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노조 경영 신호탄? 임금협상 노조 패싱 후폭풍 [리얼줌]

성지온 기자 / 기사승인 : 2022-05-02 18: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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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삼성전자, 4월29일 임금협상 일방 통보”
-지난해 수십차례 교섭했으나 평행선…사측, 노사협의회 협상 내용만 고집
-단체교섭권 노조에 있음에도 노사협의회에 힘 실어주는 속내? 무노조경영 부활?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사진=성지온 기자>

 

[일요주간 = 성지온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노사협의회를 앞세워 임금협상에서 노조를 ‘패싱’ 한 삼성전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이들은 수차례 임금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사협의회와 타결한 기존 인상안을 고집한 사측이 사실상 ‘무(無)노조 경영 부활을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의 공동교섭단은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의 불법 임금협상을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노동부에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0여 차례 임금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전 직원 연봉 1,000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지난해 3월 노사협의회 협상에서 정한 기존 임금인상분 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노사는 올해 2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 쟁의 조정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중노위는 조정 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 동안 조정 기간을 가진다. 해당 기간 내에 2~3회의 사전 조정을 시행하고 노사 양측의 주장을 청취하지만 최종적으로 노사 간 협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노사협의회와 ▲계약 연봉 5% ▲성과급 4% 인상 ▲유급휴가 3일 신설 ▲육아휴직 2년, 자기 계발 휴가 1년 상향 평준화 등을 내용으로 한 임금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노동조합이 없는 기업에서도 노동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30인 이상 사업장에 의무 설치되는 기구다. 기존 노조가 없던 삼성에서는 노사협의회를 통해 매년 임금 인상률 등 근로 조건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삼성 내 정식 노조가 설립된 만큼 단체교섭권이 있는 노조와 대화해야 하지만 사측이 노사협의회와 대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게 핵심 갈등 요소다. 

 

문제는 삼성이 과거 노사협의회를 통해 무노조 경영 계획을 세운 바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노조 설립 시 대항마로 노사협의회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를 위해 노사협의회 대표성 및 위상 강화가 주요 실행 과제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사진은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위원장은 이날 발언을 통해 “삼성전자는 11만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노사협의회와 불법적으로 협상한 임금 교섭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 전년 대비 50% 영업이익 상승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대부분 그저 연봉 5% 인상되는 셈”이라며 “그동안 총보상우위를 외치던 회사의 거짓말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라한 인상보다 문제인 것은 노사협의회 임금 협상이 무노조 경영을 위한 불법을 위한 것”이라면서 “헌법 33조에 따르면 단체교섭권은 오로지 노조에만 있고 설령 노사협의회가 회사와 협상하더라도 근로자 참여법 5조에 의해서 노조의 교섭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쳐서도 안 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은 회사에 2021년 임금교섭에 성실히 응하라고 요구하기 위해서 4월 13일부터 이재용 부회장 집 앞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회사와 수십 차례 교섭도 했고 국가기관에 중재도 요청했다. 요구안도 44가지에서 2가지로 축소했다”라면서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 결과를 전 직원 공지 고작 5분 전에 노조에 전화로 일방 통보했다”라고 허탈한 심경을 밝혔다. 

이들은 노사협의회 선출 절차의 적법성과 권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근로자참여법 시행령 제3조 1항에 따르면 사업장의 근로자위원은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로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들은 이미 후보 지명 때부터 소수의 선별된 직원에 한해 이뤄졌고 선출 과정 역시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사진은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부위원장은 “과거 노사협의회 위원은 선거를 통해 100여 명에 육박하는 인원을 선출한 뒤 이중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고 임기를 2년으로 뒀다. 삼성전자 소속 직원이라면 누구나 출마도 가능했다”라면서 “하지만, 사측은 이제 직급의 제한을 둬 말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만 선정해 출마시키기 시작했다”라면서 말문을 틔웠다.

이어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비상임, 무보수가 원칙이지만 노사협의회는 월 활동비를 받고 있다”라면서 “회사는 노사 협의를 규정한 근로자 참여법을 위반한 채 회사의 입맛에 맞게 관리하기 편하도록 불법적인 방법으로 노사협의회를 운영해왔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손 부위원장은 “회사 측은 노사협의회 선거인단의 선출 기준을 묻는 노조에 ‘근로자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이라면서 선거 후 기존 자리로 복귀한다고 했으나 해당 인원들은 지역구 위원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다”라면서 “사측은 선거인단 선출에 따른 투표율 공개조차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를 대변해야 하는 노사협의회 근로자 의원 선출과정에 짬짬이 비공개 불법 선거가 이뤄진 것”이라고 근로자 위원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위법으로 뽑힌 권한 없는 근로자 위원이 무슨 자격으로 직원들을 대표하여 회사와 협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면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불법투성이며 이들은 권한도 없으면서 임금교섭을 통해 노조 죽이기에 이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사진은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이원일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 역시 삼성전자가 노사협의회를 악용해 노조 무력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노동 3권 보장을 약속한 것도 사실상 ‘사면을 위한 보여주기용’이라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삼성하면 떠오르는 것이 초일류 기업보다 무노조 경영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본인 입으로 삼성 노조 문제로 그 동안 상처 받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제 더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머리 숙여 사과했다. 무노조 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전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난달 29일 이 부회장의 사과는 보여주기식 사과,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이번 임금 협상 과정에서 명확히 알게 됐다. 삼성은 노조를 무시하고 회사의 일방적인 결정을 노사 협의를 통해 발표를 하였고 이는 삼성 무노조 경영 부활을 전 국민에게 선언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노사 협의회는 사용자 대표와 근로자 대표가 만나 협의하는 기구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삼성이 운영해왔던 노사 협의회는 사실상 근로자 대표라는 탈을 쓴 사용자의 충신”이라면서 “삼성 무노조 경영의 본질은 노사협의회 운영에 있다. 그리고 이를 앞세워 회사는 노조 무력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사진은 서범진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성지온 기자>

 

공동교섭단 중노위 조정을 담당한 법무법인 여는의 서범진 변호사도 이재용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철폐 약속이 ‘거짓말’이라는 노조 주장에 동의했다. 

이날 서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한 노동 3권 보장은 영혼 없는 주장이고 사실상 무노조 경영임이 명백히 드러났다”라면서 “노사 협의회에서 임금 협상까지 가능하다면 노동조합의 단체 협약에 대한 기능은 마비되는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한계를 두고 있는 것인데 삼성전자는 명백히 위헌적이고 반헌법적인 방법으로 임금 협상을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근로자참여법 제6조(협의회의 구성)에서는 근로자 위원을 선출해서 어떻게 협의회를 운영해야 하는 지에 대한 얘기가 있다. 그에 대한 세부 내용은 시행령 제3조 1항을 통해 분명하게 비밀, 직접, 무기명 투표를 하라고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선거인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삼성전자가 근로자 위원을 선출하고 있다면 이 또한 명백하게 위법적인 것이 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특히, 우리 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 지배 개입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노사협의회를 뒤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하면서 노조와 정상적인 단체 교섭을 회피하고 심지어 임금 협상을 사실상 노사 협의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로서 문제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따라서 이런 문제를 보았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전에 했던 약속이 어떤 의미였는지 회의적으로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협의회를 통한 사측의 임금 협상이 불법이라며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사진=성지온 기자>

한편, 이들은 이날 법률 소송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불법 임금 교섭에 대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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