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사탐방-16] 한국 석굴사원의 원형...군위 삼존석굴

이재윤 / 기사승인 : 2019-07-22 09: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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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주간 = 이재윤 기자] 유난히 무더운 여름, 한적한 팔공산 순환도로를 타고 제2석굴암으로 더 잘 알려진 군위 삼존석굴로 향했다. 시원하게 뚫린 길처럼 청량한 기운에 잠시 도심을 벗어난 여유를 만끽한다. 새로 뚫린 팔공산터널 덕에 이제 대구에서도 30~40분이면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진 제2석굴암, 무성한 숲 너머로 깎아지른 절벽이 보이고, 좁은 마을길을 지나니 푸른 잎을 드리운 나무들 사이로 제2석굴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불심으로 다시 깨운 삼존석굴


군위 삼존석굴은 신라 소지왕 15년(493년)에 극달화상이 창건했다. 제2석굴암이라고 부르게 된 데는 삼존석굴이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모태이기 때문이다. 토함산 석굴암이 인공으로 석굴을 만들고 그 안에 부처를 모셨다면, 이곳은 자연석굴을 그대로 이용해 사원으로 꾸몄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로 넘어가는 과정에 만들어진 과도기적 작품으로 바위에 그대로 새기는 마애불에서 인공석굴을 만들어 부처를 앉히는 과정의 중간 형태로 중요한 불교사적, 문화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경북SNS기자단'.(사진/박재현)

“오랜 세월 망각의 암흑 속에 있던 삼존불이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불심이 깊은 한 사람의 공이었습니다. 발견 당시에 오랜 세월 쌓인 낙엽과 숲에 묻혀 있었는데, 당시 이 마을에 살던 최두환이란 사람이 매일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면서 저 절벽 안에 부처가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927년 11월 20일 절벽 위에 줄을 걸고 내려와 석굴에 쌓인 낙엽을 헤쳐 보니 그 안에 부처가 있었던 거죠.”

지난 1985년 3대 주지로 부임해 지금까지 제2석굴암을 지켜오고 있는 법등스님은 석굴이 세상 밖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던 당시 이야기를 전해줬다.

 

삼존석굴은 최초 발견 후 해방이 되고 나서야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었다. 외지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채 인근 주민들의 치성터로나 쓰이던 삼존석굴은 1962년 문공부의 본격적인 학술조사를 통해 국보 제109호로 지정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희사금으로 석굴다리와 계단, 그리고 석난간을 가설하게 되었다.

“처음 이곳에 주지로 부임해 왔을 때는 작은 임시법당 뿐, 도량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석굴암이 가진 역사적 의미와 가치에 비해 너무 초라한 모습이었죠. 그래서 10개년 복원 중창 대작불사 계획을 수립하고 1987년부터 역사적인 대작불사를 착공해, 1988년 광명선원, 산신각 복개공사, 조경공사, 정랑공사를 준공하고, 1991년 법당(비로전)과 관음전, 종무소, 연못공사, 석축공사, 미타교 가설공사 등 도량을 일신했죠. 이 모든 게 불가사의한 부처님의 영험하심 덕이라 생각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의 꿈


삼존석굴은 거대한 천연절벽에 있는 자연동굴 안에 미타삼존을 봉안하고 있다. 본래 이 석굴은 신라 19대 눌지왕대 아도화상이 수도전법하던 곳으로, 우리나라 석굴사원의 근본도량이다.


거대한 암벽의 중간지점인 지상 약 22m 지점에 남향으로 난 석굴은 입구의 높이가 4.3m, 석굴의 평면은 길이가 약 4m로, 입구에서 1미터 정도 안으로 들어가 50cm의 단 위에 본존불을 보시고 있다.

 

▲ 출처=경상북도 공식블로그 '경북SNS기자단'.(사진/박재현)

중앙의 아미타불의 높이는 2.88m이고, 좌우의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의 높이는 각각 1,92m, 1.80m이다. 아미타불은 따로 마련된 좌대 위에 부좌하고 있는데, 둥글고 풍만한 얼굴에 미소가 없이 근엄한 기풍을 하고 있다. 커다란 두 귀는 양 어깨에 닿을 듯 내려졌고, 섬세한 법의를 걸친 어깨는 넓게 벌어져 장대하면서 더욱 엄숙한 무게를 더하고 있다.
아미타불 뒤 벽에는 화려한 후광이 조각되어 있는데, 두광(頭光)과 신광(身光)을 구분하고 둘레에 화염문을 조각하였다.


오른쪽의 보살상은 삼면보관을 쓰고 중앙에 화불이 조각되어 있다. 두광은 연화, 당초, 화염문을 새겨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왼쪽의 보살상 역시 삼면보관을 쓰고 있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으나 지금은 유실되었다.


법등스님은 “삼존석굴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것이 남은 꿈”이라고 했다.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토함산 석굴암의 모태이자 원형인 삼존석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토함산 석굴암에 비해 규모나 정교함 등에는 못 미치나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에 충분하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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