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근로복지공단서 백혈병 업무상 재해로 인정돼야...산재 등 발생 시 휴학 등 보장 없어 개선 필요"
피해 노동자 이승환 씨 아버지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협조·근로환경 개선 이뤄지는지 예의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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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제공. |
[일요주간=임태경 기자]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갤럭시 핸드폰 제조 하청기업) ㈜케이엠텍(대표이사 박창규, 윤경완)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한 학습노동자 이승환(21세) 씨에 대한 부당해고 및 산재처리 비협조 등의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부당해고 철회, 2025년 12월 31일까지 상병휴직기간 보장, 치료비 지원 및 산재처리 협조, 작업환경개선 등을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케이엠텍은 ‘입장문’을 통해 “이승환 씨의 완전한 쾌유와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기원한다”며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병마와 힘들게 싸우고 있을 때 회사 대표로서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책임을 통감한다. 회사는 이승환 씨의 백혈병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에 필요한 자료를 원만하게 제공하지 못한 점과 해고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이승환 씨의 백혈병 치료에 대해서는 산업재해 신청 결과에 관계없이 치료 지원금을 합의와 동시에 지원토록 하겠다. 향후 산업재해 인정 시에도 대위권(상계)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회사는 이승환 씨의 해고를 철회하고 2024년 2월 1일 자로 복직조치 했다. 또 복직과 동시에 상병휴직으로 처리해 2025년 12월 31일까지 고용상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당사는 앞으로도 산업재해 혹은 산업재해 신청 건의 발생 시에는 당해 사원에게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사항들 중 회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조할 것이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환경도 더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를 제공하며 안전보건 표식이 더 크게 잘 보이도록 재부착하고 정기적으로 맞춤형 안전보건교육 강화하고 ▲현장의 작업환경개선을 위한 조치로 배기/흡기 장치, 국소배기장치, 정화시설 등의 점검, 개선 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관련 시설을 보완하고 적절한 보호구 지급 등 안전보건 조치를 지금보다 더 강화하고 ▲중대재해나 산재(의심질병포함), 안전사고 등의 경우 대표이사에게 즉시 보고해 대표이사가 신속한 조치 및 책임지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 21세 이승환 씨, 케이엠텍의 갤럭시 휴대폰 조립 제조 분야서 근무 중 백혈병 발병해 현재까지 투병 중
백혈병 피해자 이승환 씨는 2003년생으로 2021년 10월 특성화고 3학년 때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3개월, 이후 2022년 1월부터는 영진전문대(일학습병행제 P-TECH 지원대학)에 입학과 동시에 케이엠텍과 정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속 같은 업무(갤럭시 휴대폰 조립 제조)를 해오던 중 2023년 9월 22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발병해 현재까지 투병 중에 있는 학습노동자이다.
앞서 회사는 이승환 씨가 백혈병이 발병하자 4개월 무급휴직 끝에 부당해고했고 일학습병행제 영진전문대는 강제자퇴(사실상 퇴학)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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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제공. |
아픈 노동자를 내쫓고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지 않았던 회사와 대학의 무책임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을 포함해 서울, 대구, 구미지역의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4월 17일과 5월 14일 두 차례의 기자회견, 공동성명 발표 등을 통해 회사와 대학에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MBC 등 언론보도를 통해 비판여론이 일자 영진전문대는 6월 10일경 강제자퇴처리를 취소하고 학칙개정을 통해 복학조치를 약속했다.
피해자 측은 4월 17일 자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현재 공단의 재해조사 중)
SMT(표면실장) 전문기업을 표방하는 케이엠텍은 핸드폰 제조과정에서 솔더 페이스트, 접착제, 플럭스, 세척제, 에폭시 수지(고온에서 백혈병을 유발하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발생가능), 윤활제, 마킹용 잉크 등 여러 가지 유해화학물질과 고주파 장비 등을 취급해 왔다.
지난 10일 반올림은 보도자료를 통해 “260도가 넘는 고온 경화 과정과 오븐 등의 고온작업 과정에서 발암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소배기나 전체 환기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유해요인들의 노출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했을 가능성을 충분하게 의심해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백혈병 발병이 오로지 개인적 문제(부모의 책임)이고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오면서 산재 규명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 제공(작업환경측정결과, 물질안전보건자료 등)에 대해서도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회사의 태도를 바꿔내기까지 고통스러운 투병과정에서도 백혈병 피해의 문제를 알리고 시정을 요구해 온 당사자(이승환 씨)와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와 함께 매주 출근선전전을 진행해 온 구미 공단지역 노동조합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반올림은 회사가 입장문을 통해 밝힌 작업환경개선 등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백혈병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일과 학습병행 제도의 문제(산재 등 발생 시 휴학 등 보장이 없음)에 대해서도 학습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보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며 이승환 씨의 쾌유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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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제공. |
이승환 씨의 아버지는 “회사를 상대로 힘을 보태어 주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저희 가족들의 힘만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합의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힘들었던 과정을 함께 해 주셨던 반올림, 아사히 글라스 지회, 노동시민단체들, 방송을 통해 알려주신 기자님, 언론사 분들을 포함해 애써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께 이승환 가족을 대표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아들 승환이는 작년 9월 백혈병 발병 이후 올해 4월까지 수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와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진행했고 이식 수술 이후 감염 우려로 조심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아직까지 입맛이 살아나지 않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해 면류와 과일, 두유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발병 전 83kg였던 몸무게가 65kg 정도로 감소됐다. 다행히 본인의 의지가 강해 최대한 먹으려고 노력하고 저녁 무렵 아파트 단지 내 가벼운 산책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초 (백혈병) 발병 후 사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건 무급휴직 1개월 연장 외엔 없다는 것과 피해자라는 표현조차 못쓰게 하고 백혈병은 부모책임이라며 부당해고까지 강행시켰다. 사 측의 태도는 아픈 근로자에 대한 처우 등의 기대와는 너무 차이가 나서 참으로 참담했었다”며 “이러한 사 측의 인식 수준을 힘들었던 많은 투쟁과 협의 과정을 통해 경영진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마지막 입장문 발표를 통해 재발방지 의지를 확인했다는 측면에서 큰 보람과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앞으로는 (케이엠텍) 대표이사가 입장문을 통해 밝힌 대로 산업재해 증명에 필요한 협조와 근로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할 사안이라고 생각된다”며 “승환이를 포함한 저희 가족 모두는 합의에 이르기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의 성원을 거름 삼아 승환이의 건강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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