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에 세균 수호자…강력한 다양한 항암효과’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5-09-29 11: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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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교수의 한방클리닉 ‘프로폴리스’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청명한 가을이다. 코스모스는 물론이고 산기슭에는 울긋불긋한 야생화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예쁘게 피었다. 산들바람을 타고 잠자리나 꿀벌들도 꽃들 주위로 몰려드는 가을이 깊어간다. 이제 사람들이 가을 곡식을 거두듯이 꿀벌들도 꽃에서 꿀을 거두어 겨울나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사실 꿀벌처럼 사람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는 곤충도 드물다. 우선 꿀벌은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모든 꽃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꿀벌이 적어져서 과일이 적게 열렸다는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나아가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의 식량에도 위기가 와서 결국 인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아인슈타인은 말하기도 했었다.

뭐니 뭐니 해도 꿀벌이 고마운 것은 생각만 해도 달콤함이 입에 가득하게 만드는 꿀을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꿀을 이용하여 사람들은 옛 원시인 시절부터 식생활을 더욱 달콤하고 풍성하게 해왔다.

꿀을 약탈하는 인간들에게 사생결단하고 쏘아대는 독침에서도 벌독을 뽑아내어 사람들은 각종 질병의 치료에 사용한다. 벌집 또한 한의학에서는 귀중한 약재로 매우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다.

꿀벌이 벌집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경이롭다. 꿀벌은 촉수를 이용하여 육각형의 벌집을 만든다. 육각형의 구조는 가장 안정되고 최대의 공간을 확보해줄 수 있는데다가 하중을 견디는 힘도 강하다. 그래서 건축학에서는 건물의 구조를 지을 때 이를 활용한다.

육각형의 벌집 안에는 꿀을 채우고 여기에 새로 태어난 꿀벌의 애벌레를 기른다. 애벌레가 꿀벌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우선 벌집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보통 벌집 안은 32도에서 36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된다.

이를 위해 더운 여름날 꿀벌들은 날개를 부채처럼 흔들어 온도를 식힌다.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날개 근육을 열심히 움직여 실내 온도를 올린다고 한다.

꿀벌에게 가장 무서운 적의 하나인 말벌이 침입했을 때도 열심히 날개를 움직여 실내 온도를 높인다. 말벌이 견딜 수 있는 온도는 꿀벌이 견딜 수 있는 온도보다 낮기 때문에 더운 온도를 말벌이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벌집에 침입하는 적은 비단 말벌만은 아니다. 인간세계나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이 오히려 더 무서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하여 꿀벌은 식물에서 얻은 수지성분에 벌꿀과 밀납과 자신의 침과 효소 등을 섞어 주로 6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틈새 구석구석에 발라 빈틈이 없도록 한다. 이를 통하여 좁은 공간에 들어있는 수많은 벌들이 건강하게 꿀을 모으고 애벌레가 병에 걸리어 죽는 일 없이 무사히 꿀벌로 자랄 수 있도록 한다.

이 때 벌집에 바르는 성분이 바로 프로폴리스(propolis)이다. 프로풀리스는 보통 50여 가지가 넘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폴리스는 벌집을 더욱 튼튼히 하고, 세균의 침입을 막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벌집에 들어온 큰 동물들의 시체가 부패하여 세균을 퍼트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방부제 기능도 한다.

원래 프로폴리스는 기원전 300여 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염증을 없애는 목적으로 사용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50여 년 전 프랑스의 의사가 꿀벌의 몸에 박테리아가 없는 이유가 바로 프로폴리스의 효능 때문이라는 것을 밝히게 되었다.

그래서 흔히 프로폴리스를 천연 항생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때문에 프로폴리스는 수 천 년 전부터 민간에서 많은 질병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프로폴리스는 항균효능과 항진균 및 항바이러스 효능이 있어서 바이러스나 세균 그리고 곰팡이균 등과 같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프로폴리스는 입술이 부르트거나 성기 헤르페스나 수술 후에 발생한 입안의 통증에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화상의 치료에도 효과가 좋다.

2002년도 시행된 연구에서 프로폴리스는 피부 화상의 치료나 화상으로 인한 피부의 변성의 치료에 사용되는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일부 연고제제보다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실험에서 프로폴리스 액은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것이 특징인 당뇨병 쥐에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효능도 보였다.

프로폴리스는 항산화 효능도 강하고 면역을 조절하는 작용도 가지고 있다. 프로폴리스는 때로 면역을 억제하거나 면역을 증진시키기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실제 민간에서는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중이염 증의 증상이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항생제 대신 프로폴리스를 사용하는데 대부분 좋은 효과를 얻게 된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프로폴리스는 녹내장을 예방하는 효능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스나 로마시대에 의사들은 입안에 염증이 발생하면 프로폴리스를 사용하여 치료하였다. 프로폴리스가 치아에 발생한 충치를 방지하기도 하고 입안에 생긴 염증 및 치주나 치은질환을 치료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어서 구강 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실제의 연구 결과를 보면 프로폴리스가 치아에 발생한 치석을 없애거나 충치의 발생을 줄인다는 보고가 많다. 심지어는 프로폴리스가 치아 뼈나 연골 등을 다시 자라나게 한다는 연구도 있다.

프로폴리스는 기생충을 없애기도 하는 효능을 발휘한다. 한 연구에서는 프로폴리스가 편모충을 박멸하는데 52-60%의 성공률을 보였다고 한다. 135명을 대상으로 한 3개월에 걸친 실험에서는 프로폴리스가 75% 정도에서 피부에 난 사마귀를 없앤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프로폴리스에 항암효과도 있을까. 그렇다. 프로폴리스는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인다. 실험연구를 살펴보면 항산화효능 성분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는 프로폴리스는 폐암세포에 대하여 심한 독성 작용을 나타내어 이를 사멸시키는데 기존 항암제에 비하여도 오히려 세포 실험에서는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및 자궁경부암 등에서도 호르몬의 전환을 억제하거나 암세포를 고사시키거나 암세포가 분열하는 것을 막거나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인자의 활성화 등의 방법 등으로 암을 억제한다.

동의보감에는 프로폴리스만을 따로 정제하여 약재로 활용한 기록은 없다. 대신 벌집에서 나온 밀납(蜜蠟)은 한약재로 활용하여 왔다.

프로폴리스가 같이 함유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밀납은 성질이 약간 따뜻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어서 주로 이질 설사로 피고름이 쏟아지거나 몸에 칼 등으로 입은 상처를 치료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원기를 돋우며 늙는 것을 막는 효능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의학에서 프로폴리스는 봉교(蜂膠)라고 칭한다. 봉교는 맛이 쓰고 매우며 성질은 찬 특성이 있다. 그리고 주로 위장 계통에 약효가 작용하는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판단한다. 그래서 허약을 보하거나 갈증을 멈추고 위궤양이나 각종 피부병 등에 활용한다. 중국에서는 간염의 치료에 활용하기도 하고 고지혈증의 치료와 담석증의 치료에도 활용한다.

철이 철이니만큼 요즘 산에 오를 일이 많아진다. 등산 하다가 무심결에 아니면 벌초를 하다가 벌집을 건드려 낭패를 봤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이로운 벌이라 하여도 제집을 해치는 위협에는 참지 못하는 모양이다.

인류 역사보다 훨씬 긴 거의 1억년이 넘는 기간을 존재해 온 벌은 한의학적으로도 꿀에서 밀납이나 벌독 또는 벌집에 이르기까지 매우 귀중한 한약재를 제공하여 온 고마운 존재이다.

요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전자파 때문에도 벌들의 번식이 위협받는다고 한다. 이 땅에 모든 이로운 생물들이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공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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