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른 아이들은 하얗게 피어난 꽃을 뽑아 반지를 만들기도 하고 팔찌를 만들기도 한다. 문득 어린 시절 소꿉친구에게 반지를 만들어 수줍어하면서 건넸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요즘엔 하얀색으로만 알고 있던 토끼풀 꽃이 언젠가부터 붉은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마 변종이거니 생각했는데 아니란다. 토끼풀과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들어와 사료로 재배되기 시작하다가 정착하게 된 토착귀화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흰토끼풀과 거의 비슷한 시기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엔 춥고 여름엔 비가 많은 우리나라 기후와 진흙이 섞인 땅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 탓에 상대적으로 흰토끼풀에 비하여 쉽게 눈에 띄진 않는다.
붉은토끼풀(red clover, Trifolium pretense)은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원래 원산지는 유럽 및 서아시아 또는 북아프리카이다. 주로 모래가 섞여 있어서 물이 잘 빠지고 공기가 잘 통하는 땅에서 잘 자란다. 요즘은 아시아를 비롯하여 북미나 남미 등지에서도 잘 자란다.
주로 초식동물의 사료로 재배되지만 땅속에 질소를 고정시켜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효과도 가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목초지에서는 너른 땅에 붉은토끼풀을 재배한다. 물론 사료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차를 내어 마시기도 하고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여 암의 예방이나 치료에 활용되기도 한다.
사실 붉은토끼풀은 여러 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질병의 치료에 활용되어 왔다. 인도에서는 변비가 심하여 고통을 겪거나 경련이 일어났을 때 붉은토끼풀을 활용한다.
가래가 심하여 삭여줄 목적으로도 붉은토끼풀을 사용한다. 또 신경 안정을 위해서나 염증을 없애거나 피부병을 치료할 때에도 활용된다. 터키에서도 가래를 삭이고 통증을 가라앉게 하거나 상처 소독을 하는데 붉은토끼풀을 이용한다.
파키스탄에서는 감기로 목이 아프거나 열이 나거나 심한 경우 폐렴이나 뇌수막염 등의 증상에 붉은토끼풀을 약으로 사용한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피부병이 생겼거나 기관지에 문제가 있으면 붉은토끼풀을 이용하고, 유럽에서도 위장병의 치료에 이를 활용한다.
바로 붉은토끼풀은 이소플라본(isoflavon)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여려 의학적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량 복용하게 되면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대신 천연화합물이므로 부작용이 없으면서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인한 증상을 개선시키는 장점을 발휘한다. 당연히 여성들의 갱년기 증후군의 완화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사실 콩류를 많이 섭취하는 일본의 여성들이 다른 국가의 여성에 비하여 갱년기 증후군으로 인하여 얼굴이 불게 달아오르거나 우울증 및 불면증 등의 증상을 덜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콩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의 섭취 덕분으로 추정한다.
붉은토끼풀은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발휘한다. 소염효과도 강하다. 퀘르세틴이나 제니스타인 같은 물질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분은 세포의 변성이나 염증을 막아주는 효능을 발휘한다.
신경세포의 노화나 변성도 막아주어 뇌신경의 퇴화로 치매와 같은 뇌기능이 쇠퇴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능도 있다.
각종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인 대장균이나 연쇄상구균 및 녹농균과 같은 박테리아나 칸디다균 같은 곰팡이를 억제하는 효능도 매우 강하다.
최근에는 붉은토끼풀의 항암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뉴욕에 있는 암환자 치료로 유명한 메모리얼 슬로안 케터링 암병원에서는 붉은토끼풀을 항암효과가 있는 식품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붉은토끼풀에 함유된 성분은 유방암 세포가 자연 고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능을 발휘하며, 여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변환되는 것을 막아 결국 유방암의 진행을 막는 효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방암의 병력이 있거나 자궁암 등 여성호르몬에 의하여 발병되거나 진행 되는 암을 가진 환자에게는 붉은토끼풀이 가지고 있는 여성호르몬 작용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신 치료과정에서 남성호르몬을 차단해야 하는 전립선암에는 항암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붉은토끼풀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갱년기 증상 및 근육 경련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또 혈관의 탄력성을 높여 혈관이 잘 확장되도록 하는 효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심장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일부는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다.
밖은 지금 온통 우중충한 검은빛이다. 겨울이 깊어가고 있음이리라. 하지만 곧 푸른빛의 새 봄과 여름이 오리라. 초록의 빛으로 환한 붉은토끼풀도 그때쯤이면 다시 들판에서 만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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