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힘센 사람들의 삶과 행동은 정당해야 한다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21-04-14 14: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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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코로나만으로도 숨 막힌 2021년 서울의 봄은 무장한 정치 언어들이 백병전을 치르는 아수라판 지옥이었다. 권력투쟁의 제물이 된 사물은(내곡동, 페레가모 로퍼) 언어의 인식기능과 소통기능은 마비되어 더 이상 작동되지 않았다. 나는 선거를 빙자해 상대 후보를 죽기 살기로 헐뜯는 이 지옥의 본질을 적나라하고도 파렴치한 권력투쟁일 뿐이라고 규정한다. 모두가 권력을 향한 기갈은 깊이 감추고 정의와 공정의 깃발을 흔들며 온 나라 이목을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4ㆍ7 보궐선거는 땅속에 묻힌 지 10년 훨씬 넘어 살이 썩고 뼈만 남은 관 뚜껑을 열어 귀신을 불러냈다. 내곡동 식당에선 연일 바글바글 끓이는 생태탕 냄새가 TBS 바람을 타고 온 장안을 진동했고, 그럼에도 무심히 핀 윤중로 벚꽃 잎은 바람에 휘날렸다. 꽃잎은 땅바닥에 뒹굴었고 실체도 불분명한 페레가모 로퍼에 짓밟혔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처연한 호소는 끝내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국민은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는다며 가혹하게 책임을 물었다.

힘이 센 사람들은 아는가.

왜 선거가 이 모양이 된 건가를.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집 없는 시민의 희망을 꺾어 놓은 것을. 힘센 사람들은 서민들이 함께 부동산 강을 건너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들이 권한과 재량권으로 내 몫을 먼저 챙겨놓고 펴는 정책으로 서민들을 이해시켜 침묵하게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치매에 가까운 생각이다. 부동산 홍수에 강물이 범람했으니 다 함께 건너갈 수 없다. 우리가 먼저 가고 당신들은 다음 배를 타고 오라면 누가 말을 듣겠는가. 우리는 요직에 있으니 먼저 챙기겠다. 이 발상은 홍수로 쓸려가는 이 물가에서 내 것은 중요하고 남의 것은 모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 권력을 쥔 힘센 사람들이 힘없는 서민을 이처럼 속이고 조롱해도 되는 것인지, 경악했고 치가 떨렸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지만, 그래, 서민들에게는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법통과 직전 자기들의 세입자들에게 두 배, 세 배씩 돈을 올려 받았다. 이쯤 되면 공정과 정의를 그 입에서 논할 수 있는가. '나는 어쩔 수 없이 올리니 네가 하면 투기'라는 메시지를 도대체 누가 받아들일 수 있나. 본질은 간단하다. 정권 인사든 돈 많은 사람이든 누구도 부동산을 통한 돈벌이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며 스스로도 신분은 망각한 체 빠른 정보력과 재력으로 돈 벌에 눈이 멀었다는 사실이다.

이래서 가진 자, 힘센 사람들의 삶은 쉽지 않다. 국민들이 바라보는 곳에서 거짓말하지 말고 위선을 떨지 말아야 한다. 나는 어렵게 말하지 않겠다. '정치인의 사명이 무엇인고 하니, 일언이폐지해서, 국민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선하고 뒤에선 위선과 거짓으로 국민을 속인다면 이것은 파렴치 행위다. 내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혼자서 고상하고 잘난 척하면서 세상을 속이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말아라.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말아라, 추하고 안쓰럽고 남세스럽다.

특히 정치인은 말과 행동의 지엄함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면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아는 것이고, 이걸 모르면 영원한 미숙아다. 그대들 말과 행동으로 더불어 삶은 정당해야 한다. 그러니 행동을 삼가하고 말은 조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산이 몇십억인 사람이 당선을 위해 구멍 난 운동화를 신고 선거운동하는 가식적인 행동이 과연 진정성이 느껴지겠는가. 이런 것을 두고 시민을 우롱하는 위선적 삶이라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는 고통 분담의 역사적 체험을 축적하는 성장 과정에서 서민의 삶은 꾸준히 뒤처져 있었다. 고통은 늘 전담되어왔기에 힘없는 서민의 삶이 고달프다. 세금은 원천 징수당하고 각종 법률을 마구잡이로 제정해 삶을 옥죄는데,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벌어 축재한지는 모르겠지만 다 몇십억의 재산, 억대 연봉과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세상을 주물락 펴락 하지 않는가. 뭐가 또 부족해 이런 부도덕인 짓을 하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나라가 시키는 대로 머리 숙여 사는 서민은 지금, 견딜 수 없이 허망하다.

나는 이렇게 말하려 한다. 정치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나라를 사랑하고 시민의 삶을 걱정한다는 기본이 서민의 삶에 쪽박을 깨지 않는 일이라고. 서민들의 삶이 몇몇 비굴하고 파렴치한자들에 의하여 기만당했지만, 그래도 세상엔 침묵하는 정직한 사람들이 더 많이 있기에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은 아니라고.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느끼는 게 있다. 정치인들이 사회를 평가하는 수준은 최고지만 자기가 역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는 최저 수준이다. 그들은 자신을 들여 보는 눈은 깜깜이지만 남을 바라보는 눈은 현미경이다. 정치가들은 자기가 말하는 역사와 정치적 이상의 세계에는 자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참여하지 못하고 자신을 객관화한다. 이래서 정치지도자들이 불신을 받는 것이다. 이 땅에 힘센 사람들이여 당신들의 삶과 행동을 정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발 밥값, 그릇값 좀 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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