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하고 내버려 두라"

김선국 박사 / 기사승인 : 2018-05-08 08: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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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박사 김선국의 노자(老子) 이야기(4)
김선국 박사.
김선국 박사.

[일요주간=김선국 박사] 있는 그대로를 행함이다.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라. 그저 놓아버려라. 이것은 노자의 5000 글자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 흘러가도록 하고 내버려 두라.


게으르라는 말이 아니다. 일어나는 대로 처리하고 일어나는 대로 대처하며 뛰어난 직관을 가지고 사물이나 상황을 처리하라는 말이다.


◆ 내버려 두라, 爲無爲


不尙賢 (불상현)


똑똑한 이를 우러르지 않으면


使民不爭 (사민부쟁)


백성이 다투지 않고


不貴難得之貨 (불귀난득지화)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히 여기지 않으면


使民不爲盜 (사민불위도)


백성이 도적이 되지 않고


不見可欲 (불견가욕)


욕심 낼 만한 것을 보지 않으면


使民心不亂 (사민심불란)


백성의 마음이 어지럽혀지지 않는다.


상(尙)은 우러르고 숭상(崇尙)한다는 의미이며 귀(貴)는 귀히 여긴다는 뜻이다. 세상은 늘 더 좋은 것을 찾는다. 자본주의는 그런 인간의 속성에 가장 알맞는 제도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좋은 것을 먼저 차 지하기 위해서 지옥같은 삶을 살아간다.


성인의 다스림은 백성들이 욕심내지 않고 마음이 어지럽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런 성인들의 가르침과는 먼 세상이다.


是以 聖人之治 (시이성인지치)


때문에 성인의 다스림은


虛其心 (허기심)


그 마음을 비우게 하고


實其腹 (실기복)


그 배를 채우게 하며


弱其志 (약기지)


그 뜻은 약하게 하고


强其骨 (강기골)


그 뼈는 강하게 하는 것이라.


마음과 뜻은 약하게 하고 배와 뼈는 튼튼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은 심(心)과 지(志)가 강한 사람들 때문이다. 투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세상이 살기 어렵다는 말이 되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서 세상이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무릇 다스리는 자는 사람들이 마음과 뜻을 강하게 가지지 않고 삶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常使民無知無欲 (상사민무지무욕)


늘 백성이 무지하고 무욕하게 하며


使夫智者不可爲也 (사부지자불가위야)


지혜로운 자들이 감히 위선을 못하게 한다.


爲無爲卽無不治 (위무위즉무불치)


있는 그대로를 행한즉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내용은 무지(無知)라는 단어이다. 백성을 무지랭이로 만들라는 말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무지는 다른 의미이다. 무위가 거짓과 허위를 모르는 그대로의 상태를 말한다면, 무지는 헛된 지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온갖 사회적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가르침들에 세뇌되어 있다. 내가 듣고 배운 것을 지고의 진리로 착각하도록 온갖 매스컴과 책과 교육을 통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로그램화된다. 이렇게 프로그램화 된 컴퓨터 수천만대가 서로 싸운다면 세상은 온갖 혼란 속에서 살게 되리라.


노자에게 있어서 무지는 안다는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내가 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문제이다. 내가 아는 것은 내가 살아온 경험이며 내가 배워온 지식들이지만 그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내가 세상으로부터 세뇌되고 프로그램화된 것들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서로 안다고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에 대해서는 배려하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겸손토록 하는 것이 성인이 말하는 무지이다.


가톨릭 관상 서적 중에 <무지의 구름(The Cloud of Unknowing)>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신에게 이르는 방법으로 관상기도의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신이라는 존재는 내가 알 수 없는 존재이다. 신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저 프로그램화된 생각들과 종교에 의해서 세뇌 받았을 뿐이다.


그 신에 도달하기 위하여서는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고 신에게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그저 알 수 없다는 무지의 마음으로 오직 신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을 설명하는 이 책은 가톨릭 신비주의자들이 가는 길을 설명하고 있다.


노자의 책은 무지의 구름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무지의 덕을 칭찬한다.


지혜롭고 똑똑한 이들은 별로 매력이 없다. 오히려 순박함 가운데 진정한 지혜가 있다. 순박함은 모든 논리나 궤변을 뛰어넘는다. 그 순박함 속에 번뜩이는 진짜 지혜가 있다. 세상의 지식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지식에 의해서 스스로 압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자는 지자(智者)들에게 감히 거짓과 위선을 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했다. 이럴 때에 세상은 잘 다스려지겠지만 세상이 그리 단순한 것만은 아니다. 이 세상은 온갖 허위와 위선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곳에 가서 싸우고 바로잡는 일을 하는 것은 그런 소명을 받은 사람들의 몫이다.


노자는 무위의 순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라고 말한다. 내가 천지자연과 하나가 되고 신성과 하나가 될 때 뿜어내는 우주의 에너지가 세상 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노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많은 사람의 쉼터가 되듯이 세상에 가서 싸우고 변혁시키지 않아도 무위의 도에 이른 성인은 세상을 변화시킨다.


◆ 요약


不尙賢 使民不爭 (불상현 사민부쟁)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是以 聖人之治 虛其心 (시이 성인지치 허기심)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常使民無知無欲 (상사민무지무욕)


使夫智者不可爲也 (사부지자 불가위야)


爲無爲卽無不治 (위무위즉무불치)


똑똑한 이를 우러르지 않으면 백성이 다투지 않고


얻기 어려운 재화를 귀히 여기지 않으면 백성이 도적이 되지 않고


욕심 낼 만한 것을 보지 않으면 백성의 마음이 어지럽혀지지 않는다.


때문에 성인의 다스림은 그 마음을 비우게 하고


그 배를 채우게 하며 그 뜻은 약하게 하고 그 뼈는 강하게 하는 것이라.


늘 백성이 무지하고 무욕하게 하며


지혜로운 자들이 감히 위선을 못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를 행한즉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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