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문턱에서] 수필가 조명래 ‘자식농사’

조명래 수필가 / 기사승인 : 2018-06-26 10:26:4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할아버지… ‘핫배!’라 불러도 좋아’
수필가 조명래
수필가 조명래

[일요주간 = 조명래 수필가] 농사꾼 아버지는 천하제일이 논농사였고, 그 다음이 자식농사였다. 아버지 덕분에 나는 평생 동안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퇴직하면서 우연히 독서지도사 자격을 취득했다.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지역아동센터’에 주당 2시간씩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온 모양이 되었다.


같은 또래의 손자와 놀아본 경험이 있으니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하였다. 첫 대면 시간에 “나는 책 읽어주는 할아버지야. 앞으로 그냥 할아버지라 불러도 되고, 줄여서 ‘핫배!’라 불러도 좋아” 하면서 말을 붙였다.


핫배란 말은 손자 녀석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어서 이 아이들과 서로 친근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한번 불러보라 했더니 장난끼를 더해서 합창으로 소리치는 외침이 아주 듣기 좋았다.


성공적인 출발로 생각한 예상과는 달리 사실은 전혀 아니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불과 몇 분도 되질 않았고, 저희끼리 밀치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행동 앞에서 계획적인 진행이 불가능했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계산이 틀렸음을 금방 알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아이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만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나였다. 그런데 첫 날을 엉망으로 마친 후 완전히 자신감을 잃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자존심이 고개를 들었다.


어디에 문제가 있으며 내가 반성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머릿속으로는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그들과 눈높이를 맞춰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른의 고정관념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음을 발견했다.


목적한 바를 가르치려는 생각으로 앞에서 이끌고 가려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떻게든 내가 맞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조급해 하면서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 기다렸다. 아이들을 조금씩 이해하자 비로소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함께 그림책을 읽었다. 「당나귀와 소금장수」를 읽은 후 무거운 가방을 지고 모형으로 만든 말에 올라 실내를 돌게 하였다. 힘든 역할의 체험을 통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했다. 「까만 아기양」을 통해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으며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하였다.


「무지개 물고기」를 읽은 후에는 친구의 장점을 찾아서 서로가 칭찬하고 격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였다. 「작은 생쥐와 큰 스님」에서는 생쥐가 개나 호랑이가 되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달려 있음을 느끼도록 하였다.


아이들은 순수하였다. 자기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의도를 빨리 깨닫는다. 마음에 빗장을 걸고 곁을 주지 않던 아이들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또 영리하였다. 딴 짓을 하면서도 그림책의 내용은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어떤 행동이 잘못된 것인 줄 알고 있는 아이들이기에 나는 다만 그것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되도록 자극해주기만 하면 충분하였다.


농사만 짓던 내 아버지 시대에도 물론 그러했지만 요즘 들어 특히 보육이며,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어린이집 폭력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CCTV설치를 통하여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어른들의 자세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과 아이들을 생각하는 어른들의 가슴이다. ‘부모와 학부모’를 말하는 공익광고가 주었던 교훈이 생각난다.


부모들은 내 자식은 무조건 최고여야 한다가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라는 인성 배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 보육과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보수를 받고 하는 경제활동이 아니라 내가 낳은 자식을 가르치는 부모라는 생각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지난 6월 13일에는 앞으로 일정기간 지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았다. 교육감도 그날 함께 뽑혔다. 투표장에 들어서기 전에 교육감 후보들이 내건 공약들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온통 장밋빛 천지였다. 말로는 못할 게 없겠지만 그것들을 얼마나 실천하느냐가 중요하다. 학력은 낮아지고 교권은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는 현장의 아우성을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


교권의 붕괴는 교실의 붕괴이고 그 피해는 몽땅 아이들에게 직결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으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또 한 번 기대를 걸고 표를 던졌다. 과거는 추억이고 오늘은 그냥 현실일 뿐이지만 미래는 희망이고 설레임이다.


과거를 살아온 어른들에게는 교훈을 얻지만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꿈을 확인한다. 물가가 급속도로 오르고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것은 어른들의 푸념이지만 우리가 진정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와 티 없는 얼굴이고,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그것이 오늘 무거운 어깨를 추스르며 걸음을 옮겨야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과 지내면서 배운 것이 많다. 아이들의 순수가 마음속의 찌든 때를 정화시켜주었고, 아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나태해지려는 내 마음을 닦달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다가서려는 나의 새로운 도전에서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의 품에 ‘핫배!’하면서 달려와 안기는 아이를 생각하면 오늘도 기분이 좋다. 내 인생 제2막의 선택이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 프로필


‘예술세계’ 수필부분 등단


한국문인협회, 영남수필문학회 회원


수필선집 ‘그리운 풍경’ ‘감자꽃’


경북문학상, 영호남수필문학상 수상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