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폐 화기 없애…염증·통증 저감도

송봉근 교수 / 기사승인 : 2015-10-13 20: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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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근 교수의 한방클리닉 ‘감’

[일요주간=송봉근 교수] 청명한 날씨와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만으로도 추석이 다가왔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 산에서 내려오다 보게 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산자락에 비스듬히 서있는 감나무에 달려있는 발갛게 된 감도 올해 추석 차례 상에도 빠지지 않고 올랐다.

감은 원래 우리나라나 중국 및 일본 등지의 동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이다. 중국의 오래된 역사책이나 한의학 서적에서도 감에 대한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향약구급방이라는 오래된 의학서적에서도 감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신생대 지층에서 감나무 화석이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감안하면 인류가 한반도에 출현하기 이전부터 감나무가 자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상들은 감나무는 여러 좋은 점이 있는데 첫째가 오래도록 나무가 잘 자라고, 둘째 그늘을 짙게 드리우며 셋째 새가 집을 짓지 못할 정도로 병충해에 강하고 다음으로 가을 단풍이 매우 곱게 물들고 열매인 감은 매우 아름답고 떨어진 잎조차도 매우 크고 튼실하다고 말할 정도로 사랑하였다. 따라서 보존 방법에 따라 여러 형태로 우리 조상들은 감을 약용으로 활용해 왔다.

한의학에서 감은 주로 기관지나 폐질환으로 마른기침
하거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의 증상 완화에 활용


동의보감에 보면 감을 껍질이 빨갛고 말랑말랑 해질 때까지 충분히 익게 한 것을 홍시(紅?)라 하고 햇볕에 말린 곶감을 백시(白?)라 하며 불로 말린 것을 오시(烏?)라 한다 하였고 곶감 표면의 하얀 분가루를 시상(?霜)이라 칭하였다. 또 고욤(감보다 열매가 작다) 같은 소시(小?)와 단감인 비시(??)도 약용으로 분류하고 있다.

홍시는 여름을 지나 서늘한 가을이 되면서 빨갛게 익기 시작한다. 기온이 내려가 바람이 더욱 차갑게 되면 감은 더욱 빨갛게 되고 껍질은 얇아진다. 당연히 차가운 기운을 가득 담은 홍시는 성질이 차다. 맛은 달고 독은 없다고 동의보감에서는 설명한다.

차가운 성질과 단맛은 심장과 폐의 화기를 없애 건조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막고 대신 촉촉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심장과 폐가 건조해지면 한의학에서 심장에 열이 오르거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입이 마르고 폐가 건조해지면 밭은기침이 많아지고 피부가 건조해지는 부작용이 수반된다.

따라서 감의 이러한 효능은 결국 심장과 폐의 화기를 내려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하여 입이 마른 증상을 없애고 기침을 멈추게 하며 가슴에 열기가 올라오는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 아울러 단맛과 찬 성질은 술을 많이 마셔서 나타나는 술독으로 인한 여러 증상을 없애고 위장이 너무 건조하여 발생하는 토혈 증상을 낫게 해준다.

또한 불로 말린 오시는 차가운 성질이 없고 비교적 따뜻한 성질을 가졌으며 독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서 칼에 다친 상처나 불에 덴 상처 등을 치료하여 새살이 나게 하며 통증을 없앤다.

곶감은 성질이 약간 차거나 평범한 편이다. 그래서 위장을 보하는 성질이 있다. 위장기능을 도와서 잘 내려가지 않는 음식을 소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동의보감에는 곶감이 얼굴에 난 기미를 없애고 몸의 나쁜 피를 깨끗이 하며 성대와 인후를 부드럽게 하여 맑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욤은 성질이 매우 차가워서 많이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데 주로 고욤의 꼭지가 딸꾹질을 멈추는데 특효가 있다고 설명한다.

단감 역시 성질은 차가우며 맛은 달고 독은 없는데 술독을 푸는데 효과가 좋으며 심장과 폐를 촉촉하게 하여 입이 마르고 타는 증상을 없애고 위장에 열기를 없애는 효능이 있다고 동의보감에서는 설명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감은 주로 기관지나 폐질환으로 마른기침을 자주 하거나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활용한다. 또 치질 등으로 출혈이 심하거나 장염 등으로 설사 등의 증상이 있을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한다.

원래 감의 학명(Diospyros kaki)은 신의 과일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감의 주성분은 단맛을 내는 당질과 약간의 떫은맛을 내는 타닌이지만 실제 감에는 사과보다도 식이 섬유나 기타 칼슘이나 마그네슘 및 철과 같은 무기염류가 더 풍부하다. 비타민 C와 베타카로틴은 물론이고 카테킨이나 갈로카테킨과 같은 항산화물질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이러한 항산화물질은 유해활성산소가 세포를 변성시키거나 파괴시키는 작용을 막아 결국 노화를 방지하고 염증이나 감염에 의한 질환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부 성분은 눈의 망막의 변성을 막는 효능을 발휘하기도 하고 지혈작용을 가지고 있어서 상처에서 나는 피를 쉽게 멎게 해준다.

여기에 감에는 암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툴린 산도 함유하고 있다. 또 비교적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지방은 상대적으로 낮은 함량을 가진다.

최근 연구에는 감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성분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막아서 염증이나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혈압이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작용을 하고 술로 인한 숙취의 원인인 아세트알데하이드을 낮추는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여름 감잎에는 레몬의 20배에 해당하는 매우 많은 비타민 C가 들어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감잎을 차로 활용하는 일이 많다. 풍부한 비타민 C는 항산화효능을 가져서 항암효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혈압을 내릴 수 있고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기도 하며 염증을 없애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커피에 비하여 수면을 방해할 염려도 없는 장점도 있다. 또 녹차에도 들어있는 카테킨 성분은 이뇨작용이 있어서 몸의 부기를 가라앉게 하고 나아가 체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정신을 안정시키고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얼굴의 기미를 없애는데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 덕분에 우리 조상들도 차례 상에 빠지지 않고 감을 오르게 했을 듯싶다. 그래서 어린 아이의 울음을 당장 멈추게 하는 호랑이도 무서워한다는 곶감으로 전래 동화에 빠짐없이 등장하기도 하고 한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음료인 수정과의 재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우리가 이렇게 여러 용도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서양에서는 감을 과일로 활용하는 예는 적어서 일반 과일가게에서 감을 보기란 쉽지 않다. 과일보다는 단단한 감나무를 이용하여 기껏 골프채를 만드는 정도이거나 아니면 파이를 구울 때 사용하는 정도로서 우리에 비하여 활용도가 떨어지는데 의학적 효능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요즘 모든 세상일은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로는 쉽사리 얻어지는 것이 없다.

건강도 스스로 챙기려는 노력을 통하여야만 유지 될 수 있다. 요즘 쉽게 보이고 쉽게 얻을 수 있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만으로 건강을 챙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자연 속에서 인류의 생명과 같이 해 온 과일인 감으로 올 가을에는 현대 생활로 지친 몸을 추스러 보자.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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