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혜문 스님, “잃어버린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 주인의 마음이다” 上

이재윤 기자 / 기사승인 : 2017-11-21 15: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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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환수 운동 펼치는 혜문 스님, 역사의 무지·무관심에 따가운 질책
▲ 혜문 스님(사진)과의 인터뷰는 지난 해 그가 펴낸 책 ‘조선을 죽이다 - 명성황후 살해 기록의 진실’을 읽으면서 느낀, 우리 스스로 우리들 역사의 면면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의 따가운 질책이었다. (사진=이재윤 기자)

[일요주간=이재윤 기자] 짚신도 자랑스러운 문화재?


지난 2월 10일 오카다 일본 외상이 방한하던 날 종로구 조계사 인근 다실에서 혜문 스님을 만났다. 혜문 스님과의 인터뷰는 지난 해 그가 펴낸 책 ‘조선을 죽이다 - 명성황후 살해 기록의 진실’을 읽으면서 느낀, 우리 스스로 우리들 역사의 면면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에의 따가운 질책이었다.


“2004년에 1965년 체결한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됐어요. 당시에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았던 우리 문화재 1,432점의 목록도 공개가 됐는데, 어떤 걸 받았는지 궁금해서 봤어요. 충격적이었던 것은 당시 돌려받았다는 문화재 목록이었습니다. 짚신, 영등포 우체국 간판, 우체부 아저씨 모자, 이런 게 목록에 있는 겁니다. 이른바 석굴암 털리고 받아온 게 기껏 우체부 모자라니…, 저는 믿어지지가 않더라고요. 그리고 그것을 저 이전에 누구도 확인한 사람이 없었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는 데 더 놀랐죠.”


혜문 스님은 역사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해 전쟁과 분단 등 시대사적 원인과 더불어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꼬집었다. 이처럼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은 스님이 문화재 환수 운동에 몸을 던진 이유이기도 했다.


2003년 12월 은사 스님이었던 철안 스님이 봉선사 주지에 취임하면서 정기적으로 말사의 문화재까지 기록으로 남기는 봉선사의 전통에 따라 일제 조사를 담당한 혜문 스님은 조사 중 봉선사가 보유하다 1950년대에 분실된 ‘곤여만국전도’가 일본으로 건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때 도쿄대 도서관에서 발견한 한 권의 고서에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이 도쿄대 도서관에 보관돼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고, 이후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 간사를 맡아 2006년 도쿄대가 서울대에 기증 형식으로 반환하기까지 수십여 차례 일본을 오가며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 기증, 미완의 아쉬움!


▲ 혜문 스님 (사진=이재윤 기자)

기증이냐, 반환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혜문 스님은 명쾌하게 우리들 스스로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꼬집었다.


“이른바 국보에 대해서 반환운동을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시작한 게 조선왕조실록 반환 운동이었습니다. 민간에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협상을 통해 돌려받았던 사건이죠. 거기에서 받아올 때는 원칙, 반환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충분히 살려서 와야 하는데, 일본은 교묘하게 ‘조센징은 조센징으로 제압한다’는, 실록 반환 운동의 마지막 결론을 서울대와 반환 운동 추진 주체의 이해관계를 상충시켜서 충돌시켜 버린 거죠. 서울대는 당장에 받을 욕심에 기증이라는 형식으로 받아버린 겁니다. 우리의 역사인식이 그 정도인 겁니다. 그리고 조중동은 ‘일본의 양심세력에게 감사한다’고 일제히 사설을 썼죠.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역사를 바라보는 전반적인 기조인 겁니다. 그런 것들이 계속 충돌하고 있는 거죠. 약탈해 갔던 우리 것을 우리가 돌려받는 건데 왜 감사해야 하고, 왜 기증이 되느냐는 겁니다.”


혜문 스님은 또 “반환이든 기증이든 일단 오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소위 ‘식민지 근성’, ‘종살이 근성’이 아니겠냐”며 “오대산사고본이 없으면 우리 실록이 없냐? 2,077책이나 되는 실록이 있다. 단순히 문화재 한 점을 찾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 자존심, 잃어버린 정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 점에서 조선왕조실록 반환 운동은 미완의 아쉬움을 남겼다고.


※연재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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