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누구나 엿장수 가위질하듯 소설을 쓰는 시대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11-04 09: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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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창작 소설을 쓸 때 소설가는 작은 덩어리를 늘려 쓰는 재주가 있다 하여 엿장수에 비유했고, 소설의 구성 3요소로 인물, 사건, 배경을 주(註)로 하여 쓰여진다. 연일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소설 쓰기에는 적합한 3요소를 고루 갖춰 소설 쓰는 소재로는 손색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대장동 스토리를 소설가가 아닌 사람들이 올바른 구성없이 '엿장수 가위질'하듯, 맘대로 써 내려가니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읽는 독자는 헛갈린다.

누구나 엿장수 가위질하듯 소설을 쓰는 시대, 이 정권 들어 정치인들이 유독 소설을 쓴다는 비아냥 단어가 난무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건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되면서 우리 사회 대선주자, 검찰 등 힘깨나 쓴다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소설을 쓰고 있다. 그 소설의 내용은 하나같이 하나 마나 한 소리도 들으나 마나 한 소리들로 '화천대유' '천화동인'이라는 무협지 소설에나 등장하는 단어가 난무하니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주역13강, 14강에 등장하는 화천대유 천하동인이라는 글이 성남시 대장동에서 엿장수가 쓰는 소설로 주제로 변모면서 그 스토리가 역사에 남을 비리 온상의 장편 추리소설이 되었다.

이른바 대장동 돈 잔치 사건은 전직 고관들의 앞과 뒤가 다른 저질스럽고 더러운 이중성을 여과 없이 입증해 주었다. 그 사건을 보면 더럽고 역겹기 짝이 없다. 야당은 연일 특검을 하자며 공세를 펴지만, 여당은 오히려 '국민의 힘 게이트'라며 역공 물귀신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들의 역공은 논리적이기보다 감정적이다. 사실 차원의 반박보다 "견강부회" "허위조작" "마타도어" 같은 험한 말을 쏟아내며 야당과 대결 전선을 형성해 지지층 결집이라는 고도의 선거전략을 쓰고 있다. 야당도 뒤질세라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놓치면 대선을 망친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치고 연일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공격과 수비는 발목이 잡히면 끝장이다는 절박함에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서로를 비난하며 흙탕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덮고 넘어가면 그만이란 듯 필사적으로 방어하며 오히려 물귀신 작전으로 전선을 온통 구정물로 흐려놓았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저질스럽고 강력하고도 요란한 더러움이다. 이 더러움을 보면 인간의 마음속에 진실로 선한 의지가 살아 있는 것이며, 그 선한 의지가 위선이라는 가면을 쓰고 세상을 속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국민이 뻔히 지켜보는데도 따지기를 좋아하는 정치인들을 서로 옳다고 삿대질을 해대니 무엇이 진실인지 사실인지를 알 수가 없다. 여당은 사실 대신 '정치'로 싸우려는 대응이 의혹을 더 키웠다.

의혹으로 시작해 의혹만 키우고 끝난 대장동 국감의 여야 정치적 생존술은 아비규환의 싸움으로 전대미문의 백병전과도 같았다. 서로 옳다는 의견이 사실을 비틀고, 사실은 의견의 틀 안에 갇히지 않았다. 이래서 이 싸움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이토록 분명하게도 잘못된 것들의 잘못됨이 보이지 않도록 가로막는 것이 이른바 막무가내식 우김질이라는 것일까. 인간이 기본적 양심과 인격의 올바름의 지향성을 입에 담지 않더라도, 인간에 대한 가장 초보적인 감수성만이라도 작동되고 있다면 이 같은 문제는 간명히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엿장수 가위질에 따라 늘어지는 엿처럼 건드릴수록 늘어져 의혹투성이가 된 것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이다. 아마 모르긴 해도, 지나가는 소가 들어도 웃고 갈 기막힌 비리 종합 백화점 속 부정행위를 두고, 명백히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가는데, 이처럼 막대한 사회적 대립과 피 터지는 갈등을 대가로 치뤄야 하는 것인가. 어째서 인간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인간이 인간의 몸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그 단순하고 명백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아니라고 빗대어 가면서 우김질을 하는 것일까.

지금, 국민을 위해 봉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쌍소리를 해대거나 잘못된 사실을 우김질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이라 주절거리며 소설을 쓰는 천민주의 세상이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를 두고 "사과가 아니라 칭찬받을 일"이라는 소설을 쓰고 있다. 그는, 지도자의 기본 덕목인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문제를 집단화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결함을 은폐하고 있다. 그가, 모든 문제를 세력화함으로써 승부를 가리는 막무가내식 싸움의 방식은 이 시대의 가장 천박하고 추잡스러운 야만성이다.

이 야만성은 말하자면 천민들이나 하는 짓거리다. 단순 드러난 것만을 두고 볼 때 선출된 권력과 정치, 사법, 검찰, 언론 그리고 조폭까지 이 시대 힘 있는 모든 인간들이 모여 형성한 중대부패 카르텔이 작당해 서민을 피를 빨아먹은 것이 대장동사건의 진실이다. 여당의 정권 대물림을 위한 신기루 행선지는 진실 은폐를 위해 '공공환수'라는 말장난을 하며 오히려 진실을 밝히자는 세력에게 "돈 먹은 놈이 떠든다"고 비난하며 본질을 비켜나가고 있다. 참 비겁하다. 이 몰상식이 저질주의 천민주의자들 하는 짓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검찰도 소설 쓰기는 마찬가지다.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을 최대한 늑장으로 피의자들에게 증거인멸의 기회 제공을 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인 사건 수사 방향을 만천하에 전개하였다. 검찰이 쓴 '대장동 패밀리'라는 제목의 소설 주 내용은 최종 책임자는 쏙 뺀 채 사건 당사자에게만 배임 혐의를 적용, 여당 대선후보를 입장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였다. 머리는 없고 꼬리 부분만 확대해 소설을 쓴 것이다. 이래서 야당은 특검을 하자며 공세를 퍼붓는 것이다. 기소 내용도 이익환수에서 분양가 조작으로 계산을 바꿔, 성남도시개발공사 추산 1793억을 651억+알파라 산정해 놓았다. 역시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엿장수 가위질 논리가 여실히 적용된다. 이쯤 대면 여당후보, 검찰, 사건 피해자를 같은 패밀리로 묶어야 함이 맞지 않는가.

국민에게 희망은 고사하고 울화 질을 사람이 모여 서로 찢고 싸워 대선이 점점 더 외화내빈으로 속 빈 강정이 되어 가고 있다. 여ㆍ야 후보, 주변 사람들은 서로들 대선이 끝나면 감방에 갈 사람이라고 지껄이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만이 수렁에 빠진 나라를 건질 수 있다며 떠드는 정치 구호는 거짓이지만 아름답고,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하는 사탕발림은 슬로건으로써 나무랄 데 없이 정의롭지만 그 공약(空約)들은 정치적 야바위이고 기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통령 후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은 약에 쓰려도 없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금까지 엿장수 가위질하듯 써 내려간 소설 내용은 삼류에도 못 미치는 하류라는 것이다. 그야말로 희대의 코미디 소설을 보는 초현실적 광경 앞에 국민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시나브로 스러지고 있다. 힘 있는 자들아, 어차피 쓰는 소설, 엿장수 가위질하듯 막 쓰지 말고 잘 좀 쓰면 안 되겠나. 자신이 없으면 소설가를 모셔 와 배워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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