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⑥] 마음을 비우고 지혜를 담는 도량...파계사 대비암(大悲庵)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3-14 11:4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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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이재윤기자] 파계사 일주문을 지나자 산중의 고즈넉한 겨울풍경이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우거진 숲과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가지들의 소리며, 바스락거리며 낙엽 구르는 소리, 새울음 소리, 꽁꽁 언 얼음 아래 졸졸 흐르는 물소리들이 귓전을 간지럽힌다. 


오른편으로 파계사 주차장을 지나 지장전 옆으로 난 산길을 돌아가니 대비암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는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히 안아줄 것 같은 관음보살상이 맞이하고, 그 앞에는 지장보살이 인자한 모습으로 반가부좌를 틀고 있다.
 

▲대비암.

청운도원 대종사가 주석하는 암자


대비암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을 역임했고, 지금은 명예원로의원인 파계사 조실 도원스님이 주석하고 있다. 도원스님은 192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파계사 고송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동산스님으로부터 비구계를 받았다. 이후 오대산 월정사, 팔공산 파계사 주지를 거쳐 능인학원 이사장과 동국학원 이사, 조계종 원로의원, 원로회의 의장 등을 역임하는 등, 한국 불교의 큰 어른으로 많은 스님들과 신도들의 존경과 추앙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17년 3월 불교방송에서는 ‘공심(空心)과 공심(公心)으로 살다 청운도원 대종사’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스님의 삶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도원스님은 파계사 주지 소임 24년 동안 허물어져가던 가람을 오늘의 여법한 도량으로 일궈냈을 뿐만 아니라, 종단의 발전과 화합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했다.

“대비암은 조성한 지 이제 30여년 정도 된 암자입니다. 파계사 주지로 오랫동안 계시면서 오늘의 파계사를 일군 노스님께서 만년에 조용히 머무실 곳이 필요하단 생각에 이곳에 터를 닦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비암이란 이름은 모든 중생을 보듬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게 해주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 사상을 구현하는, 그래서 누구든지 와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고 갈 수 있는 도량이 되어야겠다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대비암 감원 법준스님은 “도량은 누구든지 마음을 비우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아야 담을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 먼저 참회하고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말한다. 마음을 비우는 곳이 법당이고 대비암은 그런 이들을 위해 늘 열려 있는 법당이다. 


그리고 법문은 꼭 스님의 설법이 아니더라도, 암자로 올라오는 길에 만나는 바람 소리, 물 흘러가는 소리, 가랑잎 밟은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도 마음이 비워지고, 그렇게 오르내리는 길에도 만나는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대비암에서는 벌써 25년 전부터 저희 큰스님께서 번역하신 경전을 신도들뿐만 아니라 스님들에게도 보급해오고 있습니다. 한문경전으로 된 부처님 말씀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움도 많고 그래서, 오래전부터 큰스님께서 그런 일들을 해오셨죠. 그래서 법회를 할 때도 우리말로 번역한 경전을 함께 읽고 공부를 합니다. 제가 아무리 말을 잘한들 부처님 말씀에 미치겠습니까?(웃음)”

불교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해 신도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더욱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뿐만 아니라, 대비암은 여느 사찰과 다른 특별한 배려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삼존불을 모신 대웅전에는 천정에 줄을 달아 지장보살,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세음보살을 각 27분씩 모두 108보살을 마치 연등처럼 모시고 있는가 하면, 대웅보전을 비롯해 모든 전각의 단청에 대비암을 품에 안은 팔공산의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청록의 색을 입혔다. 그래서인지 마당에 나와 바라본 대웅보전은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산과 나무와 하늘과 하나를 이루고 있는 듯 했다.
 

▲대비암.

하라는 건 하고, 하지 말란 건 하지 말라!


짤막한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법준스님의 안내를 받아 우리 불교계의 큰 어른이신 도원스님께 인사를 드렸다. 2017년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 대중들에게 전하는 큰 스님의 말씀으로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자애로움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덕담이라는 게 뭐 별 게 있겠습니까? 불자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면 돼요.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하지 말고, 하라고 권유하는 건 적극 하려고 노력하고, 그러면 불자 노릇 다 하는 겁니다. 승속을 막론하고 그러면 다 되는 겁니다. 


이걸 한 번 더 풀이하자면 다섯 가지를 하지 말라고 하셨고, 여섯 가지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 말라는 것은 살생하지 마라, 도둑질하지 마라, 음행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술 먹지 마라. 그러니까 사람 노릇을 바로 하라는 겁니다. 마지막에 술은 왜 먹지 말라고 하느냐.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려져서 앞에 네 가지를 범할 수 있거든. 그래서 술을 먹더라도 기분이 침체되고 우울할 때 기분이 좋아질 만큼만 해야지, 술이 술을 먹는 지경에 이르면 안 돼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한 게 여섯 가지인데, 첫째가 남한테 베풀어라, 물건으로도 베풀고 마음으로도 베풀고 그렇게 남이 어려운 걸 구제하고 베풀어라. 둘째는 아까 하지 말라고 한 다섯 가지를 지켜라, 셋째는 참아라, 그냥 뭐든 참으라는 게 아니라 나한테 욕된 일도 참으라는 겁니다. 예수가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내주라는 것도 욕된 걸 참으라는 겁니다. 넷째는 부지런해라. 부지런한 사람이 잘 살고, 산중에서 도 닦는 사람도 부지런히 닦아야 도를 얻지, 게으르면 평생을 가도 모르지. 다섯째는 선정인데 마음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마음의 안정이라는 것은 마음을 텅 비워야 되는데, 우리는 좋으면 좋은 대로 끌리고, 나쁘면 나쁜 대로 끌려요. 그렇게 안 되도록 마음을 텅 비워라, 그래야 어떤 문제에도 퍼뜩퍼뜩 지혜가 생겨. 마음을 텅 비우면 그것만큼 편한 게 없고, 그렇게 마음이 안정되면 지혜가 생기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그 지혜를 진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성인들의 말씀들을 두루 많이 읽어야 됩니다. 거기에 다 나와 있어요. 


그래서 앞에 얘기했듯이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하라고 권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하면 다 이룰 수 있어요. 돈도 벌 수 있고, 행복을 이룰 수도 있고, 출가한 사람은 도를 이룰 수도 있고, 다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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