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 7월 연이은 죽음...노조 “폭염 속 휴게시간·공간 태부족”

이수근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7 15: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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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온라인몰 여성노동자 7월 5일 사망 이어 26일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노동자 사망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6월 23일 오전 10시 온라인유통협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유통노동자들의 역악한 현장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노동실태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일요주간 = 이수근 기자] 인천 홈플러스 계산점 풀필먼트센터에서 온라인몰 업무를 하던 50대 여성노동자 A 씨가 지난 6월 28일 퇴근 이후 자택에서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져 7월 5일 사망한 사건에 이어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에서 온라인 배송일을 하시던 B 씨가 7월 26일 새벽, 갑작스런 심정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7일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에 따르면, 부산연산점에서 1년 넘게 일한 고인 B 씨는 57세의 나이로, 평소 지병은 전혀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불러온 참사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은 배송노동자들이 상품을 싣는 상차장이 고객주차장에 있고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차량이 내뿜는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심한 경우 온도가 37℃를 넘는 상황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냉방시설은 선풍기 2대가 전부이다”라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이어 “그래서 배송노동자들은 냉장, 냉동고에 상품을 가지러 가면서 열기를 식히고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 고인은 일하는 곳이 너무 더운데 선풍기가 부족하다며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가는 일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더운 여름 외부에서 배송일을 하는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점포에 돌아와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또다시 일을 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 6월 23일 오전 10시 온라인유통협회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유통노동자들의 역악한 현장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노동실태를 증언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마트산업노동조합)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연산점의 경우, 26명의 배송노동자들이 있는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은 대기실이 전부이며 전원이 같이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좁다”며 “휴게시간도 문제이지만 휴게공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별도의 휴게공간도 없어 배송작업을 위한 대기실을 휴게실처럼 쓰고 있으며 인원수에 비해 좁고 제대로 쉴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는 게 마트노조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도한 중량물은 배송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고객들이 이용하는 마트어플에는 주문 제한이 없기 때문에 고객은 얼마든지 주문을 할 수 있지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배송노동자들에게 넘어가 혼자서 짊어져야 한다”며 “배송지 1곳이 1건이기 때문에 수십~수백kg나 되는 상품을 운반해도 1건에 불과해 많은 배송노동자들은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트노조는 이 같은 열악한 노동 실태와 관련해 마트와 운송사가 책임지고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요구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속되는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의 죽음에 마트와 운송사의 책임이 없을 수가 없다”며 “대형마트의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여전히 마트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다. 대형마트는 배송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개선을 요구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운송사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한다. 이번에도 고인의 장례식장에서 운송사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트노조는 “온라인배송지회는 계속해서 배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해왔다. 마트와 운송사, 그리고 정부에서 손놓고 있는 사이에 온라인배송노동자들은 하나둘씩 쓰러져가고 있다”며 “연일 과로로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들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마트와 운송사는 당장 배송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하고 정부도 온라인유통 종사자 보호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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