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충전 ‘고단한 생각을 한번 쯤 내려놓고’

작가 한상림 / 기사승인 : 2018-06-25 1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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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불러보는 찬가(讚歌) ‘작가 한상림’

- 정열의 삶, 그 주체할 수 없는 바람들 -


● 사랑을 잉태한다. 달콤하게 익어간다.


▲ 작가 한상림
▲ 작가 한상림

7월은 뜨겁다. 태양의 민낯은 정열적으로 농익은 사랑을 잉태한다. 한낮의 논물은 점점 깊어지면서 그렁그렁 끓어 넘친다. 낱알을 매단 벼 포기들이 단단하게 새 살을 여미기 시작하면 일찍이 배고파 고향 떠난 사람들은 잠 못 이루는 별을 헤아린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라는 성경구절처럼 가지마다 탱탱한 알갱이의 말씀을 매달고 달콤하게 익어간다.


사람과 동. 식물 모두 저마다의 끼로 넘쳐나는 열정적인 달이 바로 7월이다. 한낮에는 산 그림자가 점점 길어지다가 강물 속에 슬그머니 잠겨들면 강물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까지도 강물에 빠져든다.


숲에서는 나무와 새들과 짐승들까지도 발정기가 되어 새끼를 부화하고 꽃을 피우고 씨앗을 잉태하면서 온갖 생동감으로 가득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7월이 되면 주체할 수 없는 끼로 모험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른다. 새로운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들 역시 넘치는 정열을 주체할 수 없어서 바람 따라 물길 따라 흘러가고 싶어 한다.


강물도 바다도 폭풍우가 몰아치면 한 번씩 거세게 흔들리고 아프다. 흔들리고 아파야만 물속에서도 새롭게 다시 탄생하는 생명체들이 많아진다. 또한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강과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역동적이고 자연발생적인 현상이 없다면 수면 위와 수면의 바닥이 뒤집혀질 일조차 없이 그저 유유히 흘러가야만 할 것이다. 이는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는 단조로운 현상일까? 한바탕 소용돌이 속에서 물속의 모든 생물들 역시 또 다른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어 진화하게 될 것이다.


● 일어설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일로 마음도 몸도 몹시 아프고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가도 스스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스스로 생을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자연의 순리와 섭리에 대한 이해력의 부족에서 오는 그릇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오십대를 1년 12달 중에서 7월로 비추어 본다면 사람들 역시 가장 뜨겁고 멋진 삶을 만들고 싶어 하는 때가 바로 오십 대라고 볼 수 있다.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3-40대까지는 가정과 자녀교육과 일에만 파묻혀 살다가 오십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여유가 생겨 전후좌우를 둘러보게 된다.


그래서 더 늙기 전에 무언가를 열심히 성취하고 불태우고 싶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남은 생을 더 늙기 전에 즐기고 싶어서,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지나온 사랑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쉽게 사랑을 이탈하려는 마음까지 싹트게 되어 넘지 말아야 하는 강을 넘나들다가 후회의 늪으로 빠져 들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심코 7월을 맞이하면서 ‘또 7월이 또 왔네’ 하는 마음으로 그저 무덤덤하게 맞이하기도 한다. 그것은 인생을 1년으로 나누어서 생각한다면 아마도 인생 중반을 넘어서서 활기차게 내리막길로 달리기 시작하는 7월! 이제 백세시대에 이르렀으니 인생 나이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한다면,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나이 오십을 상징하는 달이 바로 7월이라 할 수 있다.


가끔 산등성 위에 서 있는 철탑들을 바라보라. 철탑도 때론 고독하다. 마치 고대의 웅장한 전사처럼 우뚝 서서 세상을 바라본다. 한 낮에는 깜빡깜빡 졸기도 하고 밤이면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웅웅댄다. 그래서 누군가는 7월이 되면 고단한 생각을 한번 쯤 내려놓고 쉬어가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십에 늦둥이를 낳아서 아이 넷을 기르느라 남들보다 십 년은 후퇴한 삶을 정신없이 살게 되었다. 오십을 기점으로 내 인생의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지는 시점이었다. 이제 환갑을 앞두고 가만히 뒤돌아다보면 열심히 살지 않았던 시간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 네 아이를 마흔 살까지 낳았으니


첫 아이도 남들보다 늦게 낳아서 네 아이를 마흔 살까지 낳았으니, 사십 대까지는 그야말로 육아에 전념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십이 되자 늦깎이로 문학의 세계로 빠져 들어 시 창작을 공부하면서 시와 수필로 등단하게 되어 거의 13년 간 열심히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또한 그보다 더 열심히 한 것이 바로 새마을부녀회원으로서 봉사활동의 시간을 지속해 온 점이다. 아직도 서울시 강동구 새마을부녀회장으로서 중책을 맡고 있기에 눈만 뜨면 바쁜 일정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많은 일들을 소화해가고 있다.


그야말로 7월의 땡볕처럼 가장 뜨겁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온 시간이 바로 내 나이 오십대인데 창작과 봉사의 두 가지 일에 몰두하다보니 어느 새 육십 대로 접어들었다. 육십이 되면서부터 갑자기 몸 건강이 안 좋으니 자꾸만 자신감이 줄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절대로 후회는 않는다. 뜨겁게 열정적으로 살아온 시간은 절대로 후회가 따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 오는 좌절감마저도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강하게 극복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오십대의 당당함이 오히려 남들에게는 거만함으로 보여 질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 자신을 낮춰가면서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겸손함을 깨달으며 새로운 인생을 배워가려 한다.


7월은 태양도 지구도 우주도 사람도 모두 마음이 흠씬 달궈진 정열의 계절이다. 이육사 시인은 7월을 청포도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로 비유하여 평화롭고 풍요로운 삶에 대한 소망을 담아냈지만, 나는 7월을 사랑을 잉태하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랑을 잉태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비우고 자연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언제나 ‘사랑’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도록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배려해 준다면 살아가는 동안에 참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게 될 것이다.


■ 프로필


한예총 전문위원


시인,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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