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여행] 바다를 품에 안은 섬, 울릉도③

이재윤 기자 / 기사승인 : 2017-09-13 11:28:34
  • -
  • +
  • 인쇄
울릉도 여행_울릉약소, 울릉도에서 만난 사람들

[일요주간=이재윤 기자] 울릉도의 풀과 물이 키워낸 울릉약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다. 울릉도에서는 단연 ‘울릉약소’다. 울릉약소는 일반 한우와는 색깔(육색), 상강도, 연도, 다즙성, 풍미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사료의 차이인데 울릉약소는 섬바디(일명 돼지풀)를 먹여 생육시킨다. 섬바디는 울릉도에서만 서식하는 목초로서 울릉도 전역에 자생하는데, 줄기를 쪼개어 보면 우유 같은 하얀 진액이 흘러나와 일명 풀에서 나는 우유라고도 한다. 이 풀은 한우가 제일 좋아하는 목초인데, 울릉약소가 좋은 육질과 독특한 맛을 내는 것은 울릉도 자생 산채와 약초의 향기와 맛이 배고, 영양이 풍부한 자생목초로 이상적으로 비육되기 때문이다.


▲ 울릉약소의 반찬, 한우, 숯 (사진=이재윤 기자)

그리고 울릉약소의 맛과 품질을 탁월하게 만드는 결정체가 울릉도의 물이다. 울릉도의 조면암은 제주도의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이면서도 조직이 훨씬 치밀하고 단단해서 땅속으로 흐르는 물을 완벽하게 정화해 주는 필터 구실을 한다. 천혜의 자연이 만들어낸 울릉도의 물은 무미, 무색, 무취의 완벽한 천연 미네랄워터로, 울릉약소를 만드는 또 다른 특징이 되고 있다.


울릉도에서 만난 사람들


몇 해 전, 울릉도에 관한 글을 쓰며 ‘외로운 섬’이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 외로움의 정서는 아마도 울릉도라는 섬이 가진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 사람이 살아온 지는 분명치 않지만 문명이 생긴 이래로 이 섬은 비워져 있기도 하고, 사람이 살기도 했다. 본토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면적도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신라시대 이후 중앙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한 곳 중의 하나였다.


▲ 울릉도 (사진제공=뉴시스)

역사적 기록을 살펴봐도 섬을 비워두는 공도(空島)정책을 실시했던 적이 많았다. 섬을 하찮게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애처롭게 여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사람이 떠나고 나면 섬 홀로 덩그러니 남겨졌을 것이다. 이미 그때부터 섬은 외로움에 길들여져 있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섬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지만, 섬이 가진 태생적인 외로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울릉도를 보며 외로움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만난 울릉도는 외롭지 않았다.


▲ 울릉도에서 만난 사람들 (사진=이재윤 기자)

울릉도 구석구석을 함께 하며 낯선 길에 기꺼이 동행이 되어준 섬 토박이 아저씨의 순박한 웃음, 벼랑 끝 절경을 자랑하던 펜션 사장님의 걸쭉한 입담, 섬 안의 두메산골 나리분지에 소담히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고운 아주머니의 마음 한가득 담은 감녹차, 만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 빨강머리 앤을 닮은 아주머니가 내어주시던 섬 향기 오롯이 안은 산나물들, 그리고 저마다의 소중한 추억과 기억을 더듬어 다시 울릉도를 찾은 이들의 삶과 이야기들.


사람으로 인해 외로움을 안고 살았던 섬은 이제 그 척박함을 딛고 수많은 삶들을 그 안에 넉넉히 품었다. 섬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