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잠시 짐 벗어놓고 등 기댈 때"

시인 정병렬 / 기사승인 : 2010-04-03 13: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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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리로다> 목천의 시 '행복론 1'

< 행 복 론 1 >

행복년을 노래하면 행복년이 오고
불행놈을 노래하면 불행놈이 온다네
행복의 꼬리표 달아놓고
웃고 잠들고 웃고 일어나세나
나의 목마름도 행복 물 한모금도 행복
저 사람들 행복을 보는 것도 행복일세
가슴속 보고 싶은 얼굴 하나 있어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네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학은 한 마디로 행복학이라 할 수 있다. 낙원을 배우고 추구하는 길목에서 서로 만나 사귀고, 울고 웃고 노래하는 역사 속에 너와 내가 있어, 시인은 노래했다.

"산 넘어 언덕 너머 먼 하늘에/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 아, 나는 남 따라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다네 / 산 너머 언덕 너머 더욱더 멀리/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카알 붓세 '산 너머 저쪽')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이 시는 목마름이 가시지 않는 인생에게 섣부른 삶이나 허황된 욕망을 경계하면서 한 발짝 좀 더 나아가자는 애정 어린 위로와 격려가 깔려있는 눈물겨운 우리들 삶의 노래다. 행복은 '더욱더 멀리'가 아니라, 현실로 직면한 바로 '나' 자신에서 찾으라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백번 행복해야할 인생, 이백 번도 더 노력해야할 유한한 삶에, 무한한 욕망은 각박한 현실에 부대껴서 한숨으로 점철되는 오늘을 어찌해야 하는가. 행복은 먼 곳에 있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는 것. 숨을 쉬듯 작은 일에서 비롯되는 기쁨을 놓치지 않는 삶의 방식을 꾸려간다면 좀 더 행복하게 되고, 그로부터 삶의 재미와 매력을 탐색해가는 혜안이 열리라 여긴다.

내가 짊어진 짐은 생각하기에 따라 낙원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알면 즐겁고, 좋은 일에도 불평불만으로 바둥거리면 고통의 가시가 돋기 마련이다. 긍정의 등불을 켜들고 고통을 업어주며 살살 달래보자. 산 넘어 가자스라 이르고 어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터를 찾아 나설 때 밤은 끝내 새고야 말리라.

불행을 구박하기보다 우악한 불행놈을 보드랍고 고운 행복년으로 달래서 무릎 꿇고 사랑을 고백할 때까지 흥얼흥얼 노래를 불러보자. 그렇게 가다보면, 낙원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잠시 짐 벗어놓고 등 기댈 때, 그 등짝이 낙원이요, 내 몸이 곧 낙원이다.

목마름에 물 한 모금만한 낙원이 또 어디 있겠는가. 제아무리 재물이 많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한들 기쁨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건 한 푼의 가치도 없는 허물에 지나지 않으리라.

젊어서 가출한 탕아 같은 도사가 있었다. 몇 십년만에 무일푼으로 부모님 무덤을 찾아 갈잎 술잔을 놓고 절을 드릴 즈음 안주가 없어 허전했던지, 마침 주변에 풀을 뜯던 황소 한 마리를 끌어다가 무덤 곁에 붙잡아 놓고, 거리낌 없이 효자송?을 읊조렸으니, "술안주로 황 소 한 마리 잡았사오니, 흠향하옵소서." 이 얼마나 눈물겨운 인생학 이야기인가.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 입은 옷, 밥 한 숟갈이 감사하며 누릴 수 있는 최상의 것들이다. 가슴을 열고 세상 모든 것이 다 내 것이라고 하자. 낙원은 넓고, 즐거움은 세상 가득 넘친다. 빛나는 해와 달, 별빛 흐르는 강이며 우뚝한 산들, 그뿐이랴! 사람과 사람들, 내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아리따운 연인들!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누릴 수 있는 나의 짐이자 나의 소중한 낙원일 것이니, 그것은 궁극적으로 내 몸 등짝에 붙어 있다. 누구나 제 등짝에 낙원을 짊어지고 산다.

오늘도 낙원을 향한 길 많이도 걸었다. 잠시 짐 벗어놓고 등 기대어 오늘 하루 잠깐만이라도 낙원을 맛보느니, 가슴속 보고 싶은 얼굴 하나 그려보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우리는 평생 행복을 배우고 추구하는 행복학 학생이다. 행복할 줄 모르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것이며, 행복한 꿈을 꾸는 사람이야말로 행복한 학생이리라.

핍박 받고 고통에 시달리는 자, 지옥 같은 시간일지라도 결코 지옥이 아니라고 외치는 그 순간부터 낙원은 시작된다. 고통과 인내의 나날 행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행복하다, 행복하다' 속삭일 때 낙원은 벌써 피어나고 있다. 고된 짐짝을 밀어주고, 서로 마주칠 때 그냥 웃어만 주어도 내가 먼저 환해지는 낙원! 그게 행복의 속성이자 낙원의 천성으로 사람이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

"사람이란 동일한 비례로 행복을 가지고 있다. 나도 황제 나포레옹보다는 평민 보나빨드로 서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행복할지 모른다. 하루벌이의 천한 노동자도 남만 한 행복은 있는 것이다. 나는 매일 맛있는 음식을 먹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보아도 흥미가 없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나같이 자주 맛있는 음식은 못 먹더라도 도리어 나보다는 그 점에 있어서 행복하리라."(나폴레옹, 불란서 황제 1769-1821)

"사랑이 있는 곳에는 항상 낙원이 있다" (파울)
"누구나 제 등짝에 낙원을 짊어지고 산다." (목천)
"참고 기다리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항상 미래에 사는 것"(푸쉬킨)
"고진감래苦盡甘來"/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금언)
"성실보다 나은 지혜는 없다." (디슬랠리)
"하루를 잃은 자는 일생을 잃은 자이다."/ "가장 좋은 날은 바로 그날그날이다."(에머슨)
"가난이 창구멍으로 들어오면 행복은 문을 박차고 달아난다." (금언)
"참다운 행복과 기쁨은 노동과 눈물로써만 얻을 수 있다." (러스킨)
"하늘은 선행을 행하는 자에게는 복으로써 갚고, 악을 행하는 자에게는 화禍로써 갚는다."(공자)


▽ 정병렬 시인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표현' 신인작품상 수상
詩集 '등불 하나가 지나가네'
'물 길어 가는 새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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