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세연 지음 ‘홀리데이 컬렉션’

소정현 / 기사승인 : 2019-11-15 16: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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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삭막한 세태가 사막처럼 펼쳐지며
그사막을 건너는 젊은이들의 파편화된 삶묘사

주체적 아닌 타성적 순응과 체념의 하강국면을
이완된 서사적구조 방법론 통해 자연스레 반영
▲ 김세연 저 '홀리데이 컬렉션' (실천문학사)
● 젊은이들의 우울하고 발칙한 자화상

2010년 ‘불교문예’에 소설 ‘탑’을 발표했고 2019년 ‘쿨투라’ 문화평론 신인상에 당선된 김세연 소설가의 첫 소설집 ‘홀리데이 컬렉션’이 실천문학 소설집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에는 현대사회 젊은이들의 우울하고 발랄 발칙한 7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먼저, 문학평론가 염무웅씨의 김세연 소설가의 작품 세계의 포괄적인 담론적 평가를 소개하는 것이 예법인 듯싶다.

“김세연의 소설은 청년세대의 감각에 포착된 오늘의 팍팍한 현실풍경이다. 그의 디테일 묘사는 섬세하고 꼼꼼하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세계는 건조하면서도 우울하다. 그의 소설에는 농경문화의 기억조차 희미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삭막한 세태가 사막처럼 펼쳐지며 그 사막을 건너는 젊은이들의 파편화된 삶이 꿈결처럼 그려진다.”

이제는 우리 독자 제현께서 김세연 소설가의 작품 구조와 문법의 명징성을 투사하는 성의를 표명하면, 글의 호흡도가 무척 민감하여 질 것이다.

김세연의 소설집 ‘홀리데이 컬렉션’(실천문학 출간)은 ‘의미가 산출되는 구조’를 적실하게 설정하고 배치하는 감각이 단연 빛난다. 그는 진실이란 주체의 시각에 의해 달라지고 사물의 본질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우리가 구조해내고 감지한 관계들 속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구조주의자들은 인간이 창조한 문화 역시 언어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이고 고유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인위적으로 구조된 것이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 틈새가 메꾸어져 자연스러운 것처럼 동화되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마치 모든 언어들이 그 뒤에 숨은 보편 문법의 구조에 따라 작동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김세연의 소설을 읽는 것은 그가 배치한 구조의 매혹적인 통로와 계단을 경험하는 과정이며, 그녀가 제시하는 주제의식은 이러한 미적 여로의 경험 이후 느끼는 의미와 소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의 작품세계를 미시적으로 미로의 퍼즐게임을 탐색하여 보기로 한다.

● 세부적 구성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로 존재하는 소외된 삶의 군상을 명징하게 환기시키고 있는 표제작인 ‘홀리데이 컬렉션’ 입양아를 다룬 ‘미니’ 에로스적 욕망과 결핍을 다룬 ‘작업 중’ ‘하찮은 거짓말’ ‘ATM’ 등의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우울감이나 발랄 발칙함을 선사하고 있다.

‘미니’는 평형 회복의 서사이다. 평형의 깨어짐에서 새로운 평형 회복이라는 데카메론의 문법이 근간을 이룬다. 나와 남편 그리고 애완 고양이 콩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남편은 말한다. “난 너랑 우리 콩이, 셋으로도 행복해.” 그러나 이들 가족의 최초의 평형은 곧 깨어진다. 어느 날 민희가 입양되어 온다. 이제 새로운 평형 질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편 ‘작업 중’ ‘하찮은 거짓말’은 에로스적 욕망을 다룬 서사이다. 절정을 향해 가는 상승적 힘이 작품의 전반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에로스적 욕망은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파국에 가까워진다. 사랑의 베일 속에 은폐된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사랑은 힘을 잃고 스러지는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늘 불안과 동거한다. 김세연의 소설적 상상력은 이러한 사랑의 구조적 속성을 날카롭게 추적하고 있다.

‘ATM’은 처음부터 에로스적 욕망보다 그 결핍의 뒷모습이 우위에 놓인다. 관음증이란 처음부터 상대와의 깊은 관계는 없이 관망하는 것, 즉 관계의 미달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의 전개 구조와 내용 역시 시도만 있지 제대로 성사되는 것이 없는 배회의 양상을 지속적으로 보인다.

‘홀리데이 컬렉션’은 주인공 희서의 이태리 패키지여행과 물류 센터에서의 아르바이트를 병치시켜 전개하고 있다. 이태리 여정과 아르바이트를 중심으로 한 일상이 서로 시간과 공간의 현상은 다르지만 거울처럼 동일한 반사체이다. 그렇다면 작가가 여기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희서의 독백이 머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블머신’은 ‘아빠의 해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소설은 어둡고 불우하다. 이미 텅 빈 결여가 작품 전반의 정조를 짙게 물들이고 있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타자로 존재하는 소외된 삶의 군상을 명징하게 환기시킨다.

결론인즉, 김세연 소설의 서사적 구조는 현실세계의 일상성의 근간을 좀 더 분명하게 말한다. 특히 그의 서사적 구조는 충만, 의지, 회복 속에 결여, 부재, 구멍이 내재되어 있음을 면밀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세연의 작품세계를 총평하자면, 주체적 의지나 욕망의 상승이 아니라 타성적 순응과 체념의 하강이 지배하고 있음을 이완된 서사적 구조의 방법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반영해내고 있다. 필히 일독을 권한다.

▲ 김세연 작가
■ 작가와의 미니인터뷰

● 소설을 쓰게 시작한 계기는?
학창시절에는 백일장 소녀였다. 주로 ‘산문’ 부문에 글을 냈는데 짧은 분량의 수필을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처음에는 내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써서 상을 받았다. 그러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에피소드는 고갈되고 상을 받고 싶은 욕심은 커지다보니 조금씩 허구적인 내용을 덧붙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소설 쓰기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하면서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해왔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에 못지않게 ‘무엇을’ 말할 건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람들이 소설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최근의 스크린셀러 열풍 등을 봐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기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목말라있다.

● 추후 작품 활동의 방향성은?
▼ 소설도 유행이 빨리 바뀌는 것 같다.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2009년)했을 때는 환상성이 강조된 문학이 유행했는데 석사 과정 쯤에는 외국의 문학이론들을 인용한 ‘지식조합형 소설’이 강세였다. 최근에는 페미니즘과 퀴어 문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나의 개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리데이 컬렉션’을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도 이와 관련되었다. ‘홀리데이 컬렉션’이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자의식이 가장 많이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사회구조의 결함으로부터 발생하는 청년들의 고민과 보편적 인간의 문제에 천착한 소설을 쓰고 싶다.

■ 작가 김세연은
198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0년 ‘불교문예’에 소설 ‘탑’을 발표했고 2019년 ‘쿨투라’ 문화평론 신인상에 당선되었다. 현재 동국대학교 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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