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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숙 |
현대미술은 더 이상 작가에게 아방가르드적 가치를 내세워 채찍질하기 보다는 혼돈을 봉합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대 미술의 난해함과 혼돈은 작업실에 박혀 현대미술의 개념을 정리하는 본인에게는 더욱 더 혼란이 가중된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면서 왜 위대한 여성 예술가들은 없는가? 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페미니즘에 몰두하면서 작업 주제선정에 도움이 되는 많은 시간을 가지게 되었으며, 1970년대 이후 활발하게 전개된 페미니즘 경향의 작품들을 직접 혹은 간접적 경험을 통해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본인의 인체를 이용하여 시작된 작업은 다양한 변형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굴곡과 굴절된 시각을 통해 여성 이미지를 표현하였으며, 이번 전시 작품에 나타나는 굴곡과 굴절의 여성이미지는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대물림하는 실존적이며 본질적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사회 전반에 드러남이 없이 스스로 소멸되는 것 같은 나약함을 사회 문화 전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서 기인한다.
굴곡과 굴절의 시각은 인체의 갈라짐을 통해 표현하고 그 위에 에폭시 작업을 하면서 흙의 갈라짐을 보호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불변했던 불합리에 대한 여성이미지를 재인식 하도록 하기 위해 시도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분이 증발되어 짧은 시간에 흙이 갈라지는 것을 관찰하면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모두 담는 것 같은 의미가 부여된다. 흙이 완전하게 마르고 난 다음에도 그 형상은 어머니 혹은 어머니의 어머니로 인식된다.
역사의 대물림을 통한 여성의 억압적 상징 요소는 이러한 시간의 변화에 따른 굴곡과 굴절의 의미가 결함됨으로써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불합리한 여성이미지는 개념과 조형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소재로 사용된 흙은 본인에게는 일반적인 흙은 아니다.
포장되지 않은 길을 따라가면 새색시의 볼처럼 수줍음을 드러내는 연붉은 흙을 발견하거나, 혹은 도로를 포장하기 위해 산을 파헤칠 때 드러나는 어머니의 속살같은 누른 빛깔의 고운 흙을 발견하면 설레이는 마음으로 흙을 채취한다. 그렇게 선명함을 드러내던 그 흙이 작업실에 가져와 며칠이 지나면 그냥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흙으로 변한다. 마치 생명을 다하고 가장 본질적인 자연 본연의 향으로 돌아간 과거 속의 어머니 모습과 다름 아님을 느낀다.
작업을 위해 캔버스 위에 삼베 천을 바른다. 초가집 담장을 만들 때 황토에 볏짚을 설어 넣어 견고함을 더하듯 삼베 위에 흙을 바른다. 마치 아담하고 작은 집을 짓고 보금자리의 아늑함을 느꼈던 어머니의 어머니가 흥분한 기분처럼, 삼베 위에 흙을 바르면 잔잔한 유희가 느껴진다.
어디가나 쉽게 볼 수 있는 그 흙에서 생명을 잉태시킨 위대한 자연의 숨결을 느끼고, 작업하는 과정 동안 혹은 마무리된 작업을 통해 미세하게 변하는 흙의 변화를 통해 생명을 느낀다. 주제로 사용된 굴절과 굴곡된 여성 이미지와 소재로 사용된 흙의 만남이 본인에게는 가장 한국적인 페미니즘적 경향의 작업일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가져보게 하기도 한다.
전시될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조형적 요소를 찾을 수 있고, 페미니즘에 충실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조형언어가 결여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개념과 조형적 요소를 삼키고 토해내어 정제된 개념과 조형언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조심스레 글을 접는다. 개인전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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