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주간=김청현 기자] 제6화_대화 유도 ‘갑’ 더블바인드, 요약·우회의 ‘콜라보’ 패러프레이징
더블 바인드의 활용
앞에서 더블 바인드 기술은 마치 구시대의 유물인 양 소개해 놓고 이것을 활용하자는 말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더블 바인드만으로는 확실히 약하다. 하지만 더블 바인드를 미끼로 활용하는 방법은 아직도 유용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 말을 걸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상대방에게 충분히 호감을 표시한 후에 당신의 목적을 드러낸다.
“같이 식사를 할까요, 아니면 술을 한잔 하시겠어요?”
“저, 처음 만난 사인데 어떻게...”
“그럼 간단히 차를 한잔 하시죠”
“네? 뭐, 차 한 잔 정도는...”
위의 방법은 일명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으로 사람들이 요구를 거절하게 되면 느끼는 죄책감을 이용해 더블 바인드를 미끼로 던진 경우이다. 처음부터 “저랑 사귀실래요, 아니면 저랑 데이트하실래요.”와 같이 부담감이 큰 말을 먼저 던져서 상대가 결코 수락할 수 없도록 한 후에 그보다 훨씬 부담이 적은 차선의 방안을 제안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방법은 상대로부터 충분히 1차적인 호감을 받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에 특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또 다른 활용법으로 의외의 질문을 더블 바인드 형식으로 던지면 상대방을 리딩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신이라면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먼저 한입 떠먹고 아메리카노를 마시겠어요, 아니면 아메리카노로 입가심을 한 후 생크림이 듬뿍 발라진 딸기 케이크의 달콤함을 맛보시겠어요?”
상대방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대방을 유도하는 리딩의 기술이다.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 바꾸어 표현하기)
경청의 기술이 발전된 형태가 ‘패러프레이징’이다. 말하는 쪽의 입장에서 본다면 패러프레이징은 좀 더 적극적인 백트레킹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백트레킹의 단독적인 사용은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트레킹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패러프레이징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패러프레이징의 방법에는 ‘정리하여 말하기’와 ‘돌려서 말하기’가 있다. 정리하여 말하기란 요약하여 말하기와는 다르다. 요약한 내용을 정리하여 결론을 내는 것이 ‘정리하여 말하기’이다. ‘돌려서 말하기’란 같은 내용을 다른 어휘를 써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섞으면 정리하여 돌려서 말할 수도 있다. 정리하여 돌려서 말할 때는 상대방의 의도까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다음은 여자 친구와 당신의 대화다.
“오빠, 어제 친구가 생일파티 한다고 해서 클럽에 놀러 갔는데, 남자들은 계속 치근덕거리고, 계속 서있자니 다리는 아프고, 담배연기만 가득한 게 너무 답답해서 생일케이크만 자르고 금방 집에 들어 왔어.”
* 정리하여 말하기 - “클럽에서 생일파티를 했는데도 재미가 없어서 집에 일찍 갔구나.”
* 돌려 말하기 - “클럽에 있는 게 불편해서 집에 일찍 갔다는 얘기지?”
* 정리하여 돌려 말하기 - “클럽에서도 내 생각뿐이었구나? 그러니까 재미가 없지.”
패러프레이징을 할 때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대방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경청했음을 알리고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할 말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패러프레이징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경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들음과 동시에 생각해야 한다.
※연재중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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