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명암] 선박수주 늘었지만 배는 누가 만드나?

최종문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0 17: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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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종노조연대, 선박수주 늘었지만 배 만드는 인력 부족 심각
- 원청, 하청 노동자 줄어...다단계 하도급폐지 정규직 중심 고용 필요
▲쇄빙 LNG운반선.(사진=newsis)

 

[일요주간 = 최종문 기자] 한때 극심한 침체기를 맞았던 조선산업이 선박수주가 늘면서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10일 금속노조와 조선업종노조연대(이하 조선노연)에 따르면 실제 한국 조선산업의 빅3라 불리는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7월 1일 현재 수주목표 달성률은 79.5%로 확인된다. 이는 총 목표액 317억 달러 중 252억 달러를 이미 달성한 것이라는 게 조선노연의 설명이다.

중형 조선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년 이상의 조합원 무급휴직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STX 조선이나 성동조선해양의 경우 올해 초에 세운 목표를 초과 달성하거나 가을에는 도크가 풀로 차는 등 호경기를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고전한 2020년 상반기만해도 목표 달성률이 10%에 미치지 못했고 3분기까지도 누적 달성률이 20%를 넘지 못했던 당시 상황과 비교하면 성과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 하반기에는 더욱 큰 성과가 예상되고 있다. 2020년 카타르와 가계약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0여 척에 대한 수주가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예정이고 원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해양플랜트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대형 조선소는 물론 중국의 조선소까지 2년 이상의 수주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과거와 같이 물량확보를 위한 무리한 저가 수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오면서 조선산업의 앞날에 청신호가 켜졌다.

클락슨이 발표한 신조선가(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가격) 지수에서 이미 드러나듯 조선업이 본격적으로 불황에 빠진 2014년 이전으로 신조선가가 오르면서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클락슨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신조선가는 2021년 7월 기준 140포인트로 이는 지난해 126포인트에서 10% 이상 상승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조선시장의 슈퍼 싸이클(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호황기)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은 대규모 성장을 경험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치우친 나머지 2000년대 후반부터 불어온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수십 개의 중형 조선소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결과 조선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가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압도적인 기술력의 차이와 숙련 노동자의 저력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다시 부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조선소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장밋빛 전망 속에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조선노연에 따르면 한국 조선산업은 호황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수주를 많이 해 와도 신조선가가 아무리 많이 오른다고 해도 현재 한국 조선산업에는 배를 만들어낼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년간 무차별적으로 조선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계약 해지란 이름으로 조선산업에서 노동자들을 내몰았기 때문에 조선노동자는 플랜트, 건설 산업 등으로 이직해야만 했다.

이렇다 보니 2021년 현재 아무리 수주를 늘려도 한국 조선소에는 배를 만들 노동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금속노조 조선분과와 조선노연가 지난 3년간 노동연구원 박종식 박사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HSG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STX 조선 8개사의 노동자들의 수는 지난 3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1월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수는 원하청 포함 10만 1058명이었다. 

 

같은 해 10월 10만 7615명으로 고점을 찍은 노동자들의 수는 2020년 7월 9만 9934명으로 감소했고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원청 노동자들의 수 역시 줄어들었다. 2019년 1월 4만 3493명의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2021년 5월 현재 3만 9921명까지 줄면서 10% 이상 감소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3만 9921명인데 비해 하청 노동자들의 수는 5만 850명으로 단순 비교를 해도 하청 노동자의 수가 20% 이상 많다.

이제는 하청 노동자를 과거처럼 조선산업에서 자유롭게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건설 산업, 플랜트 산업과 비교해 조선산업은 힘들고 임금이 박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조선소는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을 드나들면서 목숨을 걸고 높은 곳에서 쇠를 깎고 용접을 해야 하는 곳이다. 임금 역시 매우 낮아 건설 현장에서 20만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조선소에 오게 되면 14~16만원 이상을 받지 못한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주 52시간이 적용되면서 잔업이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조선산업으로 더는 오지 않고 있다"며 "과거에는 조선산업 호황기 시절 조선소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지 않았는데 20년간의 불황을 겪으면서 하청 노동자는 물론 원청 노동자의 임금도 삭감되면서 이제는 조선소 노동자의 임금이 오히려 낮은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신규 채용이 거의 없고 자동차 산업처럼 하청으로 일정 기간 일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기에 조선산업에서 일하고자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이제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자동화가 이미 상당수 이루어진 여타 산업과는 달리 조선산업은 개별 노동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이러한 개별 기술자의 기술력 총합이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면서 "그러나 현재와 같이 조선산업의 노동자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 조선산업 경쟁력의 주요한 기반이었던 조선소 노동자들의 숙련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특히 신규 채용이 거의 중단된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젊은 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된 한국 조선소는 현재와 같은 고용 형태가 반복되면 조선소 노동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다 보니 조선업계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면 고용이나 52시간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노연은 조선업계의 이 같은 요구조건만으로는 결코 한국 조선산업을 살릴 수 없다고 진단했다.

외국 노동자들의 전면 고용은 결국 한국 조선산업의 축소와 청년 노동자들을 조선산업에서 다른 산업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 조선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선산업을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정책적으로 조선산업의 규모를 줄여온 일본 조선산업은 이제 한국, 중국 조선산업과의 경쟁을 포기하고 자국 조선 물량을 수주하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수주를 해 오더라도 배를 만들어야 할 자국 노동자의 수가 부족해 외국 노동자들에게 배를 생산하게 만드는 일본 조선 노동시장 특유의 구조에 기인한다는 게 조선노연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한국 조선산업은 실패한 일본 조선산업의 전철을 밟을까.

조선노연은 조선산업의 부흥을 위해 조선소 노동시장이 정규직 노동자 위주로 전면 재편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조선노연에 따르면 조선소는 정규직(원청) 노동자/하청 노동자로 나눈 시스템도 부족해 물량팀, 돌관팀, 프로젝트팀 등 다양한 이름이 붙은 재하청 노동(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양산하고 있다.

조선노연 관계자는 "중대재해의 원인이 되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해 조선산업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하도급을 폐지하는 길만이 다시 호황기로 접어든 조선산업을 제대로 살리고 조선 노동자들을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지 않다. 이미 한국의 조선산업은 지난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규직 노동자, 숙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를 해고했다. 심지어 그들 중 일부는 중국의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조선산업을 다시 한국 제조업의 대표 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한국 조선업계 경영진들은 외국인 노동자 전면 고용이나 52시간 유예와 같은 근시안적인 땜질 처방이 아니라 새로운 노동시장 만들기로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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