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AI 생성 이미지. |
[일요주간 = 엄지영 기자]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산증인이자 ‘국민기업’ 롯데의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회장의 삶과 철학이 담긴 평전이 AI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신격호의 꿈, 함께한 발자취; 롯데 CEO들의 기록’은 단순한 전기를 넘어, 롯데그룹의 CEO들과 동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구성된, 기술과 인문학이 만난 새로운 기록 방식이다.
AI 자서전 플랫폼 스타트업 ‘레페토 AI’는 이 프로젝트에서 인터뷰 데이터의 정제와 서사 구성, 삽화 생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시각화하며, 거대한 롯데 신화의 중심에 선 신격호 회장의 기억을 생생히 복원해냈다.
◇ 현장을 중시한 경영의 신념
“거기 가봤나?”
이는 신격호 회장의 상징적인 말로, 단순한 질문을 넘어 롯데의 성장 철학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롯데물산 전 대표이사 김명수 씨는 건축을 전공하고 25년 넘게 롯데그룹의 신규 프로젝트 TF팀에서 설계와 인허가 수속을 담당하며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소공동 신관 호텔과 백화점, 부산 서면의 롯데월드, 그리고 신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123층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까지, 초기 구상부터 설계, 인허가 수속, 공사 관리 전 과정을 총괄하며 회장과의 긴밀한 협업을 이어왔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에서는 공사 관리를 총괄하는 건설본부장 역할을 맡아 신 회장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회장님은 해외 초고층 건물과 복합쇼핑몰 사례들을 직접 보시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철학을 실천하셨습니다. 저희 TF팀도 일본, 동남아, 유럽, 미국, 심지어 중동까지 견학을 다녔고, 그런 경험들이 저희 기획 역량을 끌어올렸습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마켓3.0시대의 융합건축설계’를 집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잠실 롯데월드몰 외벽 색상에 대해 유로디즈니를 언급하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파리로 출장 갔다가 여권을 소매치기당했던 일이다. 그는 “3시간 만에 임시 여권을 발급받아 귀국했지만, 이 모든 과정이 회장님의 현장 중심 철학에서 비롯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 고집과 책임, 단단한 경영 철학
롯데그룹의 또 다른 전직 CEO는 회장님과의 첫 면담에서 “자네는 고집이 좀 있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이 말은 꾸짖음이 아니라, 책임질 줄 아는 사람에 대한 신 회장의 독특한 신뢰 방식이었다.
![]() |
▲ 책 표지. (사진=레페토 AI 제공) |
신 회장은 단호하면서도 따뜻했다. 실무자의 보고에 귀 기울이고, 현장을 자주 찾아가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영업이 뭐든가? 나도 껌 팔아보고 신문도 돌려봤어.”라고 말하며 직원들을 격려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리더는 명령자가 아니라 동반자여야 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현장 직원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롯데월드타워 건립은 신 회장의 꿈이자 대한민국을 위한 사업이었다. 그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고궁 보여주고 나면 더 볼 것이 없지 않나?”며 초고층 건물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우린 부존자원이 별로 없으므로 관광산업이 중요하다”고 반복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겪은 고난 속에서 조국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득했고, 이는 그의 모든 사업 철학과 결정에 반영되었다. 대표적인 세 가지 일화가 있다.
첫째, 1990년대 초 동경 회장실 회의실 벽에는 조선 수군이 일본군을 격퇴하는 해전도가 걸려 있었다. 일본인 직원 앞에서도 이 그림을 당당히 걸어둘 만큼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둘째, 롯데월드타워 건축 허가가 지연되던 시기, “단 일주일만이라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갖는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말씀은 그의 애국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동경 사무실에 부임한 고 유주하 코리아세븐 대표에게 “여기 한국 사람은 자네와 나뿐이니 잘해야 해.”라고 당부한 말 속에서도, 조국의 이미지를 지키려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 꿈과 품격의 상징, 롯데월드타워
2011년 6월 4일 새벽 5시, 롯데월드타워의 기초 콘크리트 작업이 시작된 그 순간은 신 회장의 마지막 꿈이 현실로 닿은 역사적인 시간이었다. 5300대의 레미콘 트럭이 32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드나들며 부은 기초는 가로세로 72m, 높이 6.5m의 초대형 구조물로, 이는 한국 건설 역사상 유례없는 대역사였다.
기초 작업이 끝난 6월 5일 오후, 회장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38m 아래 기초를 말없이 바라보셨다. 이는 단지 건축이 아니라 조국의 품격을 높이려는 신 회장의 철학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의 품격을 높인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인간적인 면모는 브랜드 이름에서도 드러난다. 젊은 시절 문학을 꿈꾸던 그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여주인공 ‘샤롯데(Charlotte)’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롯데’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일본 사업 초기, 신부에게 이 책을 선물할 정도로 문학에 대한 애정을 간직했으며, 이는 ‘정직, 품질, 현장’이라는 3대 가치로 이어져 롯데라는 이름에 대한 국민적 신뢰로 이어졌다.
◇ 롯데의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더 멀리 본다.”는 말처럼, 신 회장이 남긴 롯데의 유산은 과거를 넘어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과거 회고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메시지다. 신 회장의 경영 철학, 사람에 대한 믿음, 도전 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길잡이다. 기술의 도움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 평전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을 조명하는 소중한 기록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시민과 공감하는 언론 일요주간에 제보하시면 뉴스가 됩니다'
▷ [전화] 02–862-1888
▷ [메일] ilyoweekly@daum.net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