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내로남불’ 낯 뜨거운 세계어

최충웅 언론학 박사 / 기사승인 : 2021-04-23 15: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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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충웅 언론학 박사
[일요주간 = 최충웅 언론학 박사] ‘내로남불’은 지금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낯 뜨거운 상징어로 부각됐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줄인 이 말이 특히 한국 정치계의 단골용어가 됐다. 이제는 국내를 벗어나 세계어가 될 판이다. 뉴욕타임스가 이번 4·7 재·보궐 선거결과를 전하며 여당의 참패 이유를 ‘내로남불’로 보도했다. 굳이 ‘double standard(이중 잣대)’로 번역하지 않고 알파벳 ‘naeronambul’ 그대로 썼다. 급기야 ‘내로남불’(naeronambul)이 국제 통용어로 등장한 것이다.

그동안 주로 정치판에서 사용해온 ‘내로남불’이 문재인 정권 이후 부쩍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장관이 수없이 쏟아 낸 과거 발언이 어쩌면 그렇게 본인과 현 정권을 향해 부메랑으로 꽂혀 돌아와 ‘조로남불’이란 말까지 생겼다. 심지어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이 공격하자 여당의원이 “내가 조국이냐”고 항의할 정도다.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요인들이 여러 가지 있겠지만, 선거 막바지에 ‘내로남불’ 사건이 청와대와 여당에서 연거푸 터져 나왔다. 당시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이 재계약 시 임대료 5% 적용을 피해 임대차법 시행 이틀 전에 자신의 집 전세 보증금을 14%가 넘는 꼼수 인상이 밝혀져 곧 바로 경질됐다. 그러자 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차보호법을 대표 발의해 놓고 자기 아파트 임대료는 9% 올린 것이 드러나 연일 내로남불 행태로 낭패를 당했다.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내로남불’은 선관위의 편파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야당이 선관위에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라는 문구를 투표 독려 현수막에 사용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선관위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해당 문구가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게 이유였다. 야당 입장에서는 ‘내로남불’이라고 하면 현 정권을 연상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릴 수 있는 답변이니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인 사실을 국가 기관이 공식 인정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는 유독 여기저기 ‘내로남불’ 사태가 분출되다 보니 외신들마저 ‘naeronambul’을 그대로 옮겼으리라. 저들은 어찌보면 한국정치 문화의 부끄러운 자화상의 적나라한 표현이 내로남불 단어로 맞아 떨어져 그대로 옮겼을 것이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 취임사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문구가 이제는 풍자적인 조롱꺼리로 부정적이고 비난적인 표현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니 참 슬픈 얘기다.

‘내로남불’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세계어가 된 한국어로는 몇해 전 ‘땅콩 회항’ ‘물컵 투척’ 사건 당시, ‘갑질’(gapjil)이 그대로 외신을 탔다. 약자를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인격 모독적 뉘앙스가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영국 BBC는 한국어 ‘꼰대’(kkondae)를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린다고 주장하며 젊은 사람을 가르치려 드는 나이 든 사람”이라고 ‘오늘의 단어’로 소개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 고유의 문화를 가리키는 한국어가 국제 통용어로 알려진 사례도 여럿 있다. 해외 영어사전에 우리말 발음 그대로 실린 불고기(bulgogi)·온돌(ondol)·김치(kimchi)·소주(soju)·태권도(taekwondo) 등 달리 대체할 영어 단어가 없는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에 선풍을 일으키는 K팝 팬들에게는 오빠(oppa)·언니(unnie)·막내(maknae)·애교(aegyo)·대박(daebak) 등은 이미 익숙한 세계 공용어가 됐다.

신명난 말(馬) 춤으로 지구촌을 덜석거린 싸이의 ‘강남스타일’ 덕분에 ‘오빠’(oppa)와 ‘강남’(gangnam)은 세계인에게 널리 퍼졌다. 세계 청소년 팬들이 K팝을 즐기면서 한글가사 표현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표기하고 익힌 것이다. 한국 문화가 해외로 수출된 셈이다. BTS 한류 붐과 K팝은 한국어 문화전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공은 내 탓'이고, '과는 네 탓'이라는 책임회피의 문화는 우리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고질병이다. ‘내로남불’처럼 부끄럽고 부정적인 우리말의 세계어 사례는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란다. 한류 바람과 함께 한국 정서를 담은 아름다운 우리문화의 세계화 지평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주요약력]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남대 석좌교수
YTN 매체비평 출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예오락방송 특별 위원장
방송위원회(보도교양/연예오락)심의 위원장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방송통신연구원 부원장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원장
KBS 예능국장, TV제작국장, 총국장, 정책실장, 편성실장
중앙일보·동양방송(TBC) TV제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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