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일본 우승의 주역 이충성, 인생스토리

이지영 / 기사승인 : 2011-02-18 2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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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4세인 그가 일본으로 귀화한 이유는?

재일교포 4세에다 국내에서는 변변한 태극마크조차 달지 못해 이름 석 자마저 낯설기만 했던 이충성 선수가 ‘2011 AFC 아시안컵’에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며 스타덤에 올랐다. 이 같은 인기를 반영하듯 언론에서는 그룹 ‘슈가’ 출신 아유미와의 해묵은 열애설까지 끄집어내면서 그를 부각시키고 있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뒤늦게 일본귀화를 선택한 사연을두고 관심이 뜨겁다. 21살, 적지 않은 나이에 뒤늦은 귀화 그리고 첫 재일교포 출신 스타커플의 만남까지 그의 인생역정을 들여다봤다.




그의 국적에 대한 사연
이충성은 조총련계 조선 초급학교에서 처음 축구를 시작했고 이후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일본중학교로 진학했다.일본학교에서 이충성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바람에 급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도 이름은 바꾸지 않았다.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이 이어지면서 설움이 컸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FC도쿄 18세 유스팀에 입단 한 그는 1군으로 승격하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던 그가 2004년 한국 청소년 대표팀 훈련을 위해 한국 땅을 밟았다. 아직 어린 열여덟 살, 부푼 기대를 안고 만난 조국 한국은 그에게 너무나 차가웠다.


태극마크의 꿈을 안고 달려간 파주 NFC, 한국 청소년 국가대표팀 훈련캠프는 이충성에게 낯선 공간 이었다.
한국 대표 선수가 되기 위해 일본에서의 멸시도 꿋꿋이 참아왔던 그는 한국에 오면 그간의 상처를 팀 동료들이 다독여 줄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의 어눌한 한국어 실력과 문화의 차이는 그를 겉돌게 했다. 그리고 그에게 들려온 한 친구의 한마디는 열여덟 살의 가슴이 비수를 꽂았다. “자식, 한국말도 잘 못하는 반 쪽바리 주제에...”


결국 그는 일주일 만에 짐을 싸 일본으로 돌아갔다. 믿고 의지했던 자기편이 실은 자기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3년 뒤인 2007년, 그는 할아버지의 묘 앞에 선다. “할아버지. 어쩔 수 없었어요. 한국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전 이제 일본으로 귀화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이씨 성은 꼭 지키겠습니다.”


이렇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 국적을 선택한 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은 없었다.


당시 이충성의 곁에는 연인 ‘아유미’가 있었다.


아유미는 2002년 4인조 걸그룹 ‘슈가’ 출신으로 예능과 가수활동을 넘나들며 국내에서 활동하다가 일본으로 진출했다.일본의 주간지 <여성자신>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8년 가을 무렵부터 만났으며 이미 가족들과도 인사를 한 사이로 알려졌다.


<여성자신>은 두 사람이 이충성 선수가 오프시즌이거나 원정 시합으로 도쿄에 머물 때 이 선수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을 찾아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2009년까지 이청용은 슬럼프에 빠졌지만 연인 아유미의 응원과 노력에 힘입어 2010년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부활했다.


그 후 이충성은 아시안컵을 앞둔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의 러브콜을 받으며 A대표팀에 호출됐다.


이충성은 요르단과 1차전에 교체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특히, 한국과 4강전에서 연장 후반에 교체 준비를 했지만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벤치멤버로 첫 번째 아시안컵을 끝낼 뻔한 이충성은 마침내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자케로니 감독으로부터 출격명령을 받았다.


팽팽한 승부에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지고 연장 후반 4분 이충성의 발끝에서 그림같은 결승골이 터졌다.극적인 골을 뽑아내며 이충성은 관중석을 향해 화살을 쏘아올리는 세레모니를 펼치며 데뷔골을 자축했다.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의 등에는 'LEE‘라는 성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나는 한 번도 나라라는 것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내 핏줄과 정체성만큼은 죽을 때까지 간직하고 싶다. 나는 지금 한국인이 아니다. 일본인이다. 그러나 내 심장과 몸속에 들어가 있는 피는 완전한 한국인이다. 대한민국은 나를 버렸지만 나는 한국의 피를 가진 이충성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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