최강의 진용이 구성되어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할 지 궁금해 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이 결국 박정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결승전은 랭킹 1위와 4위의 싸움이었다. 박정환은 라이벌 김지석을 물리치며 결승에 올랐고, 최철한도 전기대회 결승의 패배를 갚아주며 동갑내기 박영훈에게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랐다.
박정환은 2013년 다승(77승 20패)1위, 승률(79%)1위를 기록하며 2013 바둑 대상 MVP를 차지했고, 최철한과의 상대전적에서도 결승전이 벌어지기 전 시점에 8승 4패로 객관적인 면에서 최철한에게 앞서 있었다.
하지만 최철한은 천원전과 깊은 인연을 맺으며 천원전의 사나이로 통했다. 자신의 첫 우승을 차지한 대회(제8기 천원전)가 천원전이고, 그동안 통산 4차례 우승하며 이창호와 함께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이렇게 객관적인 측면에서는 박정환이 우세하고 기세의 측면에서는 최철한이 우세한 상황이기에 이번 결승전은 용호상박의 승부, 그야말로 박빙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박정환이 랭킹 1위의 무서움을 보여주며 2-0으로 완승을 거둔 것이다. 박정환은 대국 내용으로도 완승을 거두었다.
1국에서는 초반 전투에서 우세를 확립한 후 끈질기게 추격하는 최철한을 유유히 따돌리며 완승을 거두었고, 2국에서는 초반 한 차례 접전을 통해 박정환의 실리와 최철한의 두터움으로 극명하게 갈린 상황에서 박정환이 최철한 진영으로 깊숙이 침투하며 타개에 승부를 걸었고, 최철한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이를 필사적으로 공격하자 이번에는 유연한 발상을 바탕으로 사석 작전을 펼치며 완승을 이끌어냈다.
박정환은 2014년 첫 타이틀전을 승리로 장식해 멋진 스타트를 보이며, 국내기전 4관왕(천원전, KBS바둑왕전, 물가정보배, 맥심커피배)과 함께 통산 타이틀 획득 수를 13회로 늘렸다.
뿐만 아니라 14연승을 기록하며 작년부터 이어오는 연승 행진에 가속도를 붙이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박정환이 국내대회 뿐 아니라 세계대회에서도 선전하며 최근 꽁꽁 얼어붙은 한국 바둑계를 녹여줄 따스한 봄 햇살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스포츠조선이 주최하고 동아제약이 후원하는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의 대회 총규모는 2억 3,000만 원, 우승 상금이 2,500만 원이며 준우승은 1,2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각 1시간 40초 초읽기 3회가 주어진다.
조한승, 국수전 3연패 달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수전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13일 서울 홍익동에 위치한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57기 국수전 도전 5번기 제4국에서 타이틀 보유자 조한승이 도전자인 이세돌에게 26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3-1로 국수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조한승은 제55기 국수전에서 최철한에게 타이틀을 획득한 후 두 차례 방어에 성공하며 대회 3연패를 기록했다. 서로 완전히 다른 기풍을 가지고 있는 두 기사의 승부는 창과 방패의 대결로 주목을 끌었다.
전투에서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이세돌이 그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날카로운 창이라면, 유연하고 두터운 바둑을 구사하는 조한승은 어떤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황금 방패였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는 이세돌의 창이 조한승의 방패를 뚫어내지 못했다. 최근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무관으로 전락한 이세돌은 5년 만에 국수전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하며 무관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조한승의 철벽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이세돌은 최근 6번 연속 준우승에 머물며 타이틀 획득에 실패하는 부진을 이어갔다. 바둑은 초반에 우변에서 가벼운 힘겨루기가 있었을 뿐 이후 특별한 전투가 없었다. 조한승은 시종일관 자신의 선호하는 흐름으로 바둑을 이끌었고, 이 과정에서 조금씩 앞서 나갔다.
후반에 이세돌이 패를 만들며 변화를 구했지만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며 조한승의 승리가 확정됐다. 조한승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고, 그저 열심히 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최근 이세돌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타이틀을 방어할 수 있었다. 1국에서의 승리가 컸다. 1국에서 불리한 바둑을 역전하며 이겨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우승 소감을 밝혔다.
국내 기전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수전은 조남철 선생의 초대 우승을 시작으로 김인, 조훈현 등 총 12명의 기사들만 정상의 자리를 밟았다. 워낙 의미 있는 대회이기에 국수전은 프로기사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어 하는 대회이며 또한 역대 국수전 우승자에게 붙이는 ‘국수’ 라는 칭호는 프로기사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호칭이다.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제57기 국수전의 총규모는 2억 5,500만 원이며 우승상금은 4,500만 원, 준우승은 1,5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 2국
흑: 최철한 백: 박정환
결과: 156수 백 불계승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전은 박정환이 왜 한국 랭킹 1위인지 드러나는 대국이었다. 독사의 공격을 피해간 박정환의 유연함을 함께 감상해보자.
초반 하변 접전은 박정환의 실리와 최철한의 세력의 갈림이었다. 박정환이 하 중앙 백 돌을 살려 나오자 최철한은 백 대마를 공격하는 과정에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1도 흑 1, 3이 최철한의 강수. 자체로는 무리지만 중앙 백 대마를 의식한 성동격서의 전법이다. 이 수로 2도 흑 1로 단순하게 진행하는 것은 무책. 백 2이하 백 6까지 중앙 백 대마가 안정되며 백의 실리가 돋보이는 국면이다. 3도는 실전진행.
백 1이하 9까지는 서로 기세의 진행. 최철한은 중앙 백 대마를 잡으러 가겠다는 뜻이고, 박정환은 일단 챙겨두고 보자는 베짱이다. 여기서 4도 흑 1, 3으로 공격하는 것은 백 4로 한 칸 뛰어서 움직이고 흑 5로 차단할 때 백 6으로 늘어서 두면 흑△가 약해서 흑의 다음 대응이 여의치 않다.
이에 최철한은 5도를 선택한다. 좌상 흑 돌 두점을 움직이는 수를 노리면서 중앙 백 대마를 압박하겠다는 작전이다. 여기서 박정환의 유연한 발상이 나온다. 보통 이러한 장면에서 백 대마를 버리는 것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박정환은 백 2, 4로 실리를 최대한 벌어두고 백 6, 8로 하 중앙 백 대마를 싹싹하게 버리며 사석 작전을 선택한다.
백 12로 늘어두는 수가 두터운 행마. 박정환의 판단은 정확했다. 국후 복기에서 두 기사 모두 흑 3으로 중앙 백 대마를 먼저 공격했어야 한다고 동의한다. 그 전에 하나 젖혀둔 수는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는데 도움이 되는 수.
6도 흑 1로 씌워가고 백 2에 흑 3으로 잡으러 갔다면 사활이 승부를 결정짓게 되는데 서로 장담할 수 없는 승부였다. 흑 1로 공격할 때 7도 백 1로 중앙 백 대마를 버리는 것은 흑 2로 중앙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흑이 약간 좋은 형세.
최철한이 선제공격의 찬스를 놓쳤다. 다시 실전으로 돌아가서 8도는 5도에서 이어지는 실전 진행이다. 최철한은 흑 1로 하변에 끊어지는 약점을 보강하며 백 대마의 공배를 채운다. 최대한 버티는 의미로 둔 수. 하지만 이수가 패착이다.
백 2는 중앙 백 대마의 힘을 실어주며 우상 흑 돌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두터운 행마. 이어지는 흑 3은 무리다. 형세는 백 4로 건너붙이는 수로 인해 한순간 박정환에게 기울게 된다. 흑 3으로는 가에 곳에 지키는 것이 정수. 그전에 흑 1로는 9도 흑 1로 중앙을 지켜두는 것이 정수였다.
이러한 진행이라면 백이 약간 편한 국면이기는 하지만 아직 어려운 승부였다. 최철한이 전보의 진행을 선택한 것은 결정타가 된 중앙에 건너붙임을 간과한 것. 건너 붙여간 장면에서 10도 흑 1로 되젖혀서 받는 것은 백 2로 움직여 나와서 백 6까지 반대로 흑이 잡히는 모습이다.
11로 흑 1로 차단하는 것도 백 2로 두어서 백 6까지 흑 △가 자연스럽게 잡히는 형태. 이 그림 역시 박정환의 승리가 결정적이다. 이에 최철한은 궁여지책으로 12도 흑 1로 뒷걸음친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박정환은 백 2이하 우상의 흑을 압박하고 백 10까지 우변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우세를 확립했다. 박정환의 명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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