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철밥통에 매달리는 공시(公試)과열, 국가적 과제다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19-02-12 17: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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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웅의 시사터치]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대한민국 젊은이들 청춘을 철밥통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6일 3면 머리기사로 ‘한국인들이 꿈꾸는 직업? 공무원’, ‘미국 최고 명문 하버드대 입학보다 한국의 공시 경쟁이 더 치열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무원시험합격률이 2.4%로 지난해 하버드대 지원자 합격률 4.59%보다 낮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청년 대다수는 민간 분야 일자리 전망에 대해 그렇게 기대하지 않아 공시 경쟁이 더 치열하다” 또한 “한국의 경제성장이 느려져 젊은이들이 경기침체의 여파를 받지 않는 공공직에 몰리고 있다”는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4953명을 최종 선발한 한 공무원시험에는 20만 명이 지원해 합격률 2.4%를 기록했다. 합격률만을 놓고 단순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치도 않지만 하버드대 입학보다 힘들고 어렵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국의 공시 과열을 꼬집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한국은 과잉교육 사회”라며 평생 시험공부에 빠진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인생 출발의 좌표를 결정짓는 대학수능시험은 시작에 불과하고 대학 입학과 더불어 취업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입사 후에도 각종 승진, 자격증 시험이 연속해서 기다린다고 보도했다.

이번 4월 6일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을 앞둔 설 연휴엔 노량진 고시촌 학원 독서실 마다 공시 준비생들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한다. 공시생은 설 연휴가 아예 싫다고 한다. 많은 식당이 문을 닫아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니 불편하기 마련이다. 노량진 컵밥 거리에는 가게마다 공시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다,

’공시 과열‘ 과연 이대로 좋은가? 철밥통으로 지칭되는 공무원이 ‘꿈의 직장’이 된 것은 정년까지 고용이 안정되고 퇴직 후 연금이 보장되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호봉제에 따라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고, 민간기업과 달리 업무성과와 평가에 큰 영향이 없이 정년이 보장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공시에 매달리는 것은 청년 입장에선 당연한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대기업 입사 유혹도 있지만 워낙 바늘구멍인 데다 설사 합격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을 겪게 되므로 몇 년이 더 걸려서라도 공무원시험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대신 공무원 시험을 선택하는 고교생도 늘고 있다.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자체적으로 ‘공무원 준비반’을 운영하며, 공무원 시험대비 학원에서는 고교생을 위한 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열기도 한다.

그동안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의대나 법대에 쏠리는 현상이나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도전하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의 핵심은 공무원을 희망하는 이유가 ‘국가와 공공에 봉사’하겠다는 신념의 발로라기보다 안정성과 비경쟁적 업무환경을 추구하는 심리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공무원이 된 뒤 기득권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한 것도 현실이다.

공무원 조직이 우수 인재를 독식하면 인적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미래 국가발전과 민간경제의 활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동안 철밥통이라는 교수들의 업무평가에서 강의와 연구논문실적, 저서 출판 등의 비중을 강도 높게 평가하듯이 공직 사회에도 경쟁과 보상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해 공무원은 편하게 잘 지내는 직업이라는 편견을 깨야 한다.

철밥통이란 말 뒤에는 관료와 기득권 세력을 비꼬는 의미가 숨어있거니와 흔히들 신분보장이나 고용안정이 확대 재생산되어 무사안일, 복지부동, 비효율을 잉태한다는 부정적인 그림자가 배경에 드리워져 있는, 극히 한국적인 용어이기도 하다.

철밥통 공무원에 그토록 매달리는 계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뼈아픈 과거가 있다. IMF를 겪으면서 건실했던 많은 기업이 무너져 엄청난 폐업과 실직자들로 인해 가족전체가 고통을 당했으나 공무원이나 공공기업 직원들은 안전했던 기억에 사무친 것이다.

한창 ‘꿈’을 키우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해야 할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안정된 일자리 공무원에 열광하는 문제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국가적 과제이다. 젊은 층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을 상실한 나머지 안정된 일자리만 찾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둡다.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의 5분의 1, 총 인구는 750만 명에 불가하며 자원 빈국인 이스라엘은 국민 1인당 벤처 펀드 세계 1위, 매년 창출되는 기업체 수는 유럽 전체의 2배에 달한다. 거품 없는 탄탄한 경제구조로 반복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원동력이 청년들의 창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미래의 벅찬 꿈을 안고, 안정보다는 도전과 개척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찾아 나설 때 바로 건강한 나라가 보장된다. 청년이 창업을 꿈꾸고 생산적인 민간 분야에 진출하는 분위기를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부호 빌게이츠는 19살에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MicroSoft를 창업했고,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하버드대 재학 중에 페이스북을 만들어 지금과 같은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청년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규모를 늘리고 창업에 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형성되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선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안 된다는 것에 굴복하지 않고, 안 되는 이유 10개보다 되는 이유 1개부터 찾아야 한다.

[필자 주요약력]
(현)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전)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 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KBS 예능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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