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⑩] 관세음보살의 42가지 진언으로 길을 내다...청도 신둔사(薪芚寺)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5-10 09: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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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이재윤기자] 서울의 남산, 경주의 남산 등 대개 남산이라 이름 붙여진 산은 산세가 그리 웅장하거나 큰 산이 아니고 알맞게 크고 다소곳이 고개 숙인 처녀 모양인데 청도의 남산도 그러하다. 해발 829미터의 높이로 청도읍, 화양읍, 각남면 3개 읍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데, 봄이면 상여듬에서 봉수대 사이의 진달래 행렬과 산중턱까지 개간한 복숭아밭의 만개한 도화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절경을 뽐낸다.


여기에 이서국 패망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은왕봉과 깎아지른 듯한 높이 30미터의 낙대폭포를 비롯해 기암괴석과 빽빽한 소나무숲, 남산골 계곡의 맑은 물, 그리고 적천사, 신둔사, 죽림사 등 천년고찰을 품고 있어 예로부터 청도의 진산이라 불렸다. 

 

▲출처=한국관광공사.

청도의 진산, 남산의 깊은 계곡을 따라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면 중턱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 신둔사가 있다.
신둔사는 1173년(고려 명종 3)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하고 봉림사(鳳林寺)라고 불렀다. 이후로는 자세한 연혁이 남아 있지 않은데, 1667년(조선 현종 8)에 상견이 중창하였고, 1878년(고종 15)에 중건하면서 절 이름을 지금의 신둔사(薪芚寺)로 바꿨다.


근래에 와서 1990년 범종각을 지었고 1997년 요사인 봉림당을 신축했는데, 현재 대웅전, 삼성각, 청풍루, 봉림당요사, 종각, 영산보탑과 탑비(등록문화재 618호) 등이 남아 있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맞배지붕 건물로 안에는 석가여래 좌상이 봉안되어 있고, 불화로는 1918년에 금어 김벽산(金碧山)에 의해 조성된 영산회상도와 신중도, 지장도가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에 봉안된 석가여래 좌상은 양식상 17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상 앞에 목조장식이 화려한 불전패(佛殿牌)가 봉안되어 있는데 ‘세자 저하 수천추(世子低下壽千秋)’라는 글귀가 적혀 있으며, 조선 후기 것으로 보인다.


대웅전 좌측 뒤편에 있는 삼성각의 내부에는 칠성도를 비롯해 독성도, 산신도가 봉안되어 있고, 신둔사 경내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청풍루는 좁은 법당을 대신해 주로 신도들의 법회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신둔사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대웅전 오른편에 있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부도이다. 자연암벽에 마치 종처럼 생긴 조선후기 부도의 형태를 음각으로 새겨 놓았는데, 가운데에 사각구멍을 뚫어 사리를 봉안하고 이름을 남긴 희귀한 형태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출처=한국관광공사.

“경주 남산을 비롯해 바위에 새긴 마애불처럼 신둔사의 부도 역시 같은 마음을 담은 것 아닌가 생각해요. 좋은 바위를 보면 거기에 부처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처럼 훌륭한 스님을 그렇게 모시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요? 기록이 전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둔사 주지 정각(正覺)스님은 신둔사 마애부도에 담긴 의미를 그렇게 해석했다. 작년 11월 말에 신둔사 주지로 오게 된 정각스님은 절 주변을 정비하느라 바빴다. 절 주변에 빽빽하게 자란 잡목과 대나무를 베어내고 치우는 일들을 혼자서 다 해내고 있었다.

“종각 위쪽으로 조금만 가면 옛날에 토굴식으로 지어놓은 게 하나 있는데, 고시공부하는 사람들이 공부하러 왔던 곳이라 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비워둬서 지금은 쓸 수가 없는데 저기를 좀 수리해서 시민선방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신도분들이 오셔서 기도하고 정진할 수 있는 수행처로 만들고 싶습니다. 원래 신둔사는 운문사 사리암과 더불어 유명한 기도처였습니다.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손 볼 곳이 많은데, 절 주변을 말끔하게 정비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하나씩 기도처로서, 수행처로서 사격을 갖춰갈 생각입니다.”

정각스님은 경내를 말끔히 정비하고 나면 매일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108독을 하는 데 보통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매일 1시부터 할 계획이라고. 함께 할 신도분들은 언제든지 와서 함께 해도 되지만, 생업을 가진 신도분들이 매일 108독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거라며 “언제든 와서 함께 기도하고 수행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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