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손우목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 “노사협 통한 ‘노조 죽이기’ 중단하라”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6 14:06:26
  • -
  • +
  • 인쇄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임금 협상…15차례 교섭·중앙노동위 중재에도 의견차 간극 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4월29일 임금 협상안 공지…노조“공지 5분 전 통보? 노조 무력화”
-교섭단, 근로자 참여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 공동지원단 꾸려 투쟁 확대 예고까지

▲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왼쪽)과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노사협의회 불법 임금협상 고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통상 삼성전자는 매년 3월 전까지 당해 임금 인상률을 확정했으나 최근 노동조합이 노사협의회 협의안에 반발하면서 이례적으로 5월 넘도록 임금협상이 미뤄지고 있다. 더군다나 노조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임금협상 불발이 아니라 위법이며, 심지어 무노조 경영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판단했다. <일요주간>은 지난 2일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으로부터 삼성전자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한 계기와 관련해 이야기를 들었다.


이날 삼성전자 노조 4곳이 연대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서울 중구 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정 투쟁의 시작을 선포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노사협의회와의 임금협상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창업주 이래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면서 ‘노사협의회’라는 협의 기구를 통해 임금 등 근로 조건을 결정해왔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각각 참여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임금 인상률 역시 노사협의회에 의해 정해졌다. 지난 4월 29일 삼성은 사내 공지문을 통해 노사협의회와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반발했다.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와 일방적으로 임금 협상을 하는 것은 노동 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명시한 헌법 제33조를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단체교섭권은 노동조합에만 주어지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의미다.


또한 노사협의회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 제5조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단체 교섭이나 그 밖의 모든 활동은 ‘이 법’에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노조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위법’이라는 게 이들 견해다.

 

▲ 손우목 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왼쪽)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노사협의회 불법 임금협상 고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이에 손우목 삼성전자 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했다. 하지만 이번 임금 협상 발표를 보며 당시 약속은 사면을 위한 쇼였음이 드러났다”라면서 “노사 협의회가 실질적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노조를 무시하고 회사의 일반적인 결정을 노사협의회를 통해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노사협의회 선출 절차의 적법성과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근로자참여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르면 사업장의 근로자위원은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은 이미 후보 지명 때부터 소수의 선별된 직원에 한해 이뤄졌고 선출 과정 역시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거 노사협의회 위원은 선거를 통해 100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선출한 뒤 이중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고 임기를 2년으로 뒀다. 삼성전자 소속 직원이라면 누구나 출마도 가능했다”라면서 “하지만, 사측은 이제 직급의 제한을 둬 말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만 선정해 출마시키기 시작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비상임, 무보수가 원칙이지만 노사협의회는 월 활동비를 받고 있다”라면서 “사측은 선거인단 선출에 따른 투표율 공개조차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의원 선출과정에 짬짬이 비공개 불법 선거가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손 부위원장은 “위법으로 뽑힌 권한 없는 근로자 위원이 무슨 자격으로 직원들을 대표하여 회사와 협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면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불법투성이며 이들은 권한도 없으면서 임금교섭을 통해 노조 죽이기에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 지원단 발대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한편, 손 부위원장을 포함한 공동교섭단은 다음날(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삼성전자 임금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지원단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기존 삼성전자 노조 교섭단 외에 금속노조 삼성지회, 삼성웰스토리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이수진 의원과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함께했다.

이들은 향후 교섭단이 아닌 공동 지원단으로서 ▲전국 삼성전자 사업장 순회 ▲전국 집중 집회 개최 ▲노사협의회 불법 교섭에 대한 법률 대응 ▲국회 토론회 개최 ▲노동부 고발 등과 같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총보상우위를 외치던 회사의 거짓말에 분노한다’라고 발언했다. 회사는 무슨 약속을 했나.

A. 대표이사는 1등 기업 임직원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겠다는 ‘총보상 우위’를 약속해왔다. 그러나 경쟁사나 다른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이번 임금 인상 발표안은 전혀 우위가 아니다. 직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이 쌓인 상태다.  

 

Q.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임금협상을 두고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의 부활’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A. 과거에는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협상, 복리 후생 등을 논의하고 진행해왔다. 그런데 2020년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했고 삼성에도 노조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은 노조 설립 이후에도 임시 기구인 노사협의회를 통해서만 임금 교섭에 응하고 있다. 헌법 제33조는 노동조합에만 단체 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조의 권리, 권한인 셈이지만 회사는 15차례 교섭,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거쳤음에도 최종 노사협의회와의 안을 일방 통보했다. 이는 노조의 권한을 무너트리려고 일부러 노사협의회를 앞세우는 것이라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Q. 지난달 13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조우한 적이 있나. 또한 최근 만난 경계현 대표이사(DS 부문장)는 노조 요구에 대해 어떤 대답을 했나.

A. 이 부회장은 만나지 못했다. 경계현 대표이사의 경우 저는 당일 참석하지 못했다. 다만, 경 대표이사를 만난 조합원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 노조 측은 해당 만남을 ‘교섭’으로 생각했지만, 그는 단순히 가벼운 ‘간담회’라고 얘기했다. 당시 경 대표이사는 노조가 요구안을 전달하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특히, 육아휴직 2년, 자기 계발 휴가 1년 도입에 대해 거부했으나 이번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를 수락했다. 이러한 행태를 반추해보면 결국 노조를 무력화, 와해시키려는 꼼수인 셈이다.

Q. 삼성전자 고발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

A. 회사는 노사협의를 규정한 근로자참여법을 위반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불법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해왔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들이 임금협상을 벌여 노조의 단체교섭을 방해했다. 이는 명백한 위법 행위다. 또한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비상임, 무보수가 원칙이지만 삼성은 이들에게 활동비를 준다. 노사협의회는 불법투성이며 이들은 권한도 없으면서 임금교섭을 통해 노조 죽이기에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작권자ⓒ 일요주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댓글 0

댓글쓰기
  • 이 름
  • 비밀번호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