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 "식품업계,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슈링크플레이션' 멈춰야"

임태경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5 10: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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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제품 가격 인상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계속 상승하고 있어"
"식약처, 공정위 등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풍선효과로 제품 가격 인상 가져와"
▲ *참고: 한국소비자원, ‘`24년 1분기 모니터링 결과, 33개 상품 용량 감소’(2024.06.13.) ; 한국소비자원, ‘`24년 2분기 슈링크플레이션 모니터링 결과, 11개 상품 용량 감소’ (2024.08.26.)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국내 식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원자재 비용ㆍ노동자 임금ㆍ유류비 상승, 공급망 적체 등과 더불어 고환율에 따른 수입 재료 가격까지 급등하며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에 제조사들은 표면적인 가격 상승 대신 실속을 챙길 수 있는 ‘슈링크플레이션’ 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려 소비자들에게 생산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이 공지 의무화에 따른 ‘슈링크플레이션 기업’ 낙인을 피하고자 줄줄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등의 허술한 규제가 오히려 높은 소비자 가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식품업계의 관행, 슈링크플레이션


이에 지난 22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기업들은 이상기후, 제품 생산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을 슈링크플레이션 및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공정위, 식약처, 산자부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규제와 기업들의 근거 없는 제품 가격 인상에 대해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양을 줄이는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소비자 관점에서는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 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슈링크플레이션 관련 실태조사에서 2023년보다 가격 대비 용량이 줄어든 제품은 33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33개 중 1개는 생필품, 32개는 식품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최소 5.3%에서 최대 27.3% 감소했다.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떨어뜨리는 것 또한 슈링크플레이션의 또 다른 방식이다.

소비자주권은 “대표적으로 롯데리아가 해당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양상추 품질이 떨어지거나 가격이 치솟을 때마다 양배추를 혼합해 판매하고 있다”며 “2021년, 2023년, 2024년까지 벌써 3번째 양상추와 양배추를 혼합해 판매하며 양상추 수급의 어려움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했다. 더욱이 2024년에는 해당 사안에 대해 홈페이지 게재 등의 공지조차 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구매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이 현재 식품업계에서는 제품의 중량을 줄이거나 제품 품질ㆍ성능을 떨어뜨리는 등 생산 비용 증가에 따른 슈링크플레이션이 성행 중에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처에서도 고시 등에 대한 개정을 수행하고 있으나 오히려 풍선효과가 초래돼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했다.

◇ 정부 부처, 슈링크플레이션 규제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를 2023년 12월 27일 행정 예고하고 2024년 5월 3일 개정했다. 제조업자가 상품의 용량ㆍ규격ㆍ중량ㆍ개수를 축소하는 행위를 소비자에게 별도로 고지하지 않으면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했다. ‘용량 등 변경 사실 미고지 행위 금지 대상 품목’에 해당하는 식품들은 우유, 커피, 치즈, 라면 등이다. 이를 위반하면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1차 위반 시 500만 원, 2차 위반 시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식약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내용량이 감소된 사실을 표시하게 하는 등의 소비자의 알 권리와 제품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2024년 7월 24일 ‘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개정ㆍ고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또한 2024년 10월 4일 슈링크플레이션 후속 대책으로 ‘가격표시제 실시요령 개정안’을 통해 가격 투명 공개 의무화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거래금액이 10조 원 이상인 대규모 온라인쇼핑몰도 단위가격표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위가격 표시 품목은 기존 84개에서 114개 품목으로 확대ㆍ개편됐다.

◇ 소비자 가격 인상, 풍선효과

소비자주권은 “이러한 정부 부처의 노력들은 기업들이 공지 의무화에 따른 ‘슈링크플레이션 기업’으로의 낙인을 피하고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제과업계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그 사례이다”고 주장했다.

최근 카카오 열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롯데웰푸드, 오리온, 해태제과 등 제과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2024년 12월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11월 29일 카카오 가격이 t당 9325달러(약 1316만 원)로 연초 대비 1.2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오리온은 13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고 해태제과는 10개 제품에 대해 평균 8.6% 가격을 인상했다. 카카오 원두를 직접 매입한 뒤 이를 가공해 초콜릿을 생산하는 롯데웰푸드는 17개 제품에 대해 오리온, 해태제과 대비 가장 높은 인상률인 평균 12%로 가격을 인상했다.

◇ 제품 가격 인상한 기업들의 영업이익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소비자주권은 “그러나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원자재 값ㆍ임금 상승, 이상기후에 따른 공급망 문제로 인한 제품 생산 비용 상승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에 따르면 롯데웰푸드는 3분기째 영업이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2023년 12월 3.0% 영업이익률에서 2024년 3월에는 3.9%로 상승했고 9월에는 7.1%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988억 원으로 10% 증가, 영업이익은 468억 원으로 160% 증가하면서 높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2024년 3분기 매출 2조 2425억 원, 영업이익 383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9.1% 증가한 수치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7.1%로 2021~2023년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인 16.3%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해태제과 역시 마찬가지이다. 2024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2023년 1~3분기 6.9%였던 것과 대비해 2024년 같은 기간에는 8.1%로 1.2% p 증가했다.

소비자주권은 “기업들은 높아지는 제품 생산 비용과 이상기후에 따른 공급망 문제 등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에 더해 이를 빌미로 제품의 용량ㆍ크기 및 품질을 떨어뜨려 더욱 이윤을 취하고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그에 더해 이제는 정부 부처의 규제로 오히려 가격 인상에 대한 타당성까지 얻으며 제품 생산 비용을 감내할 수 있으면서도 제품 가격을 연달아 인상하고 있다”며 “경제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꼼수에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꼼수에 대응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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