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⑫]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나반존자의 복밭...운문사 사리암(邪離庵)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6-10 11:3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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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이재윤 기자] 몇 해 전 사리암을 오를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여름에서 겨울로 바뀐 계절의 변화뿐, 호거산 중턱 사리암에 이르는 돌계단은 굽이굽이 솔숲 사이로 이어지며 쉬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매서운 산중의 한파에도 어느덧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두텁게 껴입은 옷 사이로 더운 김이 올라올 즈음, 가파른 계단 끝 맑은 하늘을 이고 선 사리암의 3층 요사채가 눈에 들어온다.

◆ 삿된 것을 여의는 곳, 사리암


운문사 주지 진광스님은 “삿된 것을 여의는 암자”라며 “즉, 파사현정(破邪顯正), 삿된 것을 파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의미로, 사리암은 그렇게 맑고 청정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을 꼭 이뤄주는 나한도량”이라고 소개했다. 

 

운문사적에 따르면 사리암은 고려초 보양국사가 930년에 초창하였고, 1845년(조선 헌종 11)에 정암당 효원대사가 중창하였으며, 1924년과 1935년에 각각 증축, 중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 사리암.(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제공)

 

그리고 천태각 아래 있는 중수비에는 1977년 비구니 혜은스님이 원주로 부임해 1978년 전기불사를 시작으로 1980년 前 부산 거림회 회장 故 이인희 거사의 후원으로 3층 요사채를 신축했고, 1983년 현재의 관음전, 자인실, 정랑 등을 개축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사리암의 천태각은 일명 독성각이라고도 하는데, 조선 헌종 11년(1845) 신파대사가 초창해 그 안에 나반존자상을 봉안하였고, 후면에 조선 철종 2년(1851) 독성탱화를 봉안하면서, 영험 있는 나반존자 기도도량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사리암은 우리나라 3대 나한도량으로 예부터 영험한 나반존자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문사에는 동쪽의 사리굴, 서쪽의 화방굴, 남쪽의 호암굴, 북쪽의 묵방굴, 4개의 굴이 있었는데, 그 중에 사리굴이 현재 사리암이 있는 곳으로, 나반존자의 사리굴이라 불렸습니다. 나반존자가 어떤 분인지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석가모니 부처님의 18제자 중 빈두로(賓頭盧 Pindola)가 아닌가 해요. 빈두로 존자는 어려서 출가해 나한이 되었는데 특히 신통(神通)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빈두로 존자에게 명하기를 미륵불이 용화세계에 오기 전까지 열반에 들지 말고 중생의 복밭(福田)이 되어 중생을 제도하라고 했는데, 부처님의 열반 이후 지금까지 열반에 들지 않고 미륵불이 출세(出世)할 때까지 중생을 구제하는 복밭이 되어 이 세상에 머물고 계시는 나한이라 하여 주세나한(住世羅漢)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나반존자의 ‘나반’은 ‘저쪽 언덕’, 피안의 경지를 뜻하는데, 반대로 ‘이쪽 언덕’은 ‘자반’, ‘차안’이라고 한다. 그래서 생사의 윤회, 번뇌와 망상에 얽혀 있는 이쪽 언덕을 벗어나 생사를 해탈한 열반의 이상경, 즉 저쪽 언덕을 나반이라 하는데, 그렇게 생사의 번뇌에서 해탈한 경지의 존자이므로 나반존자라 한다. 

 

▲사리암.(출처: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제공)

 

진광스님은 나반존자는 특히 여섯 가지 신통 중에 세 가지 신통(三明)을 증득하였고,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두 가지 능력을 갖췄다며, 숙명명(宿命明), 천안명(天眼明), 누진명(漏盡明)의 3명을 설명했다.

“숙명명은 전생을 다 아는 지혜이고, 천안명은 미래를 꿰뚫어보는 능력, 그리고 누진명은 현세의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를 끊는 지혜로, 나반존자는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조정할 수 있고, 이러한 3명으로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유익한 삶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해요. 사리암을 찾는 불자들은 그런 나반존자께 귀의해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현세의 소망을 이루고자 하는 기도를 드리는 거죠.”

◆ 自利利他의 願으로 회향하다!


진광스님은 기도는 간절한 마음과 반드시 성취할 수 있다는 지극한 신심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간절한 마음, 원(願)이 없이 성취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그 원이 개인적인 욕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처님은 ‘중생이 끝이 없지만 내가 다 제도하길 원합니다. 번뇌가 다함이 없지만 내가 다 끊기를 원합니다’는 원을 세워 성취했고, 지장보살도 ‘지옥에 있는 중생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내가 성불하지 않겠다’는 원을 세워 성취했다. 이는 곧 깨달음을 일체중생에게 회향하는,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의 원으로, 진광스님은 “개별적인 원을 세우되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는, 회향할 수 있는 원을 함께 세우는 것이 대승불교를 믿는 불자의 기도하는 마음가짐”이라며 자리이타의 태도를 당부했다.

“출가 후 사리암에서 행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고인이 되신 혜은스님을 모시고 당시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남폿불을 켜고 콧구멍을 시커멓게 그을려가며 염불을 익혔던, 초발심의 도량이고 그래서 늘 아름다운 도량으로 기억되는 곳입니다. 기도하러 오시는 불자님들이 공양할 곡식이며 음식을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올라오시던 모습들이 아직 눈에 선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신심과 원력은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한 신심에 감응해 나반존자님께서 넉넉한 복밭으로 머물러 주시는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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