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사태

기현정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7-08-22 1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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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수 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살충제 계란을 먹고 살아왔을 것이다.
▲ 기현정 논설위원

[일요주간 = 기현정 논설위원]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지 열흘이 다 돼간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정확한 검사 결과마저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은 청정계란을 사러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말경 유럽의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촉발된 살충제 계란 사태는 8월 들어서는 문제의 달걀이 수입된 아시아 지역까지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살충제 계란은 유럽의 계란과는 상관없이 우리 산란계 농장 자체에서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사실 A4용지 크기의 공간에서 닭을 키우는 산란계 농장의 사진을 우리가 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거기에 진드기가 기생하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린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물론 산란계 농장 주인이나 관련 자치 단체 관리 담당자는 알고 있었겠지만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는 그것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십 수 년 혹은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피프로닐,비펜트린등의 살충제 계란을 먹고 살아왔을 것이다.


억울하겠지만 그 계란을 많이 먹은 사람은 그로 인해 병을 얻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그것을 모르고 살아왔을 뿐이라는 걸 생각하면 오늘 와서 새삼 유난을 떨 일도 아니다. 청정계란 사러 전국을 헤매지 말고 차분히 대처하자는 말이다.


문제는 이번 계란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다. 문제가 터지면 늘 그래왔기에 정부의 태도 역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식약처장은 계란 파동이 나기 며칠 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계란은 아무 문제없다고 큰소리 쳤다가 며칠 만에 웃음거리가 되었다.무엇을 근거로 정부당국자가 그런 소리를 했는지 따져보아야 할 일이다.


농식품부는 계란 전수조사 과정에서 계속된 실수를 저질러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애먼 농가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친환경인증은 농피아의 농간으로 전혀 관리가 안 돼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식약처는 어제야 겨우 살충제 계란의 유통경로와 인체 유해성등에 대해 답변을 내놓고, 일상적으로 먹는 양으로는 전혀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는 듯하다.


“난각코드”를 두고는 식약처와 농식품부는 서로 관리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고 여당인 민주당은 한술 더 떠 전 정권 탓으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전 정권 탓도 하고 싶겠지만 오랜 세월 그리 해왔을 터이니 그보다 훨씬 앞선 정권 탓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총리라도 전 정권 탓할 생각이 없다는 말에 사태해결에 일말의 안도감을 갖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어느 정권과는 달리 보다 완벽한 대책을 세워 주기 바란다.


사태에 대한 흥분된 자세나 보도 태도는 사태의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임시방편의 졸속 대책에 그치기 쉽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광우병 사태가 그렇고 메르스 사태가 그렇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그렇다. 지나고 보면 당시에 그 난리를 쳤어야했느냐는 생각이 들고 우리의 냄비근성에 쓴 웃음이 나기도 한다.


사실 잘 살펴보면 산란계 농장뿐이 아니고 우리 먹거리와 관련해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수없는 허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계란을 몇 개 먹는다고 당장 사단이 나는 것도 아니고 비좁은 산란계 농장문제가 어제 오늘 된 일이 아니니까 차분히 지켜보면서 국민 건강관리와 관련한 제반 제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가 불안한 것은 분명하지만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처는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낳게 할 것이다. 우스운 얘기지만 이번 계란파동으로 북한 핵에 대한 공포가 저만치 사라져 버린 것이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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