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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블랙이글스 고난도 기동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newsis) |
오늘은 제78주년 국군의 날이다. 대한민국의 최전선에서 밤낮없이 나라를 지키는 장병들에게 국민이 감사와 격려를 보내야 할 날이다. 그러나 올해 국군의 날은 마음이 무겁다. 불과 열흘 전 서부전선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우리 장병 3명이 다쳤기 때문이다.
이제 지뢰의 실체는 상당 부분 드러났다.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현장 조사 과정에서 북한군 수지 반보병지뢰가 추가로 발견됐고, 사고 현장 좁은 범위에는 폭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2발을 포함해 최소 4발의 지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매설이다”, “정전협정 위반은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한다.
사고 전 우리 군은 북한군이 MDL 일대에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형 변화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합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당시 위험성은 어느 수준으로 평가됐는가. 그 정보는 사단과 군단, 합참까지 어떻게 보고됐는가. 왜 수색대대장까지 현장에 투입됐으며 작전은 누가 승인했는가. 사고 당시 감시·정찰 자료에는 무엇이 담겨 있는가. 사고 직후 지휘계통의 보고와 지시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대대장을 포함해 장병 3명이 다친 중대한 사건이다. 대통령은 언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소집됐는가. 소집되지 않았다면 어떤 판단에 따른 것인가. 누구를 희생양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반드시 밝혀야 할 국가 위기관리의 문제다.
정치권의 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은 북한이 우리 군을 공격할 목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방어 목적’으로 매설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우리 측 지역에 지뢰를 묻은 행위를 어떻게 ‘방어 목적’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북한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것으로 비친다면 장병과 국민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오늘 민주당은 북한의 지뢰 매설을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늦었더라도 북한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동안 ‘지형 변화’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국민의 의문을 키운 국방부와 합참도 이제 군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판단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오늘 국군의 날 기념사도 아쉬움을 남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상 장병들의 쾌유를 빌면서 이번 일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했다. 군과 유엔사가 북한군 매설 지뢰를 사고 원인으로 판단하고 국방부 장관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힌 상황에서도 북한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를 강조했다.
대화는 필요하다. 평화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화를 위해 책임까지 흐릴 필요는 없다. 대통령의 말은 군 통수권자의 메시지이며 장병의 사기와도 직결된다. 북한을 꾸짖어야 할 때는 분명하게 꾸짖고, 책임을 물어야 할 때는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구나 북한은 사과는커녕 위협으로 맞서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번 지뢰 사고를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고가 난 서부전선이 아닌 동부전선 21사단을 특정해 ‘전술적 반격수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군이 실사격을 하면 즉각 보복하겠다는 위협까지 내놨다. 우리 장병이 북한군 지뢰로 중상을 입었는데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고 오히려 우리 군 부대를 지목해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북한의 눈치를 살필 이유가 무엇인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도 북한은 지뢰 매설을 직접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남북 고위급 접촉 끝에 8·25 합의에서 북측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냈다. 지금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부든 안보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진보와 보수도 따로 있을 수 없다. 오직 대한민국과 국민, 그리고 최전선에서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이 있을 뿐이다.
국군의 날이다. 정치가 장병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격려는 말이 아니라 책임이다. 사고의 원인을 끝까지 밝히고 다시는 같은 위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에게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리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북한에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대화를 원한다면 먼저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대한민국 장병의 생명과 영토를 지키는 일에는 어떠한 정치적 계산도, 어떠한 모호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제78주년 국군의 날, 지금 이 순간에도 육지와 바다, 하늘과 최전선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의 헌신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와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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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훈 주필. |
일요주간 / 이재훈 주필 kor67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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