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기름값 담합' 혐의… 공정위 제재 절차 착수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6-10-08 09: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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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관, 약 4년간 판매가격 관련 정보 교환·미국-이란 전쟁 이후 입금가 담합 판단… 관련매출액 약 44.1조 원
▲ 검찰은 지난 3월 23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급등한 유가 관련해 '담합 의혹'을 받는 정유사 4곳에 대해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4곳과 이들을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를 압수수색했다. (사진=newsis)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휘발유·경유·등유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 절차가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 이하 공정위) 사무처는 7일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의 휘발유·경유·등유 담합 사건과 관련해 심사관이 조사한 행위 사실과 위법성 판단, 조치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사건에 대한 위원회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

다만 공정위는 심사보고서가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이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향후 독립적인 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 위반 여부와 구체적인 제재 수준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내려질 예정이다.

◇ 휘발유·경유·등유 시장, 4개 정유사가 약 98% 점유… 거래에 적용되는 ‘사후정산 제도’

이번 사건의 대상인 휘발유·경유·등유는 정유사들이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하는 석유제품으로, 통상 경질유로 분류된다.

휘발유는 주로 승용차 등 가솔린 차량의 연료로 사용되며, 경유는 화물차와 버스 등 디젤 차량 및 산업용 연료로 활용된다. 등유는 주로 난방용 연료로 사용된다.

생산된 석유제품은 도매업체와 주유소 등을 거쳐 소비자와 산업체에 판매되며, 정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 등을 통해 공급되기도 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제조·판매시장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이 약 30조8000억원, 하루 평균 약 844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시장이다.

특히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OIL 등 4개 정유사가 각각 약 28.1%, 21.0%, 23.3%, 25.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합계 점유율은 약 98%에 달한다.

공정위는 해당 시장이 과점시장으로, 약 30년간 신규 정유사의 진입이나 기존 정유사의 이탈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휘발유·경유·등유의 가격 결정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와 주유소·도매업체 등 거래처 간 휘발유·경유·등유 거래는 ‘사후정산 제도’라는 관행에 따라 이뤄진다.

정유사는 거래처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우선 ‘입금가’를 정해 제품을 판매하고 대금을 수령한다. 이후 다음 달 초 지난달 거래에 최종 적용할 ‘확정가’를 결정한 뒤 입금가와 확정가의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한 달간의 거래를 마무리한다.

이와 함께 정유사는 특정 기간 판매가격을 할인하거나 일정 기간 동일한 가격을 보장하는 등의 판매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가격 결정 구조와 판매 관행을 이번 사건의 주요 검토 사항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 심사관 “약 4년간 판매가격 정보 교환”… 가격담합·정보교환 위반 판단

공정위 사무처가 제출한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심사관은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고 판단했다.

교환된 정보에는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정책 등이 포함됐다.

심사관은 또 미국·이란 전쟁 이후 두 회사가 판매가격인 입금가를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담합행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산정된 관련매출액은 약 44조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하루 평균으로는 약 3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공정위는 휘발유·경유·등유가 일상생활과 경제활동 전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에너지원이라는 점도 시장 개요에서 제시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의 가격담합 및 같은 항 제9호의 정보교환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 위반 여부를 최종 판단하고, 위반행위가 인정될 경우 구체적인 제재 수준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심사보고서 내용은 공정위 사무처 심사관의 조사 결과와 조치 의견에 해당하며, 이를 최종적인 법 위반 확정이나 제재 결정으로 볼 수는 없다.

◇ 피심인에 8주간 의견 제출·증거자료 열람 등 방어권 보장

앞으로 SK에너지와 현대오일뱅크에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동안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는 등 방어권이 보장된다.

공정위는 피심인들의 방어권 보장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최대한 신속하게 위원회를 개최해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약 4년 동안 두 정유사가 휘발유·경유·등유의 판매가격 관련 정보를 교환했는지, 미국·이란 전쟁 이후 판매가격을 실제로 담합했는지 여부와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심의 절차가 시작된 단계인 만큼, 향후 위원회의 독립적인 심의를 거쳐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주간 / 임태경 기자 allonb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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